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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08 호 [사설] 우리의 정신건강, 안녕한가? ​

  • 작성일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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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728
김지현

우리의 정신건강, 안녕한가? 


  코로나 사태 이후 대학생활의 부적응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비대면 수업 때 온라인 화면에서 카메라를 끄고 숨어버리는 학생들도 많고 대면 수업의 경우에도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얼굴을 들지 않는 학생들도 여러 명이다. 또 면담 자리에서 직접 우울이나 공황 증세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마치 ‘히키코모리’나 ‘코쿤족’처럼 자기 세계 속에 침잠해 있고 자폐적인 태도로 살아간다. 이들처럼 많은 사람이 골방이나 마스크 속으로 숨어들며 가려진 얼굴과 더불어 마음의 이야기도 좀처럼 꺼내지 않는다. 


  물론 ‘코로나 블루’ 이전에도 심리적 곤란이나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러 정신장애의 ‘유병률’이 매년 사회통계로 잡혀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사회 어느 집단에서든 평균적인 정신건강의 기준에서의 일탈은 존재해 왔다. 하지만 근래 3년여에 걸친 코로나 사태가 유발한 여파로 인해 우리의 마음 건강은 더욱 편치 못하다. 이는 비단 학생이 사라진 캠퍼스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는 현상이다. 


  확실히 줄어든 대면 접촉 속에서 불필요한 만남을 생략하게 되니 오히려 생활이 편해졌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또 너무 밖으로 내돌던 생활을 거두고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반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부쩍 ‘마음의 증세’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집 안팎에서 식물이나 화초 기르기, 반려견과 산책하기, 요가나 명상하기 등에 끌리며, 이제 ‘힐링’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많이 지쳐왔고, 코로나 위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 심리적 피로감과 긴장감은 여전하다. 


  얼마 전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인’을 꼽는 전문가 조사에서 유명 여성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17년간 그 자리를 차지했던 유명 언론인을 제쳤다는 소식을 접했다. TV 프로그램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그 여성정신과 의사는 요즘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는 ‘유명스타’가 되었다. 그 분이 그런 위치에 오르게 된 주된 이유는 물론 능력과 노력 덕분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과 문제를 겪고 있고 해결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예전에는 전혀 발길이 닿지 않았던 정신과 클리닉을 방문해서라도 살펴보아야 할 수준에 이를 만큼 위협받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2019년에 발행된 <전 세계 행복과 건강> 보고서에서는 정신질환이 7퍼센트에서 13퍼센트의 비율로 건강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3억 명이 넘는다고 WHO는 추산한다. 2030년이 되면 우울증은 전 세계 질병 부담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불안장애를 앓는 사람의 수도 증가 중이라고 한다. 미국 인구 중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28퍼센트라고 하니 거의 3명 중 1명꼴로 외로운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을 영국에서는 아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 몇 년 전부터 ‘외로움 장관’을 두고 ‘외로움 끝내기 캠페인’까지 벌여왔다.


  우리 사회에서의 정신건강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는 정신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문제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의 정신적 안정이나 편안함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이다. 소극적으로는 정신질환자들의 이상심리 행동이 가끔 사회에 물의나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는 수준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는 정신건강이 궁극적 건강이나 행복과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법 제정이나 정책 수립, 사회 서비스의 보급이 토대를 이루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의 정립도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인간으로서 온전한 삶을 꾸려간다고 할 때, 마음의 건강도 몸의 건강 못지않게 강조되어야 할 중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