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8 호 갑자기 꺼지는 땅, 싱크홀 불안감 고조
갑자기 꺼지는 땅, 싱크홀 불안감 고조
지난 8월 연희동 고가 차도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인 차량이 싱크홀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2세 남성 운전자는 중상, 조수석의 70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잦은 싱크홀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건은 이번 사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이전의 비슷한 사건들을 파헤쳐 보고 사고의 예방 방법도 알아보고자 한다.
싱크홀이란?
싱크홀은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는 지하의 토양이나 암석이 침식되어 발생하는 지반의 갑작스러운 함몰 현상으로 최근 몇 년간 여러 사고가 발생하였다. 싱크홀은 도로 표면에 아스콘 노후화, 자재 불량, 과도한 차량 통행 등에 의해 포장면이 국부적으로 떨어져 나가 파손되는 현상인 ‘포트홀’ 현상보다 크기가 매우 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연희동 싱크홀 사건 당시 모습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1015823?sid=102)
싱크홀 사건 재조명
최근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건은 지형적 특성, 기상 영향, 지하 매설물, 주변 공사장 영향 등으로 도로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사건은 차가 정상적으로 도로를 지나다가 갑자기 땅이 차 모양대로 무너졌다는 사실이 시민들에게 더욱 불안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싱크홀 사건이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서울 잠실 석촌호수 인근 지하차도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싱크홀이 발생하자 원인을 조사하지 않고 싱크홀을 메워버려 이틀 후에 다시 싱크홀이 생기고 말았다. 당시 잠실에서는 8건의 싱크홀이 발견되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했을 시기에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고 있었기에 공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건물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었다.
잠실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발생하여 시민들은 이 건물에 대해 안전정밀진단을 해야 한다며 조사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타워 건설 문제가 아니라 노후화된 하수관 파손에 의한 것이었다.”라며 반박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싱크홀에 대해 알기 시작했고 롯데 측은 시민들 불안감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
▲2014년 잠실 싱크홀 사건 당시 모습 (출처: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14364)
잠실 사건 이후부터는 전국에서 싱크홀 사건이 많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하여 차 한 대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2020년 광주광역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 발생 사건, 2022년 인천 부평구에서 싱크홀 발생으로 인근 도로와 상가 일부가 침하된 사건 등 작고 큰 싱크홀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희동 사건 이후에도 구로구, 송파구, 서대문구, 강남구 등 싱크홀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싱크홀, 원인은
싱크홀(sinkhole)은 말 그대로 가라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자연적인 싱크홀의 경우, 땅속에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다. 지층이 어긋나며 길게 균열이 나 있는 ‘균열대’를 채우던 지하수가 사라지면, 땅속에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주저앉게 된다. 땅이 막대한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가라앉게 되는 것이며, 사라지는 지하수의 양이 많을수록 싱크홀의 규모도 커진다.
상하수관의 부실 및 손상 역시 주된 원인이다. 오래되어 약해진 상하수관이 외부의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 균열이 생기고, 그 사이로 물과 함께 흙이 쓸려나가면서 땅속에 구멍이 만들어진다. 그 구멍이 땅의 무게나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꺼지며 싱크홀이 만들어진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싱크홀 사고 총 957건 중 절반 이상이 상하수관의 손상 및 부실로 발생했다. 상하수관은 만들어진 지 약 20년이 지나면 노후화되었다고 판단하는데, 현재 이 노후화된 상하수관이 전국 상하수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4년 9월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지반침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싱크홀 사고는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으로 해마다 평균 191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와 하수관 결함 탐지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싱크홀 사고는 2021년 11건에서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 등 증가 추세이며, 올해 들어서도 크고 작은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이용되는 GPR(지표투과레이더)은 지반을 조사하기 위해 전자기파를 쏴서 땅 밑의 구조·시설물 등을 파악하는 장비이다. 다만 장비의 주파수에 따라 조사할 수 있는 땅의 깊이가 달라, 싱크홀을 미리 알아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싱크홀 사고의 예방을 위하여, 우선 노후 상하수관 교체가 시급하다. 다만 서울시 내의 상하수관 교체에만 약 3조 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에 전국의 상하수관 교체가 언제쯤 완료될지는 미지수이다. 2014년부터 상하수도, 전기 등의 각종 지하시설물 정보를 모은 ‘지하 공간 통합 지도’가 구축되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다. 지하의 시설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지하 공간 통합 지도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분석 역시 중요하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기 때문에 지역별 토양에 흡수된 수량을 추적 관찰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이윤진 기자, 이은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