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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보도

제 677 호 [기획] “한 명 설득하는 것 보다 에브리타임 여론 만드는 게 더 쉽다”

  • 작성일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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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911
이해람

대학의 탈정치와 반정치, 에브리타임에서 대학의 미래를 보다


상명대학교 여론의 척도 =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익숙한 앱이다. 시간표를 짜고 강의평가, 취업, 대외활동, 공모전, 동아리 정보를 쉽게 얻어갈 수 있어 많은 대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2018년 3월 12일 발표한 ‘3월 2주차 한국의 안드로이드 소셜 앱 리포트’에 따르면 에브리타임은 20대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에브리타임 개발 초기부터 제공하던 서비스, 즉 시간표 제공과 정보 공유는 에브리타임이 ‘대학생 필수 어플’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 같은 기능과 더불어 ‘자유게시판’을 중심으로 한 익명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정보 공유뿐만 아니라 일상 경험 공유, 나아가 학내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와 경희대학교 등 몇몇 학교들은 에브리타임 외 자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부정과 관련하여 고려대 자체 커뮤니티 ‘고파스’를 중심으로 집회를 열자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5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이는데 큰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우리 대학의 경우 ‘스뮤스뮤’라는 자체 커뮤니티가 있으나 이용자 수가 매우 적어 에브리타임이 사실상 유일한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더불어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로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페이스북 ‘대나무숲’ 등도 이용자 수가 매우 적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보 확산, 여론 형성이 진행되는 장소가 에브리타임에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요구하기 위해 국민대학교에서 진행된 전체학생총회. 2,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에브리타임은 완전한 익명제로 이용되기 때문에 정확한 이용자 수를 파악하기 힘들며, 그 영향력 또한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경우 타 대학에서 진행되는 전학대회(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없고 중앙운영위원회 역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학생총회 또한 근 10년 이상 열리지 않았고 대의원회가 유명무실하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의 담론 형성이 어려워 에브리타임의 영향력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정보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에브리타임에서 공유되는 정보가 정제된 정보라고 보기 어려우며, 에브리타임에서 형성되는 여론 역시 전체 학생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학생자치 좌우하는 ‘어나니머스’, 논의 확장성 부재


2년 만에 총학생회가 구성되면서 학생들의 기대가 에브리타임에서 크게 드러났다. 지난 2월 국가근로 기간단축과 수강신청에 대한 불만이 터지면서 총학생회가 학교 당국과 소통하여 원인과 문제를 지적했고, 이에 대해 에브리타임 이용 학생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도 한 순간이었다. 축제 연예인 라인업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총학생회 부원들이 취식금지구역에서 취식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지면서 총학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변화하였다. 두 번의 사건을 계기로 ‘총학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작년에는 ‘리더십캠프’ 외유 논란이 크게 일어 비상대책위원회와 대의원회가 간담회와 임시총회를 개회하는 일이 있었고,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검증이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건강하고 유의미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총학생회는 수강신청과 교양과목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으나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았고, 학생들 역시 이에 대한 요구가 없다. 또한 작년 리더십캠프 외유논란 규모가 컸음에도 간담회에는 10명 내외의 학생들만이 참여하여 온라인에서의 논의가 오프라인으로 확장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학생사회를 흔들만한 힘은 가지고 있으나 이에 따른 책임과 건전성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 중 소수가 게시판의 익명성을 이용하여 여론몰이를 하는 정황도 여러 차례 목격되었다. ‘지속적인 의견 개진’과 ‘여론 몰이’는 겉으로 구분하기 힘들지만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거나 특정 인물을 비방하기 위해 ‘물타기’가 진행된다.


‘에타 저장소’ 오명, 20대 탈정치화·우경화 반영하나? 


에브리타임에서 자주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가 정치적 이슈이다. 이들의 정치적 입장은 친기업, 친자유주의, 반북, 반운동, 반페미니즘, 정치혐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대학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전국 대학, 여러 세대 등을 초월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20대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가치관이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를 따져보면 대학별, 세대별 차이는 분명 드러날 것이다.


에브리타임에 정치와 관련된 글을 게시하거나 댓글을 다는 이들 대부분이 정치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진보, 보수와 같은 기본적인 정치개념에 대한 혼동과 ‘좌빨’, ‘꼴페미’ 등 폭력적 언어 남용 등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20대의 자화상』, 『진격의 대학교』의 저자 오찬호와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의 저자 채효정은 대학사회에서의 심각한 탈정치, 반정치화, 비판적 시각의 부재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88만원 세대’가 유사 이래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자리매김하면서 21세기 청년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정치적 담론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사회 전반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맥락을 같이하기도 한다.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유포되는 ‘가짜뉴스’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이러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콘텐츠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기존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을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돈을 버는 능력은 배우지만 제도권 교육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에브리타임을 이용하는 학생들 역시 리터러시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후 재생산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에타’란 무엇인가?


우리 대학에서 에브리타임은 분명하고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여론, 정보, 가치관 공유, 형성 및 확산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에브리타임은 확장성 및 건전성 부재와 대표성에 대한 검증 미흡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에브리타임이 점유한 위치에 견고히 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상명대학보사는 이번 특별기획 연재를 통해 우리 대학에서 에브리타임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에브리타임 이용자들을 해부하고, 타 대학들과 비교분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