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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56 호 [교수칼럼] AI 시대의 창작을 생각하다

  • 작성일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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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8904
이은민

  요즘 많은 수업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학생들이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의 콘티를 자동으로 구성하며, 심지어 발표 자료의 디자인까지 AI가 대신한다. 처음엔 단순히 ‘편리한 도구’ 정도로 여겼던 학생들도, 몇 주가 지나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험하고 응용하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기술을 흡수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늘 놀라움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빠른 속도 속에서 깊이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때때로 너무 완벽해서, 그 뒤에 숨어 있는 고민의 흔적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클릭 몇 번으로 완성된 이미지가, 며칠 동안 아이디어를 다듬고 색을 고르고 형태를 조율하던 과정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수업 시간마다 “AI가 만든 결과보다, 당신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기술은 도구이고, 창작은 태도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이 과연 예술일까? 저작권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이제 이런 질문은 더 이상 학술적인 논의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감미디어, 생성형 AI, 디지털 트윈 등 새로운 형태의 창작이 이미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대일수록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는 왜 예술을 하고, 왜 디자인을 하는가?”


  누군가는 단순히 그림이 좋아서, 혹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즐거워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대신 만들어주는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그 즐거움을 점점 잊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왜 ‘만드는 일’을 좋아했는지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이미지를 그려도, ‘내가 만들었다’는 감정은 복제할 수 없다. 손끝으로 형태를 빚고,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을 현실로 옮겨가는 그 과정이 바로 인간 창작의 본질이다.


  결국 예술과 디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의 경험’이다. AI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을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건 창작의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과정이다.


  AI 시대의 창작은 ‘누가 더 잘 만드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무엇을 왜 만드는가’를 묻는 여정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도구가 상상력을 확장해주는 것은 맞지만, 그 상상력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창작의 기쁨, 질문의 힘, 그리고 생각의 깊이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나는 요즘 학생들에게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너의 창의력을 확장시키는 파트너로 삼아라”라고 말한다. 도구가 바뀌어도 예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AI가 그려주는 선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언어로 색을 칠할 수 있다. 기술이 빠르게 변해도, 상상은 언제나 그보다 더 멀리 간다.



ARVR미디어디자인 이상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