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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09 호 [사설] 기회의 시기

  • 작성일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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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473
김지현

기회의 시


  조형이란 언어체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저에게 글로 생각을 전하는 것은 익숙지 않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이 학생에게 전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회를 빌려 저의 진심을 담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글로 저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올해 9월에는 세계 3개 아트 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프리즈 서울 22(Frieze Seoul 22)’라는 이름으로 서울 COEX에서 9월 2일부터 9월 5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4일의 짧은 기간 동안 코엑스에서 열린 이 행사는 프리즈의 첫 한국 개최라는 우려를 뒤집고 전 세계에서 모인 7만 명의 관람객과 뉴욕, LA를 넘어선 6000억의 거래실적을 보이며 대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프리즈의 대표이자 디렉터인 빅토리아 시달(Victoria Siddall)은 사석에서 한국과의 계약은 5년이지만 앞으로 100년을 더 하고 싶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 행사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입니다. BTS와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POP은 말할 것도 없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지는 세계무대에서의 수많은 수상 소식은 한류가 이제 한시적 해프닝이 아닌 거대한 흐름임을 인정하게 합니다. 남의 얘기만 같던 세계의 주류가 된 한국의 문화. 그렇다면 이 흐름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력으로 다가올까요?


  저는 전공 특성상 2-3년에 한 번씩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를 방문합니다. 한정된 공간속에서 열리는 다른 디자인 박람회와는 다르게 이 행사 기간 동안 밀라노는 도시 전체가 마치 디자인 테마파크라도 된 것처럼 도시 곳곳에 멋진 전시와 디자인 관련 런칭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립니다. 2021년 9월에는 저도 제 작품을 들고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2019년에 이어 2년 만에 방문한 밀라노 디자인 위크 속에서 확인한 한국에 대한 태도는 그 사이 드라마틱하게 호의적으로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동경하던 유럽, 예술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저는 반대로 한국에 대한 그들의 뜨거운 관심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유학을 위해 추천서를 부탁하는 학생들과 제 스튜디오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다는 지원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문화사 속에서 전통적 강국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 배웠던 과거의 예술사 및 문화사에서 현재와 같은 대한민국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려질 미래의 예술사 및 문화사에서 대한민국은 중심의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책으로 공부하던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 땅에 우리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 반만년의 역사에 다시없을 호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차지할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미래는 제가 학창시절 배웠던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되어 먼 훗날 우리 후손이 배울 역사가 될 것입니다. 청년을 압박하는 좋지 않은 여러 상황, 젊은이에게 희망 없는 대한민국이란 헬조선의 부정적 환경에 일조한 기성세대로서의 잘못은 반추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세계의 중심이 될 대한민국에서 여러분들이 그려나갈 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만날 미래를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여 만들어질 미래를 꿈꾸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