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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36 호 큐텐 정산 지연 사태, 누구의 잘못인가

  • 작성일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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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338
곽민진

큐텐 정산 지연 사태, 누구의 잘못인가

  큐텐 정산 지연 사태로 인터넷이 뜨겁다. 사건의 중심인 큐텐은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한국계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회사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 Wish, 큐 익스프레스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큐텐의 존재감이 모호하지만, 동남아를 비롯한 중화권에서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 위메프로 더 알려져 있다. 


큐텐 정산 지연 사건 요약 및 발단

▲ 큐텐 앞 시위 현장 (사진 : http://m.segyefn.com/newsView/20240728506982)

  현재 큐텐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큐텐 및 계열사인 티몬, 위메프가 2023년 10월부터 판매자들에게 정산 주기를 변경한 이후 2024년 7월까지 판매자들의 대금을 지급, 정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 발단은 티몬이 6월 25일에 상반기 고객 감사라는 명목으로 먼저 티몬 캐시를 10% 할인하여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다시 티몬 캐시 10% 할인 딜을 했는데, 일부 캐시 구매자들은 티몬 캐시 60%를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하고 사용하지 않은 40%를 환불하면 클릭 몇 번으로 12만원 가량 차익을 남겼다. 

  티몬은 상반기에 도서문화상품권을 통상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선주문받은 후 다음 달에 보내주는 방식으로 판매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티몬캐시 핫딜 행사를 하자일각에서는 티몬이 할인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급전을 필요로 할 만큼 자금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큐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각각 새로운 정책 도입과 쿠폰 적용 오류 때문이며, 정산 지연 문제를 겪고 있는 셀러들과는 개별적으로 확인하여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당시의 사태가 정산 지연 문제를 비롯한 인수 관련 자금 문제 등과는 관련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선 7월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티몬은 정산 지연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과 달리 7월 22일, 티몬은 판매자를 대상으로 무기한 정산 지연을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셀러들이 대규모로 이탈했고, 소비자들을 비롯해 피해의 파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속 큐텐

  이커머스 기업은 크게 오픈마켓과 직매입으로 나눌 수 있다. 오픈마켓이 중개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다면, 직매입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배송하고 마진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티몬과 위메프는 할인 쿠폰 등을 파는 소셜커머스에서 2017년부터 업태를 오픈마켓으로 바꿨다. 직매입을 하는 쿠팡과 결정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중개 거래를 주선해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인 오픈마켓 사업의 구조상 매출보다 거래액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된 기준으로 작용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미 오픈마켓 경쟁력은 약화한 상태다. 네이버쇼핑이 2011년부터 이커머스를 개시하며 오픈마켓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더 이상 특정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네이버 검색만을 통해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이 G마켓이나 옥션 등에서 상품을 최종 구입하더라도 네이버쇼핑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후, 지속해서 하락세를 타던 오픈마켓과 다르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직매입 업체들은 새벽 배송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쿠팡, 컬리 등이 대표적으로, 이러한 직매입 업체들의 무서운 성장세에 밀려 큐텐은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메프를 헐값에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오픈마켓 사업성이 떨어진 덕이다. 구 대표 인수에는 손실이 나더라도 몸집만 키운다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상장을 위한 무리한 인수와 출혈경쟁을 통한 거래액 부풀리기 등과 같은 만연한 업계 관행이 거듭되며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큐텐 정산 지연 사태 원인 분석

  큐텐 측은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언급을 피하며, 전산 시스템 오류를 사태의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큐텐의 불안정한 재무 상태를 지적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1. 나스닥 상장 추진을 위한 무리한 인수 합병

▲ 큐텐 사태 관련 기사 (사진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72514404726933

  큐익스프레스는 큐텐 그룹의 물류를 총괄하는 유통기업으로, 이 회사의 실적을 늘려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 위시 등의 여러 쇼핑몰을 인수해 왔다. 그러나 이 선택이큐텐의 현금흐름과 자금 사정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위시의 인수가 결정타였는데, 위시는 2024년 2월 13일에 1억 7천 300만 달러로 직접 현금을 통해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한 큐텐이 급하게 위메프나 티몬 쪽 정산금을 끌어다 썼고, 결국 이걸 채우지 못해 사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정산지연 사태 이후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위시 인수 대금에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대금을 활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위시 인수 비용 중 현금은 400억 원에 불과하였으며, 한 달 내에 상환했다고 밝히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자금 유용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2. 상품권 선주문으로 정산 돌려막기

  티몬과 위메프는 구매 후 최대 60일이 지나면 판매자에게 구매 대금을 정산해야 하는데, 만기가 도래하자 현금이 없는 큐텐 측에서 계열사 상품권을 급하게 팔고 자금을 수혈해서 롤오버를 시켜 정산금을 지불해온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자사와 계열사가 판매자에게 정산해 줄 자금 마련을 위해 고객 돈으로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문제는 계열사 적자가 한두 달 정도가 아니라 만성적인 구조적 문제인지라 결국 큐텐 측은 또다시 이전의 정산금을 갚기 위한 '특별 딜' 명목으로 판 10% 할인권으로 생긴 손해를 해결하고자 또 다시 할인권을 팔아가며 돌려막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돌려막아야 하는 금액이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다.


3. 정산 주기 문제

  긴 정산 주기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타 쇼핑몰에 비해 정산 주기가 명백히 길다. 티몬과 위메프는 구매 후 최대 60일 이후에 판매 대금을 정산한다. 반면, 네이버쇼핑, G마켓/옥션, 11번가 등은 빠르면 구매 확정 다음 날, 늦어도 3일 후이며, 자동 구매 확정은 배송 완료일로부터 7일 내외로, 구매일부터 계산하면 열흘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아마존닷컴은 약 14일이고, 쿠팡도 기본 정산 주기 자체는 긴 편이나 빠른 정산을 선택할 수 있다.


사건 피해 파장 

  주요 거래관계이던 대형 유통업체와 주요 여행사들은 발 빠르게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같은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에서도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속속들이 공개되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티켓팅을 실시한 공연 업체들과 일반상품업체들의 소비자 보호 선언, 요기요의 상품권 회수, 큰 타격을 입은 해피머니 측까지 사건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특히 여행상품 문제에 대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휴가를 계획하며 미리 여행상품을 구매해 둔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이 재빠르게 대응해 항공권, 호텔 예약 등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고, 특히나 여행 상품은 피해가 연속적이다. 휴가 일정 및 비행기 푯값, 호텔 예약, 교통비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해당 상품을 재구매하거나,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하고 모든 상품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선택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대부분은 별다른 조치 없이 취소를 해버려 기존 예약가보다 훨씬 비싼 시장가에 재예약을 하거나 아예 예약조차 못 해 결국 휴가를 망쳤다며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예약이 가능한 업체도 환불은 중개사에 문의하라며 고객들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어, 이중 결제를 하는 등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실정이다. 


사건 대응

  이런 혼란 속에서 큐텐과 정부의 대응은 어떨까.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는 동시에 그 여파가 심상치 않아 수습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7월 중순즈음 큐텐 대표가 귀국해 티몬, 위메프 대표들과 논의한 것이 움직임의 시작이다. 이후 신규 정산 시스템, 환급 처리 및 정상화 노력 등등을 언급한 뒤 현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재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대응책은 아직 묘연한 상태다.

  대한민국 정부는 상황이 불거졌을 당시, 정산금 지급 지연으로 소상공인들이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중소기업부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급과 관련된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 큐텐 정부 지원 기사 (사진 : https://news.nate.com/view/20240816n01015)

  이후, 7월 25일 14시 30분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에 시장감시국 조사관을 투입하여 환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재화와 서비스 공급을 계약 내용에 따라 이행하고 있는지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최소 5,600억을 즉시 투입했다. 이와 함께 피해기업의 대출·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는 세정 지원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큐텐 자금 추적 과정에서 강한 불법 흔적을 발견하여 수사 의뢰 및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큐텐 정산 지연 사태, 생각해 봐야 할 점

  이번 큐텐 정산지연사태는 여러모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에서 나름 이름을 알리던 이커머스 기업의 몰락은 한 순간이었다. 이번 사건은 여러 기관, 소상공인들부터 일반 소비자들까지 그 여파가 광범위하다. 우리에게 가까운 누군가가 큰 피해를 입었고, 우리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즈음에서 동시에 기업의 윤리경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경영학에서 강조하고 있는 ESG, 윤리 경영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티몬, 위메프, 큐텐은 많은 이들과의 관계, 생사를 짊어진 거대한 기업이다. 돌려막기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기 이전에, 큐텐의 경영자들은 그 무게를 과연 인지하고 있었을지 의문이다. 

  한편공공기관이 영세 중소상인의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돕는다는 취지와 달리 충분한 검증 없이 부실기업을 지원해 오히려 소상공인 피해를 키운 건 아닌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티몬과 위메프는 2019년 자본잠식 상태였으나 이듬해인 2020년 중소기업유통센터 자체 선정위원회 평가에서 고점을 받아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자로 선정되었던 바 있다게다가 대금 정산·환불 불능으로 대규모 소비자·입점업체 피해를 부른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에 올해만 30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부실기업 지원 기준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국가 공공기관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방치하다가 애꿎은 소상공인과 소비자만 피해를 입게 됐다며 최근까지 문제의 업체와 판로진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 것은 무능함을 넘어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곽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