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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59 호 [교수칼럼] 푸드테크와 미래 먹거리

  • 작성일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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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627
이은민

  요즘 식품 산업은 “더 많이 팔기”가 쉽지 않은 시대를 맞고 있다. 먹는 양이 줄고, 선택 기준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푸드테크는 맛뿐 아니라 영양, 안전, 효율을 다시 설계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푸드테크는 거창한 신기술만 뜻하지 않는다. 필자의 강의에서는 우유·치즈·버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식품부터, 대체단백질, 개인맞춤형 식품, 마이크로바이옴, 업사이클링, 로봇, GLP-1 같은 주제를 한 흐름으로 묶는다. 즉 “새로운 음식”이라기보다 음식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요즘 가장 큰 변수는 ‘덜 먹는 시대’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널리 쓰이면서 식욕과 섭취량이 줄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면 식품 산업은 단순히 “잘 팔리는 맛”을 넘어 “적게 먹어도 몸에 도움이 되는 구성”을 고민하게 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대형 식품 기업들이 소포장(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인 제품), 고단백 제품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스위스의 Nestle가 체중관리 약 사용자들을 겨냥해 고단백 냉동식품 라인을 내놓겠다고 한 보도가 있었고, 미국의 Conagra도 필요하면 제품의 1회 섭취량 자체를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다른 미국의 대표 식품 회사중 하나인 PepsiCo처럼 간식·음료 비중이 큰 기업은 소비 둔화 압력을 직접 받기 쉬워, 가격 정책과 제품 전략을 동시에 손보는 흐름이 나타난다. 요점은 간단하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알차게”가 경쟁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는 어떤 모습이 될까? 첫 번째 축은 단백질의 변화다. 대체단백질은 이제 고기 흉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식물성, 균류, 곤충, 배양육 등 선택지가 늘면서, 앞으로는 맛뿐 아니라 영양 구성이 더 중요해진다. 단백질을 늘리되 나트륨은 줄이고, 식이섬유를 보강하고, 지방의 질을 조정하는 식의 설계가 핵심이 된다. 같은 대체라도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가공된 형태로는 건강과 멀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미래 먹거리는 원료보다 설계와 기준이 더 중요해진다.


  두 번째 축은 발효의 진화, 즉 정밀발효다. 발효는 더 이상 김치나 치즈 같은 전통 식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생물을 ‘작은 공장’처럼 활용해 원하는 성분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로 확장되면서, 우유, 치즈 또는 버터 같은 기본 식품도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못지않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원료의 출처보다 기능과 품질(맛, 영양, 안전성, 일관성 등)이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축은 내 몸에 맞는 음식이다. 같은 빵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르다. 수면, 스트레스, 운동, 그리고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같은 요소가 영향을 준다. 그래서 개인의 건강 데이터나 생활습관에 맞춰 음식 선택을 돕는 서비스가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기능식품을 하나 더 먹는 것”이 아니라, 일상 식사 자체가 더 똑똑해지는 방향이다.


  푸드테크는 맛을 만드는 방식도 바꾼다. 상미당홀딩스의 배스킨라빈스가 구글코리아와 협업해 생성형 AI로 플레이버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얻어 신제품을 기획한 사례는 상징적이다. 이제 AI는 공장에서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로 들어오고 있다. 다만 AI가 잘하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조합”을 빨리 찾는 일이다.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그 ‘좋아하는 맛’을 건강한 선택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은 점점 더 로봇과 시스템을 통해 제공될 것이다. 특히 학교·기업·병원처럼 대량 조리가 필요한 급식 현장에서는 인력난과 안전 문제가 반복된다. 한국로보틱스가 학교와 단체급식에 조리 로봇을 적용한 실증 사례가 소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봇의 가치는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뜨겁고 위험한 반복 작업을 줄이고, 위생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래 먹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음식으로 바뀌기보다, 우리가 늘 먹던 음식이 더 정확하게 설계되는 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단백질은 구성부터 다시 짜이고, 발효는 더 정교해지며, 개인의 몸 상태에 맞춘 선택이 쉬워지고, AI와 로봇은 ‘만드는 방식’과 ‘제공 방식’을 바꾼다.


  결국 푸드테크가 묻는 질문은 “무엇을 먹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먹어야 덜 먹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우리의 식탁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끄는가라는 기준이다. 미래 식탁의 승부는 새로움이 아니라,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식품공학과 이승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