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676 호 [사설] 책을 보는 세상에서 책을 읽는 소중함을 잃지 않아야

  • 작성일 2019-06-10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4499
이해람

독서는 ‘읽을 讀(독)’, ‘책 書(서)’, 글자 그대로 ‘책 읽기’를 의미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자 ‘지혜의 원천’으로 알려져 왔고 그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행동 양식 으로 인식되고 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곧 미덕이다. 점토판과 파피루스 두루마리책을 책의 원형으로 본다면, 책이 존속한 시간은 최소 5000년이 넘으며, 미디어로써 대중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구텐베르그의 42행 성서 발행을 기준으로 해도 600년에 가까운 시간을 가장 강력하고 친숙한 정보전달 미디어로 기능해 왔다. 인간은 삶을 위한 지식을 배우고 지혜를 얻기 위하여 책 읽기를 지속해 온 것이다. 


책 이후에 등장한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 등이 음원 서비스, VOD 서비스, OTT 서비스 등으로 기능이 분산되는 경향을 보이는 현재까지도, 책은 비교적 변질되지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물론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의 상용화, 디지털 정보의 생산, 유통, 보급이 활발해 지면서 ‘종이 없는 도서관’, ‘벽 없는 도서관’이 등장할 것이라는 (적어도 도서관계의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논쟁거리로 격앙되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종이책도 도서관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종이책의 출판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도서관은 메이커스페이스와 같은 새로운 정보환경에 대비한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독서에 대한 몇몇 조사결과를 미루어 보면 종이책 독서 활동이 저조함을 알 수 있다. 2017년 발표된 좥국민독서실태조사좦 결과에 의하면 책 읽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성인은 일상 때문에 그리고 학생은 학업 때문에 독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을 낼 수 있다 하더라도 책을 대체하거나 책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까지를 포함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활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연간 종이책 독서량은 초등학생 67.1권, 중학생 18.5권, 고등학생 8.8권, 성인 8.3권으로 지난 2년 전 조사에 비하여 꽤 하락한 수치이다. 전자책 독서량 역시 활발한 편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다양해져서책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의존성이 적어진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정보를 추구하지 않거나 활용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존의 독서가 갖는 장점을 자칫 잃어버릴 위기를 맞이했다고 보기에는 충분한 데이터이다. 전자책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종이책의 위상에 또 한번 위기를 예고한다. 왜냐하면 전자책은 젊은 세대에 익숙한 정보기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에서 파생된, 정보기술의 집약된 형태의 미디어인 이 전자책은 처음에는 종이책의 내용을 컴퓨터 모니터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형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표준화된 포맷을 이용하여 제작되어 유통 판매되고 있는 주요 미디어 중 하나이다. 같거나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과 종이책의 사용성을 비교한 연구가 다수 있다. 


연구의 결과를 보면 종이책은 깊이 있는 내용 이해에 유리하고 전자책은 직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 전달에 유리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점을 두고 우리는 종이책은 ‘읽는다’라고 하고 전자책은 ‘본다’라고 한다. 엄격하게 말하면 전자책 읽기는 전통적인 독서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기관과 도서관에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온북 읽기’, ‘한 도시 한 책 읽기’, ‘독서토론’, ‘글쓰기’ 와 같이 (종이)책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그리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책과 같은 정보기기를 통한 정보 전달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서는 ‘문장을 샘플링하여 어울리는 이미지와 함께 SNS로 공유하기’, ‘SNS에 짧은 리뷰 공유하기’와 같은 방식으로 책의 의미를 전달하는 이벤트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종이책을 읽기 어려운 세대에게는 반가운 방식이지만, 이미지로 책의 세계로 초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든 책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가 지속되려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할 것이며, 독서가 활용되는 교육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나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독서량이 성인이 되면서 8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은 단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의지가 생길수록 좋은 것을 수행함에 따르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던 것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며, 일상에서 해야 하는 동기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NS에 리그램을 하며 감성에 빠지며 맥락을 놓친 한두 줄에 감동하는 것은 진정한 독서라고 보기 어렵다. 


책을 보는 세상에 와 있지만, 책을 읽는 소중함을 잃지 않도록, 교육프로그램 안에서 독서가 중요한 수단이 되도록, 그리고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구체적 의미를 체득하도록 교육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