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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52 호 잇따른 ‘폭발물 없는’ 폭발물 설치 신고

  • 작성일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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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2521
이은탁

잇따른 ‘폭발물 없는’ 폭발물 설치 신고


  8월 5일, 한 유튜브 영상에 '내일 신세계(백화점) 오후 5시 폭파한다'는 협박성 댓글이 달렸다. 댓글 한 줄의 여파는 컸다. 8월 6일, 경찰 특공대와 폭발물 처리반(EOD), 탐지견 운용 요원까지 총동원하여 주요 지점 수색 작전을 펼쳤지만, 폭발물은 없었다. 8월 한 달간, 이와 같은 허위 폭발물 설치 협박 신고는 수 차례 이어졌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신고가 이어졌다. 피의자들은 사건 직후 몇 시간 이내에 검거되었다.


▲8월 10일 접수된 폭발물 설치 신고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수색을 하는 모습. (사진: https://www.yna.co.kr/view/AKR20250829168800004?input=1195m )


허위 자작극, 범행 동기는


  8월 한 달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허위 폭발물 신고가 이어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건처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공간이 주로 표적이 되었다. 한 달간 이어진 모든 사건은 허위로 드러났으며,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장난이었다” 등의 진술을 반복했다.


  최근의 허위 폭발물 협박은 이전의 단순 허위 신고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우석대학교 겸임교수는 "최근의 폭발물 협박은 '스와팅' 범죄라고 본다"라며 "허위 폭발물 협박 글을 올리는 행위를 통해 경찰 특공대, 군 폭발물 처리반(EOD) 등이 동원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상황을 통해 일종의 권력감·통제감을 느끼는 반사회적 일탈 행위"라고 말했다. 스와팅(swatting)은 허위 신고로 특수기동대(SWAT)를 특정 장소로 출동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달 12일 국민일보가 2022년 이후 확정판결이 내려진 테러 협박 또는 허위 신고 관련 판결문 22건을 분석한 결과 범행 동기가 적시된 11건 중 9건에서 분노와 불만이 주된 범행 동기로 나타났다. 판결문을 보면 대부분이 개인적, 사회적 불만을 협박 범행으로 해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자존감이 낮아 심리적으로 위축된 이들이 범행을 통해 자신이 사회를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쾌감을 얻고자 협박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충동적 범행이 불러온 혈세 낭비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2년 6개월간 전국 경찰 특공대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횟수는 총 943건이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의 누적 신고 출동 건수(395건)의 2배 이상이다. 과거 연간 30~80건 수준에 그쳤던 경찰 특공대 출동이 최근엔 매년 수백 건을 넘는다. 


  경찰 특공대는 테러 진압, 폭발물 제거, 인질극 대응 등 이른바 ‘고위험 상황’에 투입되는 전문 대테러 부대다.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협박 사건에는 경찰 인력 100여 명이 폭발물 수색과 현장 통제에 투입됐고, 소방차 37대와 대원 139명이 출동했다. 혹시 모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근직까지 모두 현장으로 출동해 현장에 대처부터 유관기관 협력, 언론브리핑까지 담당하는 긴급구조지원단 구성도 발령됐다. 10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폭파 협박에는 총 53명을 투입했다. 각각 최소 600만 원, 320만 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당뿐 아니라 그동안 112 신고에 대응이 늦어지고 일대 혼란이 빚어지며 생기는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5억∼6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잇단 허위 폭발물 설치 협박으로 인한 출동으로 경찰 특공대 등 인력 수백 명과 특수 장비가 동원되면서 인력의 낭비와 실제 대테러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5일, 신세계 백화점에 대규모 인력이 묶여 있던 사이 을지로 일대의 화재 신고에 타 관할 소방서가 대신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 A 씨는 “현장 관할인 중부소방서가 거의 마비된 상태라서 어쩔 수 없었다”라며 큰 화재였다면 대처가 늦어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 밝혔다. 동국대 이윤호 명예교수는 "사안이 크건 작건 경찰, 소방 등은 출동해야 하므로 공권력의 낭비는 당연히 발생한다"며, 치안·소방의 공백이 생겨 시민들이 꼭 필요한 치안·소방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강조했다.


  테러라는 위험하고 엄중한 상황에서도 범인을 찾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범인은 국제 팩스를 사용하였는데 국제 팩스의 경우에는 실제 발신 위치를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용의자를 추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47건의 협박이 전부 동일범의 소행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국제공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절차 문제로 인하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수사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앞으로의 대처


  행정력을 낭비하고 다중을 상대로 하는 협박 범죄는 장난을 넘어 공권력 낭비와 국민적 불안을 심화시키는 사회적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허위 신고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적 문제와 제도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사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인정을 받지 못해 복수심과 분노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잘못되었음을 알지만, 장난으로 협박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허위 테러 협박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적인 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2025년 3월에 '공중협박죄'라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 예고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신설된 법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백화점을 폭파한다고 했던 13세 아이는 미성년자라 형사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사태가 엄중함에 따라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되었다. 테러 협박의 해결책으로는 우선 사태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사회적 고립이나 개인의 정서적인 문제를 도와줄 수 있는 심리상담센터의 도움도 필요하다. 테러 협박에 관한 법 제도 또한 강화해서 장난으로 테러 협박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테러 협박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사회적인 불안과 경제적인 손실, 사회적 공공재의 파괴 등의 치명적인 손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제도적, 법적 정비에 대한 점검이 다시 한번 필요한 때이다. 


이은탁 기자, 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