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사회

제 750 호 MBTI 다음은 에겐·테토? 또 다른 ‘나’ 찾기 유행

  • 작성일 2025-06-08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28984
신범상

▲ 유행하는 테스트를 공유하는 2030 세대 (사진: 이윤진 기자)


  “넌 에겐녀야? 테토녀야?” 최근 일주일동안 최소 두 번 이상 들은 질문이다. 요즘 2030세대 사이에서 MBTI가 아니라 ‘에겐·테토 테스트’로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에겐·테토 테스트’는 여성 호르몬과 남성호르몬에 빗대 성격을 분류하는 테스트다. 이 테스트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빗대어 성격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한편에서는 MBTI처럼 성격을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이 같은 유행이 자아 정체성을 단순화하거나 고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연 이 테스트는 단순한 놀이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는 중일까.


에겐‘, ’테토‘가 뭐길래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가 높을 것 같은 사람은 ‘테토’, 에스트로겐(estrogen) 수치가 높을 것 같은 삼은 ‘에겐’으로 분류한다. 대체로 에스트로겐은 감정이입, 섬세함, 공감능력 등 ‘감성 중심‘의 성향과 연결되고, 테스토스테론은 추진력, 결단력, 경쟁심 등 ‘이성 중심’의 성향과 연결된다. 예를 들면, ‘에겐녀’는 배려심 많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성향을 가졌으며, ‘테토녀’는 독립적이고 추진력 있는 성향을 가졌다고 설명한다. 


  에겐·테토 이론은 2021년 네이버 블로거 ‘수성일기’가 게시한 글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를 인스타툰 작가 ‘내쪼’가 웹툰 형식으로 재구성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해당 테스트를 해봤다는 한 학우는 “생각보다 나의 성향을 잘 반영한 것 같다”며 “MBTI 이후로 나를 새롭게 정의할 기준을 만나게 돼서 재밌다”라고 말했다. 


정체성 탐색 욕구가 부른 자가진단의 시대


  지금은 자가진단의 시대다. 퍼스널컬러, 체형진단, 사주, 심지어 정신적 질병인 ADHD까지 집에서 자가진단으로 간단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진다. 성향 테스트가 인기인 이유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중에 존재하는 여러 자가진단 프로그램들도 모두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체성 탐색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에겐·테토 테스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나’를 정의하려는 욕구는 이제 호르몬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나 조금 더 ‘과학적인 느낌’이 들게 하고 있다. 이전의 MBTI가 단순히 성격을 나타내는 것에서 끝났다면, ‘에겐·테토 테스트’는 그 성격이 나타나는 근거를 찾아준다는 ‘느낌’ 때문에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이것은 ‘타인에게 설명 가능한 나’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으로, “난 테토녀니까 이럴 수밖에 없어” 라며 자신의 성격 유형을 정당화하는 모습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에겐·테토 테스트’를 설명하는 일러스트 (사진: 인스타그램 @luckydesigner77 https://www.instagram.com/p/DJfvZFDSfFz/?igsh=ZzE3b3F0bnBxMDBq)


젠더 고정화의 문제도 있어


  한편, 이 테스트가 생물학적 호르몬을 기준으로 성격을 분류한다는 점에서 젠더 고정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에겐녀’, ‘테토남’ 등의 표현은 성격을 호르몬으로 단순화할 뿐 아니라, 특정 성격을 특정 성별에 연결짓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성적인 사람은 ‘에겐녀’로 분류되고, 과감하고 추진력 있는 사람은 ‘테토남’으로 여겨진다. 이는 성격의 다양성을 축소할 뿐만 아니라,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이 테스트가 인기를 끈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연애 코드 분석’ 때문이다. 어떤 유형이 연애에서 더 매력적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연애 심리 테스트처럼 활용한다. 예컨대 ‘테토남+에겐녀’ 조합이 이상적 커플로 묘사되거나, ‘테토녀’는 강한 성격이지만 연애에서는 거리감이 있다는 식의 설명이 따라붙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격이 연애 매력도와 직결되며, 성역할 고정관념이 자연스럽게 강화된다는 점이다. 감성적인 여성은 호감을 사고, 추진력 있는 여성은 “세 보인다”는 식의 해석은 결국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기대를 재생산한다.


  또한, 자아정체성이 고정된 성격 유형에 의존하게 되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자기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인간의 유연한 특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한 것이기에 단편적인 분류에 자신을 가두는 건 오히려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테스트는 참고일 뿐



  ‘에겐·테토 테스트’는 호르몬을 키워드로 삼았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자기 탐색 도구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자신과 타인을 재단하는 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기 성찰을 돕는 수단이 되어야 할 테스트가 오히려 정체성을 고정시키는 도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성격은 하나의 고정된 값이 아닌, 살아가며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유동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안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으로 답을 찾아가는 일이다. 호르몬 테스트도, MBTI도 그저 하나의 참고일 뿐이다. 테스트 유행은 재미로 즐기자. 그리고 나를 설명하는 기준은 내가 스스로 정해보자.



이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