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9 호 [기자칼럼]대학 언론의 위기, 우리의 공론장 지킬 수 있을까
최근 대학 교내언론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대학신문을 운영하는 비율이 과거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부 대학에서는 지면 발행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매체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대학 사회의 공론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대학 언론은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공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학 정책을 점검하고 학생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며 비판과 토론의 기반을 마련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종이신문 열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대의 종이신문 이용률 역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뉴스 소비의 중심은 모바일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동했다.
공론장의 이동은 분명한 변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나 쉽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속도가 빠른 만큼 검증과 책임의 과정은 충분히 확보되기 어렵다. 익명성에 기대어 형성된 여론은 특정 감정을 증폭시키거나 단편적인 정보에 기반해 확산되기도 한다. 대학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공간은 넓어졌지만 숙의의 깊이는 오히려 얕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학보사 내부의 사정 역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많은 대학 학보사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원자는 줄어들고 남은 기자들이 소수 인원으로 한 호를 책임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학생 기자들에게 취재와 기사 작성은 상당한 부담이다. 업무 강도에 비해 충분한 보상이나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중도 이탈도 잦다.
교육 체계의 부재 또한 문제다. 수습 기자 교육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잦은 인원 교체로 인해 노하우가 축적되기 어렵고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못한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곧 기사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심층 취재를 진행할 여력은 줄어들고 기획 기사보다 단신 위주의 보도가 늘어난다. 공론장을 확장해야 할 언론이 최소한의 운영에 급급한 상황이다.
재정 구조 역시 구조적 한계다. 다수의 대학 언론은 학교 예산에 의존한다. 예산이 축소되면 곧바로 지면 축소와 발행 주기 조정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편집권 침해 우려도 상존한다. 대학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이 동시에 대학 재정에 기대는 구조는 긴장을 내포한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예산 문제나 발행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국내 대학 언론 역시 디지털 전환과 함께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온라인에 기사를 게시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 특성에 맞는 콘텐츠 전략이 요구된다. 대학 언론의 위기는 한 조직의 존폐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학 민주주의의 문제다. 학내 구성원이 공적 사안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질문과 비판이 허용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기록하고 검증하며 공적 논의로 발전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학보사의 위기는 곧 우리의 말할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는 신호다. 대학 언론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일은 결국 대학 사회가 어떤 공론장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