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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60 호 [영화로 세상 보기] 메워지지 않는 틈

  • 작성일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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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502
이은민

▲ <센티멘탈 밸류(2025)> (사진: https://cine21.com/movie/info/?movie_id=62315)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가 너무도 나와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노라의 유년 시절과 사춘기, 지금의 모습, 그리고 가족을 대하는 태도까지 낯설지 않았다. 어떤 장면은 내 기억과 감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느껴져 잠시 멈추고 싶을 정도였다. 감독이 내 삶을 훔쳐본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이 영화는 나와 닮아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렇게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품고 있다. 가족 안에서 생겨나는 거리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서운함, 가까워지고 싶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마음은 비단 노라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내 이야기인데,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감정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묘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 보편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노라의 집 에세이다. 노라는 집에 대해 쓰며 균열과 소음, 그리고 침묵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집에 생긴 오래된 균열은 단순한 건물의 틈이 아니라 가족 사이에 벌어진 균열처럼 보인다. 가족은 함께 살아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서 조금씩 멀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사과를 해도, 화해를 시도해도 쉽게 메워지지 않는 틈이 남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는 점에서, 집의 균열은 곧 가족의 균열이 된다.

 

  그렇다면 그 균열은 메꿀 수 있을까.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떤 틈은 영영 사라지지 않고, 어떤 상처는 완전히 봉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절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균열은 메꿀 수 없어도, 서로의 균열을 바라봐 줄 수는 있다고 말한다. 끝내 완전한 화해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런 틈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영화가 건네는 위로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족의 상처를 해결해 주는 영화라기보다, 해결되지 않는 상처를 안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 주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