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8 호 자연의 소중한 보물 습지
자연의 소중한 보물 습지
팔현습지는 대구 팔현마을 주변 금호강 내에 발달한 하천 습지로, 왜가리가 서식할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우수하여 팔현습지 일대는 팔현마을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런 팔현습지 주변에서 지난해부터 시끄러운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금호강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실시하면서, 팔현습지 주변에 탐방로와 고수부지 정비, 제방 축제 진행을 위해 안심습지와 금강습지, 팔현습지 사이에 탐방로를 만들고, 조류 관찰대,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구지역의 환경단체들은 현재 팔현습지에서는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보존이 시급한 습지에 '단순히 탐방로 조성을 위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망가뜨리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강력하게 보존을 주장하는 습지는 무엇이며 습지의 가치는 무엇인가?
▲ 팔현습지 (사진:https://www.grandculture.net/daegu/toc/GC40000203)
습지란
습지(wetland)는 기본적으로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으로, 물이 환경 및 그 환경과 연관된 동식물의 서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역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물이 생물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땅을 말한다.
국내 습지 보전법 제2조 1항에서는 ‘습지란 함은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관계없이 담수·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와 연안습지, 인공습지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륙습지는 ‘육지 또는 섬 안에 있는 호, 소, 늪 하천 또는 하구 등의 지역’, 연안습지는 ‘만조시에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으로부터 간조시에 바다 쪽으로 수심 6m까지의 지역’, 인공습지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복원된 습지’를 의미한다.
▲ 습지의 정의 (사진:https://www.grandculture.net/daegu/toc/GC40000203)
람사르 협약에서는 ‘습지란 자연 또는 인공이든, 영구적 또는 일시적이든, 정수 또는 유수이든, 담수, 기수 혹은 염수이든, 간조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곳을 포함하는 늪, 습원, 이탄지, 물이 있는 지역’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이와 다르게 습지 보전법 제2조 1항에서는 습지에 인접한 하천변과 섬, 그리고 습지 내 있는 저수위시 6m를 초과하는 해양도 함께 고려되고 있으며, 양어장, 농경지 연못, 관수 농경지, 저수지, 운하 등과 같은 곳도 습지로 분류하고 있다.
습지의 유형과 습지보호지역 현황
습지는 물의 원천, 우점식생, 규모, 위치,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과정 및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류체계는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에서 마련한 ‘습지 유형 분류체계’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람사르 협약에서의 ‘습지 유형 분류체계’와 이를 기초로 국내 실정에 맞게 환경부에서 수정한 ‘국가 습지 유형 분류체계’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국가 습지 유형 분류체계’는 국내 습지를 연안습지와 내륙습지, 인공습지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소분류를 통해 총 35개의 습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습지는 습지 보전법의 지정 기준에 맞춰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자연생태 핵심지역으로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 관리하고 있다.
▲ 우리나라 습지 현황 지도 (사진:https://www.nie.re.kr/nie/main/contents.do?menuNo=200293)
습지의 가치
현재까지 알려진 습지의 역할은 홍수조절, 해안선의 안정화 및 폭풍 방지, 영양분과 먹이의 공급, 기후 조절, 수질정화, 생물종 다양성 유지, 생산, 여가 활동과 관광 기능이 있다. 첫째, 습지는 토사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홍수가 발생하였을 때 하천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춰 홍수를 조절에 큰 역할을 한다. 둘째, 연안습지는 폭풍이나 다른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큰 파도로부터 육지를 보호하고, 해상으로부터 육지로 들어오는 각종 물질을 습지 내에서 최적시켜 해안선을 안정화하고 폭풍을 방지한다. 셋째, 습지는 물의 이동을 지연시키며 영양분과 각종 퇴적물을 함유하고, 습지생태계의 다양한 생물상을 유지시키는 먹이와 영양분의 공급처이다. 넷째, 습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을 차단하여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하고, 미시적 측면에서는 특정 지역의 국지적인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다섯째, 습지의 식물 및 토양은 인, 질소 등의 과잉 영양소를 처리하므로써 수질을 정화한다. 여섯째, 담수습지는 생물종 다양성을 지닌고 있는데 전 세계 생물종의 40% 이상, 특히 포유류의 12%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일부 습지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중요한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일곱째, 습지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어패류와 같은 음식과 목재, 땔감 등 각종 생활 물품들을 제공하는 생산의 기능을 한다.여덟째, 습지는 생태관광지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며, 환경교육을 위한 장소로서의 가치도 높다.
▲ 우포늪 홍수 전,중,후 모습(출처: https://gnse.gne.go.kr/upo/cm/cntnts/cntntsView.do?mi=3792&cntntsId=2327)
이렇듯 습지는 지구의 수많은 화학, 물리 및 유전인자의 원천, 저장소 및 변화의 산실로서 인류에게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는 자연현상 및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된 유ㆍ무기질 물질을 변화시키고, 수문ㆍ수리ㆍ화학적 순환을 시키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수질을 정화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습지는 "자연의 콩팥"이란 용어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습지는 다양한 기능을 하며, 아름답고도 특이한 심미적 경관을 만들어낸다.
습지가 갖고 있는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발전에 따른 경작지 및 도시 확장 등의 개발을 위해 습지 매립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많은 습지 서식지가 훼손 또는 소멸되었다. 그러나 개발 및 이용의 대상으로부터 보존 및 복원의 대상으로 자연의 패러다임이 변해감에 따라 습지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들 중 하나의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개발 논리에 의해 습지를 메우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훼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구의 팔현습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습지 훼손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습지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큰 기능을 하고 있다. 개발의 논리에 밀려 훼손되면 복원하기 힘든 습지의 경제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고 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정소영,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