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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1 호 디지털 시대...대학 도서관이 나아갈 길

  • 작성일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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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상

▲학술정보관(사진:상명대 홈페이지)


  최근 강의실을 둘러보면 교재를 들고 다니는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교재는 수업을 보조하는 자료로서의 힘을 잃고, 그 자리를 PDF 자료가 담긴 태블릿 PC가 대체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학생들은 책 외에 다른 경로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 역시 종이책을 읽기 위해 찾아가는 학생은 줄고 공부 장소와 DB(데이터 베이스)를 찾는 학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은 디지털 전환시대


  현세대는 컴퓨터, 모바일, 로봇,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들이 연결, 심화, 확장되는 5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으며 인류에게 새로운 세계와 경험을 제공한다. 각 조직과 비즈니스의 세계도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시대적 변화는 각 조직의 정보 관리 및 제공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디지털 기술을 비즈니스 전반에 통합하여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이며, 도서관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전통적인 운영 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창간 ‘라이브러리+’(사진: https://www.nl.go.kr/NL/pubMain.do)


  기술의 변화는 대학 교육의 현장 특히 도서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8월 10일 AI 시대 도서관의 미래를 조망하는 지식 큐레이션 간행물 ‘라이브러리+’를 창간했다. ‘라이브러리+’는 개관 80주년을 맞아 ‘생성형 AI와 도서관’을 주제로 기획됐다. 해당 간행물은 ‘해외 대학 도서관의 맞춤형 챗봇과 맥락 검색 사례 분석’ 등 AI를 비롯한 신기술을 도서관 환경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내외 기술 동향과 실무 사례를 종합적으로 다룬다.


  국내 대학 도서관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온라인 서비스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대학 도서관은 대학의 기본 교육 시설로, 대학의 학술⦁연구⦁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지식⦁정보 제공의 중심 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을 포함한 다수의 학교가 ‘대학 도서관’ 대신 ‘학술정보관’이란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어, 학술정보관이 된 도서관은 정보 자원의 관리와 제공 방식에 있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만 권의 장서 폐기, 대학 도서관의 위기


  그러나 물리적 공간 부족과 디지털 자료 전환을 이유로 많은 대학 도서관은 장서를 폐기하고 있다. 2023년 6월 울산대는 기존 도서관을 미래형 도서관으로 새단장 하는 과정에서 전체 장서 약 92만 권 중 폐기 대상 45만 권을 선정했다. 이후 각 학부⦁과별로 폐기 대상 중 보존 희망 도서 신청을 받아 17만 5,294권은 폐기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27만 6,534권은 그대로 폐기됐다. 폐기 도서 선정 기준은 ‘대출 실적’이었다.


  도서관 장서 폐기의 일차적 원인은 공간 부족이다. 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21년 보고서에 “지난 10년간 대학 도서관은 소장자료 수가 증가하고 있다. 재학생 1인당 연간 증가 책 수도 평균 약 2책을 유지하고 있어 지속적인 장서 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나 재학생 1인당 건물 연면적(㎡)은 1.3으로 정체 상태”라고 밝혔다.


  학술정보통계시스템에 등록된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대학은 서울대학교이다. 531만 6,202권을 보유한 서울대학교는 지난해 7만 1,177권의 장서가 증가했고, 총 장서 중에 19만 8,079권을 폐기하였다. 증감을 비교하면 폐기된 서적이 두 배가 넘는 다. 대학알리미에 등록된 ‘장서 보유 및 도서관 예산 현황’에 따르면 우리 대학도 지난해 3만 1,962권의 장서가 증가했고, 총 장서 중 3만 6,971권을 폐기하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


  도서관에서 장서를 폐기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가장 단순한 지적은 사람들이 책을 찾는 횟수가 주는 것과 디지털 시대에는 종이책의 존재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종이책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의 종이책은 폐기하여야 하는 것일까?


  사람은 지식을 책으로 남기고 책은 도서관에 쌓인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도서관이 학술정보관으로 변화했어도 책으로 연결된 우리 대학 공동체의 기억기관이다. 기억은 지금까지 장서를 통해 기록되어 보존되고, 우리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을 토대로 도서관의 장서는 방대해지고 질은 높아졌다. 장서의 디지털화도 역시 중요하다. 다만, 전자책에만 집중하면 종이책이나 학술지와 같은 아날로그 자료들이 소외될 우려가 있다. 설령 종이책이 전무한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더라도 물리적 자료가 공존해야 우리 사회의 지식은 더 안전하고 완벽하다.


  도서관 장서는 전자책과 달리 한 번 버려지면 복구할 수 없다. 그렇기에 폐기에 앞서 신중한 검토와 최대한 보존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더하여 소장 공간 확보와 충분한 전문 사서 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의 디지털화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서관이 단순한 정보전달 공간이 아닌 우리의 삶의 공간으로도 적극적인 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범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