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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56 호 [책으로 세상 읽기] 시간이 말하는 가치, 미하엘 엔데의 「모모」

  • 작성일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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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9130
이은민

 누군가 매일매일 1억을 통장에 송금한다면, 당신은 그 1억을 어떻게 사용하겠는가? 자정이 지나면 사라지고, 다음날 새로운 1억이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그 돈을 모두 사용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이제 1억을 시간으로 바꾸어보면, 우리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얼마나 쓸지가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는 시간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한 채, 주어진 ‘일’만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 책 표지(사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39995&start=pnaver_02)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하는 고민을 하게끔 만든다. 책 모모는 다른 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주인공 ‘모모’가 세상의 시간을 빼앗으려는 ‘회색 신사’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다. 대중에게 이미 잘 알려진 고전 명작으로, 시간과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모모는 가진 것이 시간이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사람들은 고민이 생길 때면 언제나 모모를 찾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모모의 친구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도시에 나타난 회색 신사들 때문이었고, 그 회색 신사들의 정체를 눈치챈 것은 모모뿐이었다.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에게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간 저축 은행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시간이 충분하다면 아주 다른 사람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일흔 살까지 산다면 22억 752만 초가 되는군요. 이것이 당신이 마음대로 쓰실 수 있는 당신의 재산입니다. 

···(중략) 이제 저축을 시작하시지 않겠습니까? 일을 더 빨리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세요. 나이 드신 어머니 곁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노래하거나, 책을 읽고,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시작했고, 그 시간은 회색 신사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도시는 잿빛으로 점철되고, 모모는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회색 신사들과 대립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행복을 잃은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고, 모모는 시간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회색 신사에게서 친구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해서 마음 한 편에 자리하는 의문이 하나 있다. ‘나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매일 주어지는 이 시간도 언젠가는 끝이 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잘 보내야 한다.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좋지만, 나를 즐겁게 해주는 그런 일로 하루를 채워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좋아하는 차를 마시거나,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조금이나마 웃음 짓게 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회색 신사들은 이런 일들을 시간 낭비라 하겠지만, 그 시간 낭비는 나를 위한 것이고, 그것이 나를 웃게 한다면 해야 한다. 먼 훗날의 내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하지 못했던 것을 그리워하고 후회하는 것이야말로 시간 낭비일 것이다. 그렇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무엇을 하며 시간을, 인생을 보낼지 즐겁게 고민해야 한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실 진정한 시간이란 시계나 달력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오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