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4 호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로 재조명된 현실…지금은 의료계의 골든타임
▲중증외상센터 포스터 이미지 (사진: Netflix Korea)
최근 OTT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큰 인기를 얻으며 드라마의 실제 배경인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중증외상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권역외상센터는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예산 부족,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의 이유로 센터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점과 함께 개강을 앞두고 의대생들의 휴학 문제도 다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중증외상센터의 상황과 현재 의료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늘어난 관심과 달리 외상센터에 남은 고질적인 문제들
권역외상센터 및 중증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산업재해 등으로 인해 생명이 위독한 중증외상 환자를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운영되는 의료 기관이다. 중증외상 환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골든타임(1시간 이내) 내에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보건복지부의 지정 기준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7조의 2에 따라 설치된 이 센터들은 주로 대학병원과 대형종합병원에 있으며, 현재 전국에 약 17곳의 권역외상센터와 25곳의 중증외상센터가 운영 중이다. 외상외과 전문의,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 등이 24시간 대기하면서 외상 환자를 전담한다.
권역외상센터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에는 이국종 교수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맡아 국내 열악한 외상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특히, ‘중증외상센터’의 모티프가 된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탄을 맞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과 2017년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한 사례가 보도되면서 권역외상센터와 이 교수의 노력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후, 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과 운영상의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국종교수의 이러한 노력에도 의료현장에서는 외상센터를 지킬 의료진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2025년 2월 현재 의료 현장에서 외상 전담 전문의로 근무 중인 의사는 약 188명, 전국적으로 200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규 지원자는 줄어드는 반면 기존에 외상학 세부전문의 자격을 따고도 포기하는 의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이 발생하는 이유는 고된 근무 여건에 비해 보상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지원하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의 인건비는 지난해 1억4400만원에서 올해 1억6000만원으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전체 전문의의 평균 연봉 2억3600만원(2020년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외상외과에 대한 이해나 지원부족의 문제로 외상센터는 중증외상 환자를 대비해 일정 공간을 비워두어야 하지만, 일부 병원 경영진은 응급의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증환자를 받게 하여 위급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
의대생들, 언제 돌아오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로 외상센터의 현실이 주목받은 것과 함께 의대생들의 휴학 문제도 개강을 앞둔 이 시기에 다시 이슈가 되는 상황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할 인력 확보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특히나 중증외상센터와 같은 곳에서는 의사들의 열정과 사명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의대생들이 휴학 의지를 지속하고 있어,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의료 인력 확보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해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했던 상황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기 복학 신청자 수는 1495명으로 전체 휴학 의대생의 8.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휴학생 중 113명은 학교를 자퇴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은 “타 학교 진학을 이유로 자퇴 신청서를 낸 것 같다”라며 ‘반수 후 자퇴’라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이 신입생들의 휴학을 강요한다는 말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중이다. 교육부는 ‘의대생 보호/신고 센터’를 통해 수업 복귀 방해 사례 등을 제보받고 있는데 신입생에게 휴학을 종용했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폐쇄적인 의대 구조 탓에 의대생들이 서로 ‘눈치 보기’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신입생으로 합격한 25학번 신입생들은 의대 증원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이기 때문에 입장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25학번이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대는 1학년 휴학을 금지하고 있고, 2학년 이상도 2개 학기 초과 휴학을 금지하는 곳이 많지만 작년에는 교육부에서 각종 특례를 만들어 유급/제적을 막아줬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기에 의대생들의 휴학 입장은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진짜 의사’는 어디에
지난해, 의료 파업으로 인해 의학 드라마는 직격타를 맞았었다. 의학 드라마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이미지를 미화시킨다는 지적 때문에 지난해 방영 예정이었던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중증외상센터’가 흥행하면서, 오히려 대중들이 의료 현실을 직접적으로 바라보고 슈바이처 정신을 가진 ‘진짜 의사’를 바라는 등 사람 살리는 의료 현장에 목말라 있는 국민 정서를 보여주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인공 백강혁은 후배 의사들에게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되지. 선생님들 의사가 된 이유 그거 아니었나?”라고 얘기한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주인공 김사부가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라며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말한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보면 ‘사람을 살리고 싶어서 의사가 된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픈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병원의 의료진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현실의 백강혁과 김사부 같은 의사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다.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고 그만큼이나 고결한 소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휴학과 같은 상황은 의사를 향한 존경심을 잃게 만든다. 물론 의사들이 제기하는 의료계 문제들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아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을 공감해 주기가 힘든 상황이기는 하다.
국내 의료는 코드 블루(긴급 소생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다는 의미의 은어)가 발령된 상태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처럼 국가의 지원을 받고 의사들이 힘을 합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현실에서는 쉽게 이뤄질 수 없다. 이제는 모두가 현 상황을 마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 의료체계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윤진 기자, 변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