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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06 호 레고 랜드, 모두를 위한 테마파크일까?

  • 작성일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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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330
김지현

레고 랜드, 모두를 위한 테마파크일까? 

▲레고랜드 개장 (출처 : 레고 랜드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https://www.legoland.kr)


  2022년 5월 5일, 아시아에서는 4번째로 어린이날을 기하여 춘천 중도에서 레고 랜드 개장이 이뤄졌다. 레고 랜드 개장과 어린이들이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많은 언론은 국내 최초의 레고 랜드 개장을 크게 알렸었다. 하지만 그 일면에는 문화재 훼손이라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레고 랜드 코리아의 개장 전 당시의 과정, 문화제와 개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레고 랜드의 시작

▲레고 랜드 개발 전 유물 발굴 현장 (출처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70913164000005)


  레고 랜드는 처음부터 춘천에서 만들어질 예정이 아니었다. 레고 랜드를 운영하는 원래 레고 그룹은 1999년 경기도 이천시에 만들 예정이었다, 레고 그룹이 이천시에 그 당시 2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이후 2013년 강원도가 레고 랜드의 운영사인 멀린 엔터테인먼트, 레고 그룹과 1억 원 규모의 MOA 협의를 통해 춘천시 중도에 유치하게 된다. 중도에 유치하고 개발을 하던 중 한반도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유적지 관련해 회사와 강원도 측의 의견이 갈려 레고 랜드는 개발이 중지되었다가, 레고 랜드 부지에 유적공원, 유적박물관을 건립하는 조건을 가지고 협의해 2018년 다시 진행되고 개발되어 현재는 운영 중이다.



제기되는 문제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적지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레고 랜드 부지인 중도에서 발견된 유적과 유물은 세계적인 규모의 유적과 유물 발굴 사진을 보면 유적 대부분과 유물이 밀집·분포돼 있다. 수년간 발굴을 통해 청동기 환호(청동기시대부터 취락을 방어하기 위하여 시설된 도랑)와 원삼국(철기) 환호, 주거지 1,423기 유구 3,090기, 지석묘를 비롯한 분묘 166기 등 유구만 3,090기가 발견되었다. 금 귀걸이나 토기 같은 유물도 9,222점이나 나왔다. 수많은 유물과 유적지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유적지를 버리고 레고 랜드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유적지가 많은 중도에 레고 랜드가 지어질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던 레고 랜드 개발이 2014년과 2017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유구 일부와 유물을 보존할 유적공원, 유적박물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내주었던 것이었다. 박물관은 레고 랜드 완공과 함께 열 예정이었지만 이러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 속에 해결 방안인 유적박물관은 2023년 제공될 예정이다.



문제 발생 이유

  이러한 문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이뤄진 근본적인 이유는 돈이다. 테마파크 운영사와 강원도는 40여 개 놀이기구와 7개 테마 구역으로 이뤄진 레고 랜드가 어린이들의 천국이 될 것이라 말하면서,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레고 랜드를 찾아 5,900억 원가량의 경제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역사적인 유물의 가치보다는 지역 개발과 경제 효과가 지역민과 기업, 강원도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건설, ‘왕릉뷰 아파트’ 논란도 있다.김포에 존재하는 장릉은 사적 제208호 이자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에 있는 인조의 양친인 조선왕조의 추존 임금인 원종과 부인 인헌 왕후 구씨가 안장된 왕릉이다. 사적과 세계유산에서도 등재될 만큼 역사적, 유물적인 가치가 큰 존재이지만, 이번에 지어진 3,000개의 아파트가 왕릉의 경관을 해쳤다. 왕릉은 역사적인 가치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될 때, 등재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풍수지리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점수를 받아 등재되었다. 만약 아파트의 건설로 인해 조경적인 부분과 지리적인 부분을 해친다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되는 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김포 장릉은 단독으로 등재된 것이 아닌 40개의 유적지가 함께 묶여 등재되어 만약 김포 장릉이 등재 취소되면 다른 유적지도 같이 취소되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심각한 위험 요소가 확인되는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 유산 목록'에 올리고, 향후에도 개선이 없어 유산이 가진 탁월한 가치를 잃으면 등재 삭제를 검토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삭제된 세계문화유산은 1100여 건 중 3건에 불과하지만, 이 중 2건이 도시 재개발 강행으로 역사적 가치와 경관이 훼손됐단 이유로 삭제되었다는 점에서 장릉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 유네스코는 장릉을 비롯해 비슷한 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 태릉과 창릉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최근 문화재청 이와 관련한 조선왕릉 보전 현황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만약 철거가 진행되지 않아 개발에 성공하는 사례가 생길 경우, 전국의 문화재는 수익을 노리는 건설사들에 의해 유적지든 아니든 “일단 뭐라도 지어놓기만 하면' 입주민 보호와 철거의 어려움 것이다”라는 명분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전무해질 것이다. 당장 공사현장 작업 관계자부터 '다 지은 걸 어떻게 부수겠어요. 우리나라 정서상 허물긴 쉽지 않아요.'라고 인식하는 현재 상황에 이를 용인하면 당국의 허가도 기다리지 않은 채 바로 아파트를 짓고 나중에 벌금 몇 푼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앞으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법안은 있을까?

  공사 현장 인근에 문화재나 유물이 발견된다면, 착공 전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의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하며, 개발을 할 때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을 통해 문화재나 유물들이 손실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10년간 문화재 훼손 사례 291건 중 징역형은 2건, 벌금형은 43건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기소유예로 처리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모두가 원하는 유토피아

  레고 랜드나 에버랜드 등등 우리들의 여가 생활을 위한 다양한 장소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가 생활, 기업, 도시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의 역사적 유물이 훼손된다면 이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레고 랜드 이후에도 많은 건물 혹은 테마 파크가 계속해서 생겨질 것이다. 레고 랜드가 개장되고 난 이후 경상북도 측에서도 디즈니랜드를 한국에 유치시키기 위해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다. 현재 디즈니랜드 말고도 지어지는 수많은 테마파크, 개발지가 레고 랜드의 선례와는 다르게 과거의 모습 그대로의 유물의 보존과 그 건물 혹은 장소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원하고 즐기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 



정소영 기자, 장원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