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1 호 고통 없는 죽음에 관하여
고통 없는 죽음에 관하여 버튼 하나로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는 ‘사르코(Sarco)’. 일명 ‘안락사 캡슐’이 지난, 9월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사르코(Sarco)는 캡슐 내 산소를 질소로 바꿔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기계다. 보라색 캡슐에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등에 질문을 받는다. 답변을 마친 뒤, 버튼을 누르면 산소량이 급감하고 약 5분간 무의식 상태가 유지되다가 사망에 이른다. 산소를 대체할 질소 비용, 18스위스프랑(약 2만 8천 원)만 내면 된다. 스위스는 연명 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존엄사는 물론, 불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의사 조력 자살(안락사)을 1942년부터 허용했다. 다만 사르코(Sarco)는 50세 이상이 정신건강 진단서만 있으면, 사용 신청이 가능해 스위스의 조력 자살 제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위스 정부도 “사르코의 사용은 비합법적”이라며 사르코 허용에 반대했다. 결국, 이 캡슐은 현재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사르코(Sarco) (사진:sbs뉴스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729461) 안락사, 평온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 안락사(euthanasia)는 그리스어 ‘euthanatos’가 기원이다. eu는 ‘좋은’, ‘평온한’, ‘행복한’을 뜻하는 접두어고, thanatos는 죽음의 신을 말하는 합성어다. 즉, 고통이 없는 편안한 죽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안락사는 “회복될 수 없거나,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구제하기 위해 환자의 죽음을 유발하거나, 허용하는 관행이나 행위”를 말한다. 처음에는 ‘자비로운 죽음(mercy-killing)’의 의미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품위를 유지한 채로의 죽음(dying with dignity)’이라는 존엄사의 의미로도 쓰인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뇌·심장 계통의 불치병 환자 중에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 면에서 견디기 힘든 환자에게 안락사를 허용한다. 네덜란드에서는 한 해에 8천여 명, 전체 사망의 약 5%가 안락사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안락사 합법화를 논의하고 있다. 가톨릭 보수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 국가들은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깊게 진행되면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이 안락사를 합법화하였다. 안락사를 지지하는 입장은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은 인간 삶의 목적이 행복이듯이 행복추구권에서 자기 결정권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삶에 중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이다. 따라서, 자신의 생명을 종결하는 행위도 자기 결정권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사회가 변하면서 죽음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웰-다잉(Well-dying)’ 개념이 퍼지고 있다. 웰-다잉이란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죽음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사전에 준비한다는 개념이다. 죽음을 전제하므로 보다 전향적인 죽을 권리에 대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 현황에 대한 통계를 확인해 보면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가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도 노인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84.1%가 연명 치료를 반대했다. 또, ‘좋은 죽음’에 대하여 ‘임종 전후 상황을 스스로 정리하고 맞이하는 죽음’,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없는 죽음’,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 등의 순서로 답했다. ▲고령 인구 현황표 (사진:https://kosis.kr/visual/populationKorea/PopulationDashBoardMain.do) 안락사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논쟁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명시되어 있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이들은 인간은 존엄하며, 삶의 모든 순간에도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권은 인간 존엄성의 근원이며, 이는 불가침 사항이다. 개인이 자기 생명의 주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생명을 임의로 해치거나 처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락사는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이기에, 허락될 수 없다고 본다. 지난 10년 이상 동안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 가입국 중 1위이다. 특히 노인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것은 자기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 안에 퍼져가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안락사가 허용된다면, 자살률이 비약적으로 오를 우려도 있다. 또한 다른 방식의 악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안락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조상들은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여겼다. 마을의 환갑을 맞이한 노인이 있으면, 잔치를 열어 기념하곤 했다. 오늘날, 의료기술로 생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의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안락사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금, 우리나라도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 전통적인 윤리관은 안락사를 고려하고, 선택하는 이들을 비난한다. 하지만, 경직된 윤리적 신념이 극심한 고통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더욱 고통 속에 던지는 행위일 수도 있다. 오히려 안락사 논쟁이 비인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임종 앞에서 고통받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것인지 성찰해보고,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과 결단을 존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신범상 기자
제 741 호 커피, 시대를 반영하다
커피, 시대를 반영하다 “커피나 마시러 가자”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10번 중 9번은 나오는 말이다. 10m만 걸어도 카페 2~3개는 무조건 볼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몇 없을 것이다. 한국은 커피 소비량은 세계 2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1년에 400잔이 넘어선다.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커피, 그 역사와 커피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커피는 어디서부터? 커피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개의 ‘설’이 전해진다.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 설과 이슬람 사제 오마르 설이다. 에티오피아 기원 ‘설’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Kaldi)가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먹고 활력을 되찾는 것을 보고 커피를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열매를 먹고 활력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자 인근 수도원에 알렸으나 이것이 악마의 열매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불 속에 던져버렸다. 여기서 커피가 탄생하는데, 열매가 불에 타면서 향기로운 냄새를 내기 시작했고 이것을 수거하여 음료를 만든 것이 커피라는 것이다. 오마르 설은 칼디 유래 설보다 늦은 약 1258년 경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의 병을 고치던 이슬람 사제 오마르는 공주와 사랑에 빠져 사막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빨간 열매가 커피였다. 이 열매를 먹고 피로가 가시는 것을 느꼈고 이 열매로 많은 병자들을 치료했다고 한다. 이후 면죄를 받아 커피를 널리 알렸다고 전해진다. 한국 커피 문화의 변천 한국에 커피가 처음 전해진 시기는 19세기 말로,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처음 마신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덕수궁 내에 ‘정관헌’이라는 최초의 서양식 건물을 짓고 그곳에서 신하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다과를 즐겼다. 신기한 것은 당시 커피는 네모난 설탕 덩어리 속에 커피 가루가 들어 있는 형태였다. 커피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세기 들어서이다. 우리나라에 커피를 파는 ‘다방’이라는 것이 최초로 들어선 곳은 한국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이었다고 추정된다. 1927년에는 ‘제비다방’이라는 곳도 생겼는데, 이곳은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자주 보았던 소설가 이상이 운영했던 다방이다. 이 다방에서는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을 비롯 많은 작가들이 문학적 영감을 받았던 곳이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커피는 예술가와 문학가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다방이 당대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문예 활동을 펼치는 사교의 장으로, 음료를 마시는 곳을 넘어, 사상과 예술을 논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다방은 3000개가 넘었으며, 미군이 거주하면서 국내에 유입된 미국식 인스턴트 커피의 영향으로 인기 장소가 되었다. 당시 ‘미제’ 상품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인스턴트 커피는 편리함과 미국식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다방에서는 주로 인스턴트 커피를 설탕과 분말 크림을 넣어 제공했는데, 이는 이후 한국식 ‘커피 믹스’의 원형이 되었다. 1976년 동서식품에서 3-in-1 커피 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그야말로 ‘히트’를 쳤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제품이 되었다. 1990년대는 스타벅스와 같은 국제 브랜드가 등장하며 커피 문화가 급변했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연 스타벅스는 커피 문화를 만든 브랜드였다. 당시 스타벅스에서는 해외 유학을 다녀온 온 사람들이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타 카페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커피를 먹는 것만으로도 시대를 향유하는 느낌이 들었던 시기이다. 이때부터 카페 인테리어와 서구식 커피 메뉴가 주목받았고, 사람들의 모임 장소로서 카페 문화가 촉발되었다. 또한, ‘테이크아웃’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빠름’을 추구하는 한국의 도시 생활에 적합한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 한국 스타벅스 이화여대 1호점 당시 모습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110619)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커피산업은 급성장했고 현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커피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이 등장하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으며, 커피를 즐기는 방식 또한 한층 세분화되었다. 환경보호와 메타버스로 소통하는 커피 커피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이제 한국 커피 산업은 사회적 가치와 환경 보호에도 동참 하고 있다. ‘환경 보호’라고 하면 종이 빨대나 텀블러 사용하기 등을 생각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공정 무역 원두를 사용하고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비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스타벅스와 탐앤탐스 같은 주요 브랜드뿐 아니라 소규모 카페까지도 공정 무역과 유기농 원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정 무역 커피는 생산지의 농부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친환경 농법을 통해 생태계를 보호하며 재배된 커피를 의미하는데, 소비자들도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런 카페들을 찾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농업에 기여하려는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커피 찌꺼기를 사용해 ‘커피 토양’을 만들어 농작물 재배에 활용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폐기물을 줄이고 농업에도 기여하는 순환 경제를 구현할 수 있기에 신선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 브랜드들이 가상 카페를 개설하거나 커피와 관련된 활동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는 MZ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 퀴즈와 같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브랜드와의 친밀도를 쌓고 있다. 일부 커피 브랜드와 로스터리 카페는 메타버스에서 커피와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함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요즘 소비자들에게 로스팅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커피 마케팅에서 벗어나 트렌드에 발맞춘 혁신적인 수단으로 보인다. 오늘날 커피 문화는 단순히 소비 차원을 넘어서 문화와 사회, 환경을 아우르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커피는 한국이 사회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같이 성장해 온 만큼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문화의 역사이다. 이윤진 기자
제 741 호 2030 세대의 새로운 건강 트렌드, 저속 노화
2030 세대의새로운건강트렌드, 저속노화 2030 세대의 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갓생’을 외치며 밤을 새우거나 일주일에 운동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이가 대다수이다. 신선한 식자재를 직접 사서 요리해 먹거나, 야채나 과일 같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음식보다는 싸고 간편한 가공식품과 배달음식을 섭취한다. 이러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은 단순한 비만,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으로 이질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 ‘202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30 세대의 비만율은 2010년 각 20.5%(19~29세), 31%(30~39세)에서 2022년 31.1%(19~29세), 39.8%(30~39세)로 증가했다. 단순한 건강 악화가 아닌 심각한 성인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간헐적 단식, 과일 채소식단, 원푸드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의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운 등장한 건강트랜드로 저속노화가 주목받고 있다. 저속 노화란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여성 86세, 남성 80세이다. 반면에 실제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치인 건강수명은 70.5세로 기대수명만큼 높지 않다. 인생의 20년은 아픈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통계청 ‘202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30 세대의 비만율은 2010년 대비 약 10% 가까이 증가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도 2005년 대비 2021년 남성은 3.5배, 여성은 3.0배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아산병원 노년 내과 의사인 정희원 교수가 X(구 트위터)에 저속노화 식사법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2030 세대에 저속 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기대 수명에 못 미치는 건강 수명과 함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성인병이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많은 2030 세대가 저속 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노화가 얼마나 건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를 가리켜 내재역량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이에 비해 향상된 내재역량을 가진 사람은 노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노화 속도가 빨라 젊은 나이에도 만성질환을 겪을 수 있다. 이때 내재 역량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속 노화란 내재 역량을 높여서 노화 속도를 늦추는 삶의 방식, 선천적인 노화 요인은 피할 수 없지만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긍정적인 인생관과 저속노화 식단 저속 노화는 식습관, 생활 패턴, 마인드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식습관은 흔히들 말하는 저속 노화 식단(MIND 식사법)으로 노화를 늦추는 음식 위주로 구성된 식단이다. 주로 잡곡밥과 신선한 채소, 단백질 등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액상과당이나 단순 당류, 밀가루나 흰쌀밥 같은 정제곡물이 아닌 현미·렌틸콩·귀리 등의 잡곡을 섞은 밥과 두부·나물·생선 등의 반찬, 신선한 채소와 달지 않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뇌 건강, 치매 예방과 관련된 음식과 영양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장수를 강조하는 지중해식 식단과 성인병에 집중한 대시(DASH) 식단과 다르다. 그렇기에 뇌 건강은 물론이고 체중과 혈당 조절 등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남들이 10년 나이 드는 동안 2.5년만 노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래 표를 참고하여 현재 본인의 식단을 점검해 보도록 하자. ▲저속 노화 식단 점수표 (사진:https://blog.naver.com/womansenseofficial/223646078713) 생활습관으로는 유산소/근력 운동, 금연/절주, 충분한 수면 등이 있다. 저속 노화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마인드셋으로,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켜 서서 자극적인 음식과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동적인 도파민을 추구하기보다는, 독서와 운동과 같은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도파민을 추구하는 것이다. ▲저속 노화 실천 방식 (사진:https://www-dbpia-co-kr.libproxy.smuc.ac.kr/pdf/pdfView.do?nodeId=NODE11840882) 저속 노화 방식의 가장 큰 효과는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만성질환의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2030 세대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젊은 나이에 저속 노화와 관련된 습관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우리나라의 연구 결과를 보면, 66세 한국인 96만 8885명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노쇠 정도에 따른 10년 내 사망률과 노화에 따른 질환 발생률을 추적/관찰한 결과 젊을 때 가속노화 습관이 든 사람은 10년 뒤인 76세 때 사망 위험이 4.43배나 더 컸으며, 장기 요양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확률은 11배나 됐다. 저속 노화 유행의 산업적 측면 저속노화 트랜드는 산업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저속 노화가 다양한 품목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식품뿐만 아니라 피부, 생활습관, 뷰티까지 연결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올해 들어 ‘햇반 곤약밥’의 판매량은 월평균 23.5% 증가했다. 올리브영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고려하여 슬로우 에이징(저속 노화) 관련 기획전을 열어 작년 대비 67% 가까이 슬로우 에이징 관련 상품의 매출을 높였다. ▲ 슬로우 에이징 관련 올리브영 기획전(사진: https://biz.heraldcorp.com/article/3851282) 대학생 건강 위기, 저속 노화로 해결 2030 세대의 건강 문제에 대학생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대학생이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식습관 문제로 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주거 비용, 교육비, 식비 등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매번 건강한 식사재를 구입해서 요리해 먹거나 비싼 비용을 주고 건강을 관리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건강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절식과 규칙적인 기상과 취침 시간, 충분한 수면 시간을 실천해 볼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해 먹기보다는, 편리하게 구매해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이나 배달음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식습관은 몸 안의 세포를 손상시키고 성인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절식은 다양한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신체의 오토파지(자가포식)라는 기전을 작동시키고 이는 몸의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세포소기관을 청소하는 효과가 있다. 깨끗한 세포 환경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규칙적인 기상과 취침 시간, 충분한 수면 시간은 저속 노화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실천해 볼 만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첫걸음, 저속 노화 기대 수명이 점차 높아지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저속 노화는 단지 특정 시기의 유행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건강한 삶을 위한 방법으로 주목받을 것이다. 특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불규칙한 생활과 잘못된 식습관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2030 세대에게 중요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김지연기자
제 740 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1년, 세계는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1년, 세계는 지금 가자 전쟁 발발 1년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 시민 2천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전쟁 반대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국내 21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주최한 ‘가자 학살 1년 10·6 국제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모인 이들은 “이스라엘은 가자 학살 당장 멈춰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다음 날인 6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주변에서도 재한 팔레스타인인과 시민단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가자학살 1년 10.6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2024년 6월 23일 종각역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 규탄 집회 (사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PYH20240623063000013?input=1196m) 1년째 계속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1년을 맞으면서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4만1825명(지난 5일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달하는 등 인명피해가 커지자,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의 학살 중단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이 시위의 주축이 되는 사건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일부인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가자 지구의 무력 침공 혹은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다. 이스라엘은 반격으로 대응하며 2023년 10월 8일 하마스에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더불어 10월 6일은 아랍 측에서 이스라엘을 불시에 공격한 또 다른 날인 1973년 10월 전쟁(4차 중동전쟁) 개전일 50주년 이었다. 이 전쟁은 6년 앞서 벌어진 1967년 6월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일어났다. 1967년부터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그 후손들은 가자지구,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군대와 정착촌은 철수했으나, 2006년 가자지구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이스라엘은 안보를 이유로 가자지구의 국경을 봉쇄하면서 가자지구는 ‘지붕 없는 감옥’이 되었다. ▲처참하게 부서진 가자지구 난민촌 (사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23055300009?input=1195m)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가자지구는 경제시설과 인프라가 황폐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가자지구 전쟁의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가 전쟁 이전의 경제수준으로 돌아가려면 350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측은 공격 대상 건물에 있는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는 이런 '경고'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화해야 할 인도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명 이상이 피난을 떠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재까지 87% 이상 학교가 공습에 부서져 기능을 잃었다고 파악됐다. 10월 7일, 유엔 인도적업무조정실(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가자지구 내 전체 학교 건물 564개 중 493개(87%) 이상이 파손됐다. 이에 대해 유엔은 학교 기능의 상실은 아동의 학습권을 빼앗는 반인도적 문제일 뿐 아니라 이 지역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촌 곳곳에서의 시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커지자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집회와 시위가 일어났다. 집회 및 시위의 주된 내용은 이스라엘의 학살 중단과 이스라엘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무기 공급 지원 중단 요구다. 국내에서는 10월 5일,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215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 즉각 중단하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군사점령 중단하라", "Stop Arming Israel(이스라엘 무장지원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6일에는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에서 집회가 열렸다. 재한 팔레스타인인과 팔레스타인 연대 시민단체가 '가자학살 1년 10.6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통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10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가자지구 학살 1년, 10.6 국제 행동의 날' 집회 (사진: 연합뉴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353409 ) 10월 5일 영국 런던에서는 약 4만 명의 시위대가 중심부를 행진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잔혹 행위를 규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레바논, 예멘, 이란에서 계속해서 잔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단순히 립서비스만 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6,000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레바논에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수천 명이 광장에 모여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약 1,000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대량학살 1년”이라고 외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으며, 함부르크에서도 950여 명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대량학살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10월 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된 휴전 촉구 시위 (사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06000600109?input=1195m )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지속적인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해 왔지만,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과 최근 레바논 공습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위권은 외국으로부터 불법적 침해를 당할 경우, 자국의 권리와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제법상 인정되는 권리이다. ▲10월 7일 열린 미국 컬럼비아 대학 내 반전 시위 (사진: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826448&plink=SHARE&cooper=COPY ) 지구촌에서 사라진 평화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예멘 내전과 시리아 내전, 아프리카 수단 분쟁 등의 폭력과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21세기의 전쟁은 과거처럼 단순 영토 확장의 목적이 아니다. 여러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잘잘못을 따지기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한 가지는 전쟁이 수많은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위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 갈등을 멈추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기울여야 할 노력이다. 평화는 노력 끝에 얻는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은탁 기자, 변의정 수습기자
제 739 호 ‘나혼자산다’···. 1인 가구 천만 세대
‘나혼자산다’···. 1인 가구 천만 세대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 올해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하여 전체 주민등록 가구의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인 가구는 학업과 직장을 위해 독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세대층에서 확산되고 있다. 1인 가구는 비교적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으며 고립 위험도가 높아 사회적 우려가 높다. 증가하는 1인 가구의 현황과 사회적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1인 가구 증가 현황 통계청이 2023년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수는 750만 2천가구로 전체 가구(2177만 4천가구)의 34.5%를 차지했다. 2인 가구(28.8%)와 3인 가구(19.2%), 4인 이상 가구(17.6%)의 수치를 크게 뛰어넘는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27.2%에서 2019년 30.2%로 30%를 넘어섰으며 이후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주로 청년 세대와 고령층이 많으며, 39살 이하와 60살 이상이 각각 전체 1인 가구의 36.5%, 35.3%를 차지했다. ▲1인 가구 현황 그래프. (사진: 통계청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20052.html) 1인 가구의 형태와 유형 1인 가구의 유형은 고령화, 미혼인구 증가, 개인주의 가치 확산 등의 이유로 다양한 연령층에 분포한다. 청년층의 경우 결혼을 통한 가족 형성이 줄어들고, 이혼율 역시 증가하며 1인 가구가 증가했다. 중장년층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를 외국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1인 가구가 되는 등,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며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도 심화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1인가구 중 30대 이하 비중이 36.6%(270만7000가구)로 가장 높다. 그러나 30년 뒤에는 70대 이상 1인 가구가 42.2%(406만3000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1인 가구의 비중은 2022년 기준 18.7%에서 2052년 6.9%로 줄어든다. 20대 1인 가구의 경우 적은 소득으로 월세를 감당하느라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30~40대의 경우 월급은 늘었지만 지출도 그만큼 많아 결혼이 어렵다. 이에 따라 본업 외의 직업을 가지는 경우도 늘었다. 50대 1인 가구의 문제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고립이다. 조기 퇴직 시 정서적·심리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특히 중년 이혼 남성의 경우,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경우 배우자와의 사별 요인이 많아 심리적 지원이 요구된다. 노인빈곤율이 높음에 따라 소득 격차가 가장 큰 세대여서 복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2022년 취약계층 중심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169만9천가구 가운데 1인 가구수는 123만5천가구로 전체의 72.6%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5년 60.3%에서 매년 상승세를 보이며 2021년 70.9%로 처음 70%를 넘어섰다. 필요한 대응은 이처럼 세대별·연령별로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은 개인·가정·사회 등의 요인에 따라 다양하다. 다양한 측면의 지원으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복지 측면에서는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현재 고령층 1인 가구를 위한 방문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각 연령층별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맞춤 소모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 생활비 지원도 요구된다. 주거 측면에서는 소형 아파트, 원룸 등 맞춤형 주거 공급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이나 청년, 고령층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확충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1인 가구의 소비 양상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위하여 산업을 격려해야 한다. 소포장 식품, 소형 가전제품, 1인 가구 맞춤형 금융 상품 등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1인 가구 지원에 따른 사회적 복지 비용의 증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정부는 최근 고립·은둔 청년을 심각한 문제로 지목하며, 2025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올해 대비 7.4%, 약 8조 6120억 원 가량 증액했다. 한편 지자체에서는 1인 가구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6일까지 1인가구를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 받는 ‘경기도 1인 가구 정책제안 공모전’을 개최했다. 경기도의 1인 가구는 171만 가구이며, 도 전체 가구 가운데 31.2%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의 1인 가구 수는 2020년부터 매년 전국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기도 1인 가구 정책제안 공모전 (사진: 경기도청 https://www.gg.go.kr)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는 성남시는 성남시 1인 가구 힐링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병원 안심 동행’, 1인 가구에게 취미 공간을 제공하는 ‘힐링 키친’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특별시 중구에서는 1인 가구가 밀집한 광희동 주민을 대상으로 ‘우리집 상자텃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정원사의 특강, 모종 심기 등의 활동으로 운영되었으며 공모를 통한 자치특화사업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종료 후에도 SNS를 통해 서로의 식물 성장 과정을 공유하며 소통할 예정이다. 텃밭 수확 작물 중 일부는 관내 경로당 어르신들께 전달하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눌 예정이다. 이은탁 기자
제 739 호 응급실 뺑뺑이, 도로 위 사라지는 골든 타임
응급실 뺑뺑이, 도로 위 사라지는 골든 타임 9월 30일 기준 구독자 8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강대불(본명 강태원, 28세)은 지난 6일 ‘베트남에서 죽다 살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는 병원 4곳에서 응급 병상이 부족하고 환자가 의식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다섯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야 겨우 CT 촬영 등의 조치를 받았다. 병원들이 환자를 떠미는 사이 강 씨는 의식을 잃었고, 마지막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2시간가량이 소요됐다고 한다. 함께 병원을 찾아 헤맨 유튜버는“혹시나 모를 뇌출혈이 있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유튜버들의 이야기로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은 응급실 뺑뺑이 사건들. 이 밖에도 열과 경련 증상을 일으켜 병원 응급실을 찾던 2살 아기가 11곳에서 진료를 거부당해 의식 불명에 빠지거나, 급성 심혈관질환의 50대 남성 환자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 등 시내 15개의 병원이 수용을 거부했고, 5시간이 지난 뒤에야 울산시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진 환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응급실 적정시간 내 응급실 미도착률 통계 (사진: https://www.sedaily.com/NewsView/29OCMB0CNT) 의료파업 경과와 현재 올해 초 정부가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확대해, 2035년까지 의사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의과 대학 정원 대폭 확대 지침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사 단체 간 갈등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 인력 부족과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정부 측과 의료 인력 분배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의사단체의 대립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2월,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해,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들까지 참여해 일부 병원에서는 외래 진료가 축소되거나 중단되었다. 응급 환자 처치와 중증 환자 진료는 계속되고 있지만, 수술이 연기되는 등 의료 서비스에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군 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을 동원하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 간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파업은 현재까지도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정 갈등 사이 의료 서비스의 혼란에 대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국민들은 고통과 불안을 호소하며 길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사진: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jqex759wvko) 의료 인력 부족, 절대적인 수보다 핵심을 봐야만 의정갈등으로 소위 응급실뺑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전문의 부재’가 36.5%로 가장 높았다. 이송된 응급환자의 처치를 위해서는 응급실 의사뿐만 아니라 입원 치료를 이어갈 전문의가 필요한데, 희귀질환도 아닌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조차 대응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업에서 활동 중인 의료진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근무 환경이 열악해지고, 의료 서비스의 질은 자연스레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문제를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 단위 인구당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므로 의사 인력 증원은 필요하다는 주장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반드시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우리나라 의료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은 ‘필수진료’ 과목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는 모순은 해결되지 않고 의사의 절대적인 수만 늘어나는 표면적인 해결책이다. 현재 의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필수진료과 의사부족 문제는 중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등 수입이 다른 과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소위 ‘비인기과’로 전락한 필수과목에 대한 ‘수련 수당’을 마련하고, ‘필수 의료’ 영역에 수가를 인상해 의사 인력 배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흉부외과, 외과 등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수련 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공의 확보에 실패했다. ‘인기과’는 수련 수당이 아니라 개원 시 가격 조정이 가능해 경제적으로 유리한 비급여 진료가 많을 때 결정된다. 소아청소년과 등의 기피 진료과에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도 비급여 진료 등 영리적 의료 영역이 올려놓은 수익 수준에 맞춰 공공 수가를 인상하는 정책은 지속 불가능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도 산부인과 분만 수가를 늘려놨지만, 오히려 봉직의들이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해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낮아지는 출산율 속, 의료 서비스의 수가 억제로 여전히 낮은 수익성과 높은 업무 강도, 의료사고 책임 압박은 의사 개인의 부담을 더욱 증가시킨다. 응급실 과밀화 및 규제 한편, 응급실 과밀화 및 개인과 병원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응급실 규제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에 따르면 시설과 인력,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 부족으로 응급환자 수용이 곤란한 경우라 하더라도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선정한 응급의료기관은 중증응급환자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응급환자 이송 지연의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환자 거부 탓으로 돌려,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응급의료기관 수술 가능 여부 등은 이미 중앙응급의료센터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을 통한 실시간 조회가 가능한 만큼 이를 다시 확인하도록 한 것은 행정적 중복규제에 불과하며, 이같은 행정조치를 이행하느라 오히려 다른 응급환자의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전국 응급의료취약지 (사진: 〈2022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김승현·신한수·허은정·임도희·김의정, 국립중앙의료원, 2022, p.106)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그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 한정된 응급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응급의료시스템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응급의료는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주 핵심이지만 우리나라에 이러한 체계가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은 전무하다는 것 역시 문제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도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119구급차 이용 부담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경증 환자들도 119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실을 이용하고 있다. 이 경증 환자 중에는 외래의 긴 줄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대형병원 입원 병상이 부족할 때 응급실 병상을 대체제로 이용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률안에 따르면, 지역의 모든 의료 기관이 응급환자 수용 곤란 의사를 통보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119구급상황 관리센터는 임의로 이송병원을 선정해 해당 환자를 이송할 수 있으며, 배정받은 의료기관은 천재지변이 없는 이상 아무리 시설, 인력,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이 부족할지라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렇게 해줄 것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받은 병원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야 한다. 게다가 해당 지침에는 무리하게 환자를 받은 의료기관에 대한 책임소재 면책에 대한 내용은 물론 최종 치료가 불가능해 재이송한 데 대한 책임마저 개인과 병원에게 묻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의료소송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들로서는 해당 지침안이 시행될 경우 수억원 대 소송은 물론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법원에서는 ‘최종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왜 환자를 받았냐’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이처럼 개인, 병원에게 압박을 주는 규제들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 파업, 그 이후 현재 응급실에서는 여전히 긴 대기시간 속 높아지는 환자들의 불안과 의료진의 스트레스 및 과도한 업무 강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 의료 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많은 이들이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이하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제시한 ‘의사 집단행동 대비 비상 진료 건강보험 추가지원 방안’은 중증 수술의 수가 인상, 입원환자 진료 공백 방지를 위한 정책 수가 신설 등으로 매달 약 1,882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지난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필수 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1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정부의 초점이 ‘의사 증원’보다는 ‘의료 수가 인상’에 맞춰져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 수가 인상과 10조 이상의 추가 투입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면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이 불가피하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건강보험 보장률 감소로 이어진다. 그리고 줄어든 건강보험의 자리는 민간 의료보험이 차지하게 된다. 의료 민영화는 현재의 의료 서비스의 질을 더욱 저하할 우려가 있으며, 경제적 여건에 따라 의료 접근성이 불균형해질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반발하고 있는 안건이다. 민간 의료 기관들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응급 치료나 저소득층 환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 소극적일 수 있기에 민영화가 진행될수록, 의료 서비스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피해는 취약계층에 크게 돌아가기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의대 정원 증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커진 반발과 여파가 다시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정책 시행에 있어 교육정책의 지침 및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 의료 인력의 필요성과 배치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둥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검토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곽민진 기자
제 738 호 자연의 소중한 보물 습지
자연의 소중한 보물 습지 팔현습지는 대구 팔현마을 주변 금호강 내에 발달한 하천 습지로, 왜가리가 서식할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우수하여 팔현습지 일대는 팔현마을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런 팔현습지 주변에서 지난해부터 시끄러운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금호강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실시하면서, 팔현습지 주변에 탐방로와 고수부지 정비, 제방 축제 진행을 위해 안심습지와 금강습지, 팔현습지 사이에 탐방로를 만들고, 조류 관찰대,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구지역의 환경단체들은 현재 팔현습지에서는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보존이 시급한 습지에 '단순히 탐방로 조성을 위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망가뜨리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강력하게 보존을 주장하는 습지는 무엇이며 습지의 가치는 무엇인가? ▲ 팔현습지 (사진:https://www.grandculture.net/daegu/toc/GC40000203) 습지란 습지(wetland)는 기본적으로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으로, 물이 환경 및 그 환경과 연관된 동식물의 서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역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물이 생물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땅을 말한다. 국내 습지 보전법 제2조 1항에서는 ‘습지란 함은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관계없이 담수·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와 연안습지, 인공습지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륙습지는 ‘육지 또는 섬 안에 있는 호, 소, 늪 하천 또는 하구 등의 지역’, 연안습지는 ‘만조시에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으로부터 간조시에 바다 쪽으로 수심 6m까지의 지역’, 인공습지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복원된 습지’를 의미한다. ▲ 습지의 정의 (사진:https://www.grandculture.net/daegu/toc/GC40000203) 람사르 협약에서는 ‘습지란 자연 또는 인공이든, 영구적 또는 일시적이든, 정수 또는 유수이든, 담수, 기수 혹은 염수이든, 간조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곳을 포함하는 늪, 습원, 이탄지, 물이 있는 지역’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이와 다르게 습지 보전법 제2조 1항에서는 습지에 인접한 하천변과 섬, 그리고 습지 내 있는 저수위시 6m를 초과하는 해양도 함께 고려되고 있으며, 양어장, 농경지 연못, 관수 농경지, 저수지, 운하 등과 같은 곳도 습지로 분류하고 있다. 습지의 유형과 습지보호지역 현황 습지는 물의 원천, 우점식생, 규모, 위치,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과정 및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류체계는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에서 마련한 ‘습지 유형 분류체계’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람사르 협약에서의 ‘습지 유형 분류체계’와 이를 기초로 국내 실정에 맞게 환경부에서 수정한 ‘국가 습지 유형 분류체계’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국가 습지 유형 분류체계’는 국내 습지를 연안습지와 내륙습지, 인공습지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소분류를 통해 총 35개의 습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습지는 습지 보전법의 지정 기준에 맞춰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자연생태 핵심지역으로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 관리하고 있다. ▲ 우리나라 습지 현황 지도 (사진:https://www.nie.re.kr/nie/main/contents.do?menuNo=200293) 습지의 가치 현재까지 알려진 습지의 역할은 홍수조절, 해안선의 안정화 및 폭풍 방지, 영양분과 먹이의 공급, 기후 조절, 수질정화, 생물종 다양성 유지, 생산, 여가 활동과 관광 기능이 있다. 첫째, 습지는 토사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홍수가 발생하였을 때 하천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춰 홍수를 조절에 큰 역할을 한다. 둘째, 연안습지는 폭풍이나 다른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큰 파도로부터 육지를 보호하고, 해상으로부터 육지로 들어오는 각종 물질을 습지 내에서 최적시켜 해안선을 안정화하고 폭풍을 방지한다. 셋째, 습지는 물의 이동을 지연시키며 영양분과 각종 퇴적물을 함유하고, 습지생태계의 다양한 생물상을 유지시키는 먹이와 영양분의 공급처이다. 넷째, 습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을 차단하여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하고, 미시적 측면에서는 특정 지역의 국지적인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다섯째, 습지의 식물 및 토양은 인, 질소 등의 과잉 영양소를 처리하므로써 수질을 정화한다. 여섯째, 담수습지는 생물종 다양성을 지닌고 있는데 전 세계 생물종의 40% 이상, 특히 포유류의 12%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일부 습지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중요한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일곱째, 습지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어패류와 같은 음식과 목재, 땔감 등 각종 생활 물품들을 제공하는 생산의 기능을 한다.여덟째, 습지는 생태관광지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며, 환경교육을 위한 장소로서의 가치도 높다. ▲ 우포늪 홍수 전,중,후 모습(출처: https://gnse.gne.go.kr/upo/cm/cntnts/cntntsView.do?mi=3792&cntntsId=2327) 이렇듯 습지는 지구의 수많은 화학, 물리 및 유전인자의 원천, 저장소 및 변화의 산실로서 인류에게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는 자연현상 및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된 유ㆍ무기질 물질을 변화시키고, 수문ㆍ수리ㆍ화학적 순환을 시키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수질을 정화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습지는 "자연의 콩팥"이란 용어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습지는 다양한 기능을 하며, 아름답고도 특이한 심미적 경관을 만들어낸다. 습지가 갖고 있는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발전에 따른 경작지 및 도시 확장 등의 개발을 위해 습지 매립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많은 습지 서식지가 훼손 또는 소멸되었다. 그러나 개발 및 이용의 대상으로부터 보존 및 복원의 대상으로 자연의 패러다임이 변해감에 따라 습지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들 중 하나의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개발 논리에 의해 습지를 메우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훼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구의 팔현습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습지 훼손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습지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큰 기능을 하고 있다. 개발의 논리에 밀려 훼손되면 복원하기 힘든 습지의 경제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고 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정소영, 김지연 기자
제 738 호 갑자기 꺼지는 땅, 싱크홀 불안감 고조
갑자기 꺼지는 땅, 싱크홀 불안감 고조 지난 8월 연희동 고가 차도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인 차량이 싱크홀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2세 남성 운전자는 중상, 조수석의 70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잦은 싱크홀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건은 이번 사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이전의 비슷한 사건들을 파헤쳐 보고 사고의 예방 방법도 알아보고자 한다. 싱크홀이란? 싱크홀은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는 지하의 토양이나 암석이 침식되어 발생하는 지반의 갑작스러운 함몰 현상으로 최근 몇 년간 여러 사고가 발생하였다. 싱크홀은 도로 표면에 아스콘 노후화, 자재 불량, 과도한 차량 통행 등에 의해 포장면이 국부적으로 떨어져 나가 파손되는 현상인 ‘포트홀’ 현상보다 크기가 매우 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연희동 싱크홀 사건 당시 모습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1015823?sid=102) 싱크홀 사건 재조명 최근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건은 지형적 특성, 기상 영향, 지하 매설물, 주변 공사장 영향 등으로 도로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사건은 차가 정상적으로 도로를 지나다가 갑자기 땅이 차 모양대로 무너졌다는 사실이 시민들에게 더욱 불안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싱크홀 사건이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서울 잠실 석촌호수 인근 지하차도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싱크홀이 발생하자 원인을 조사하지 않고 싱크홀을 메워버려 이틀 후에 다시 싱크홀이 생기고 말았다. 당시 잠실에서는 8건의 싱크홀이 발견되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했을 시기에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고 있었기에 공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건물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었다. 잠실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발생하여 시민들은 이 건물에 대해 안전정밀진단을 해야 한다며 조사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타워 건설 문제가 아니라 노후화된 하수관 파손에 의한 것이었다.”라며 반박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싱크홀에 대해 알기 시작했고 롯데 측은 시민들 불안감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 ▲2014년 잠실 싱크홀 사건 당시 모습 (출처: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14364) 잠실 사건 이후부터는 전국에서 싱크홀 사건이 많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하여 차 한 대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2020년 광주광역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 발생 사건, 2022년 인천 부평구에서 싱크홀 발생으로 인근 도로와 상가 일부가 침하된 사건 등 작고 큰 싱크홀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희동 사건 이후에도 구로구, 송파구, 서대문구, 강남구 등 싱크홀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싱크홀, 원인은 싱크홀(sinkhole)은 말 그대로 가라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자연적인 싱크홀의 경우, 땅속에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다. 지층이 어긋나며 길게 균열이 나 있는 ‘균열대’를 채우던 지하수가 사라지면, 땅속에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주저앉게 된다. 땅이 막대한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가라앉게 되는 것이며, 사라지는 지하수의 양이 많을수록 싱크홀의 규모도 커진다. 상하수관의 부실 및 손상 역시 주된 원인이다. 오래되어 약해진 상하수관이 외부의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 균열이 생기고, 그 사이로 물과 함께 흙이 쓸려나가면서 땅속에 구멍이 만들어진다. 그 구멍이 땅의 무게나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꺼지며 싱크홀이 만들어진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싱크홀 사고 총 957건 중 절반 이상이 상하수관의 손상 및 부실로 발생했다. 상하수관은 만들어진 지 약 20년이 지나면 노후화되었다고 판단하는데, 현재 이 노후화된 상하수관이 전국 상하수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4년 9월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지반침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싱크홀 사고는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으로 해마다 평균 191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와 하수관 결함 탐지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싱크홀 사고는 2021년 11건에서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 등 증가 추세이며, 올해 들어서도 크고 작은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이용되는 GPR(지표투과레이더)은 지반을 조사하기 위해 전자기파를 쏴서 땅 밑의 구조·시설물 등을 파악하는 장비이다. 다만 장비의 주파수에 따라 조사할 수 있는 땅의 깊이가 달라, 싱크홀을 미리 알아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싱크홀 사고의 예방을 위하여, 우선 노후 상하수관 교체가 시급하다. 다만 서울시 내의 상하수관 교체에만 약 3조 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에 전국의 상하수관 교체가 언제쯤 완료될지는 미지수이다. 2014년부터 상하수도, 전기 등의 각종 지하시설물 정보를 모은 ‘지하 공간 통합 지도’가 구축되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다. 지하의 시설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지하 공간 통합 지도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분석 역시 중요하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기 때문에 지역별 토양에 흡수된 수량을 추적 관찰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이윤진 기자, 이은탁 기자
제 737 호 “혹시 내 사진도?”... 딥페이크 공유방의 확산과 문제점
“혹시 내 사진도?”... 딥페이크 공유방의 확산과 문제점 최근 한 대학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유포된 사건이 드러난 이후 비슷한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로,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해 영상물로 편집할 수 있다. 딥페이크의 특성상, 성범죄물의 불특정 대상이 본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성범죄물 공유방이 된 텔레그램 대화방의 실태 대학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물 공유방 사건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일명 ‘서울대 N번방’ 사건부터이다. 최근 서울대 출신 남성들이 2021년부터 동문 여성들을 상대로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했다가 지난 5월 경찰에 구속되었다. 피의자들이 4년에 걸쳐 범행을 이어나가면서 텔레그램에서 개설한 방은 200여 개, 방마다 참여 인원은 50명에 달했다. 처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서울대 학생들이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거나 불송치 종결하여 피의자들의 구속은 쉽지 않았다. 재수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주범을 검거하는 데에는 ‘추적단 불꽃‘의 협조가 있었는데 ‘추적단 불꽃은 5년 전 ’N번방‘ 사건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던 곳이다. 이들은 텔레그램 방에 들어간 뒤 2년간 잠복 끝에 주범을 유인해 경찰이 검거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 딥페이크 연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https://m.gettyimagesbank.com/view/) 서울대 성범죄물 사건에 이어 대학 단위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20년부터 운영된 이 대화방의 참가자는 1200여 명에 이르고 피해자 상당수는 인천의 한 대학 소속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대학생 피해자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해 대화방에 공유했고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까지 공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딥페이크 합성물 피해자는 일부 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학별 ‘겹지방’이 존재한 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더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겹지방’은 SNS에서 겹치는 친구가 있는 사 람을 뜻하는 ‘겹친’에서 파생됐다. 이 대화방에서는 자신의 지인을 특정하고 겹치는 지인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아는 사람을 찾으면 그 지인의 사진을 활용해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어 공유한다. 대학별 ‘겹지방’에는 약 35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별로 개별 대화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는 10대 사이에서도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중학생들이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여학생과 여교사에 대한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SNS에 공유한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 지역에서 청소년이 만든 딥페이크 관련된 성범죄가 10건 넘게 적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10대들의 딥페이크 사건 논란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텔레그램 피해자 명단’, ‘딥페이크 가해자 학교’ 등의 피해자와 가해자 명단이 공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본인 SNS에 업로드한 사진들을 삭제하라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중이다. 성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 딥페이크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잇달아 벌어지는 가운데, 참여 인원만 22만여 명에 이르는 불법 합성물 제작 텔레그램 채널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합성물 텔레그램 채널은 X(구 트위터)에서 간단한 검색으로 접근이 가능한데다, 제작한 불법 합성물을 유료화하여 수익 구조까지 갖추고 쉽게 번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는 흔히 알려진 성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Chat GPT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와 영상 제작의 접근성이 높아지며 문제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에서 총 76개의 선거가 예정돼 있어 관련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를 음성 AI로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전화를 하거나, 튀르키예에서 테러집단이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영상을 만들어 퍼뜨리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이렇듯 딥페이크는 가짜 여론 형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외에도 2019년, 영국에서 한 집단이 CEO의 목소리를 딥페이크로 만들어 재무 부서에 돈을 이체하도록 지시해 에너지 회사가 24만 달러를 사기당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금융 사기 범죄도 딥페이크를 이용하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 처벌과 대응 딥페이크의 이미지 및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얼굴과 성적인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신상 정보를 함께 유포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성범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비해 처벌의 형량이 약한 편이다. 딥페이크 범죄의 처벌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다. 제작 의뢰만 했거나 제작물 시청만 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설사 불법 합성물을 제작했다 하더라도 유포 목적이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하며, 텔레그램 등에서 불법 합성 성범죄물을 내려받아 소지, 시청한 이들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19살 미만 아동·청소년이 아닐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따로 없다. 또한 법정까지 가더라도, 합성 수준이 낮거나 가해자의 연령이 낮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지만 해도 처벌 대상인 불법 촬영물과는 달리, 허위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처벌이 느슨한 것이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촉법소년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처벌의 수위가 달라져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학교 현장 밀착형 특별 대책반’을 만들어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으니 불안감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몇 년 전 공론화됐던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법무부 산하 위원회는 디지털 범죄 대응 체계 개선을 위한 60여 개의 법률 조항을 제안했지만, 위원회가 해산되며 별다른 소득 없이 법률 제정이 일단락되었다. 최근 딥페이크 범죄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지난 8월 27일, 정부는 딥페이크를 마약과 같은 중범죄로 인식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딥페이크 범죄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의식의 각성 필요 딥페이크에 대한 도덕적 의식의 변화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 성과 사회적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재미나 호기심으로 이를 사용한다. 타 인의 인권과 감정을 존중하지 않고, 법적 및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그들의 문제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 딥페이크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교육과 법적 제재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법적 시스템과 사 회적 지원이 강화되어야만 이러한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윤진 기자, 이은탁 기자
제 737 호 기후 온난화, 폭염, 녹조
기후 온난화, 폭염, 녹조 유독 덥게 느껴지는 올여름, 밤낮을 가리지 않은 이 무더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199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긴 열대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대기 중 다량의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일으키면서, 낮의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아 전국적으로 장기간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폭염이란 폭염(暴炎)은 매우 심한 더위를 뜻하는 한자어로, 기상재해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동반한다. 폭염은 지난 2019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됐다. 직전 해인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기 때문이다. 폭염이 발생할 때 기상청에서는 폭염 특보를 내린다. 폭염 특보 중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최고 섭씨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폭염 일수인 22일은 평년 10.3일의 2배로, 역대 3번째로 길다. 열대야 일수는 19.2일로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인 1994년의 16.8일을 경신한 상태다. ▲ 평균기온, 열대야일수, 평균 해수면 온도면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올헤 여름 (사진: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05516841?OutUrl=naver) 폭염의 원인으로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지목됐다.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이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동시에 덮으면서 맑은 날이 지속됐고, 이로 인해 기온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또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 역시 늘어났다. 대기 중의 수증기는 비구름을 만들어 폭우를 부르고, 낮 동안 뜨거워진 지면의 열이 밤에도 식지 못하게 막아 더위를 강화한다. 기록적인 폭염에 기상청은 올해 중에 첫 폭염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백서에는 그간 우리나라가 겪은 폭염에 대한 기록과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물류노동자 폭염 투쟁 (사진: 뉴스1 https://www.news1.kr/photos/6847517) 폭염으로 인해 이번 여름 온열질환자는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8월 25일 기준, 폭염으로 313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9명이 사망했다. 기상에 큰 영향을 받는 직업군이 문제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6년간 온열질환자의 51.7%는 건설 현장, 73.3%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기는 힘들다. 가축의 경우 106만 마리가 폐사했고, 양식 어류도 2500만 마리 정도 폐사해 재산 피해 역시 크다. 폭염으로 인한 녹조 발생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식수에도 문제가 생겼다. 폭염으로 인한 녹조 현상으로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한강 팔당호에 6년 만에 ‘관심’ 단계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조류경보는 채취한 물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세포 수가 두 차례 연속 1mL당 1천 세포 이상 1만 세포 미만이면 ‘관심’, 1만 세포 이상 100만 세포 미만이면 ‘경계’, 100만 세포 이상이면 ‘대발생’으로 단계별 발령을 한다. 팔당호의 남조류 세포 수는 8월 12일은 8천 세포 이상, 19일은 9천 세포 이상으로 2회 연속 관심 단계 발령 기준을 초과해 조류경보가 내려졌다. 녹조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는 예년보다 폭염이 심각하고 많은 장맛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장맛비로 남조류 먹이인 질소, 인 등 영양염류가 육상에서 대량 유입되었고 폭염으로 표층 수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고수온을 좋아하는 유해 남조류가 다량으로 번식하면서 녹조가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팔당호 일대가 녹조로 초록빛을 띄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80898?sid=102)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팔당호에 녹조가 관측되면서 전국에서 먹는 물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먹는 물에는 이상이 없다”라고 했지만 녹조에 대한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수돗물의 냄새도 문제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수돗물에 냄새가 난다‘는 민원도 폭주하고 있다. 녹조가 심각해지면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인체에는 무해하고 음용도 가능하지만 불쾌해 수돗물을 사용하기 꺼려지는 것이 문제이다. 낙동강과 금강은 한강보다 먼저 녹조가 관측되어 금강은 ‘경계’ 단계, 낙동강은 ‘관심’ 단계가 발령되어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 지역 환경 단체는 낙동강의 조류독소 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다고 밝히면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피부 독성, 간 독성, 생식 독성을 지닌 발암 물질로 건강에 매우 안 좋은 에어로졸(다른 물질과 섞인 공기 혼합물)이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물환경 학회에 조사 검증을 맡긴 결과 조류독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통해 조류독소가 걸러지도록 하고 있기에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 환경부 수칙에 따르면 ‘관심’ 단계와 ‘경계’ 단계에서는 독소 분석을 강화하기 때문에 환경부의 조사를 믿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사 주체의 시각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일반적인 대중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녹조 현상 해결과 기후 위기 극복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한 정수장은 오존 투입량은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며 하굿둑과 연계해 물 흐름을 발생시켜 녹조를 줄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존 투입량 확대로는 냄새와 녹조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녹조는 태풍이 지나가면서 정화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중부지방의 녹조를 해소할 만한 태풍이 없어 녹조 현상이 해소될 수 없었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댐 방류량을 늘리고 차단막을 설치하고 자율주행 녹조 제거 로봇까지 투입하였지만 ‘폭염’의 여파를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정수장’, ‘AI 녹조제거선’ 등 ‘기후테크’라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기반 정수처리 시설로 녹조 대응 수위를 높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테크'의 실효성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폭염 재난의 강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심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UN은 최근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한 바 있다. 폭염과 이로 인한 녹조 현상은 기후 위기의 경보다. 기후 위기는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현세대와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폭염 외에도 혹한, 미세먼지, 산불, 해수 온도와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를 멈출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현세대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며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춰야 할 시점이다. 이은탁 기자, 이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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