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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52 호 [교수사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

  • 작성일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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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3953
이은민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에서 분명한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현재 AI를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을 통해 알 수 있다. 2022년 11월 30일 Open AI사의 ChatGPT-3.5 출시 이래 2025년 8월 초의 5.0 버전 출시에 이르기까지 2년 반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AI 사용자뿐만 아니라 AI에 대한 온갖 담론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인문학 연구자들은 AI가 인간에 미칠 영향, AI가 바꾸어 놓을 사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 등에 대한 관심으로 AI에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이를 잘 다루는 학생들의 상황은 어떨까?  각종 미디어를 매개로 생산되는 AI에 대한 그 막대한 양의 담론들, 유튜브에서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AI 관련 각종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ChatGPT 등장 이후 얼마 동안은 AI의 활용 이전에 AI를 시험 삼아 써본 학생들도 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수의 학생이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자동으로 깔리는 무료 버전 AI 프로그램을 일단 써 볼 수 있으니, AI 사용 경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람들이 AI를 처음 사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최초의 충격은, 극도로 단순하고 쉬운 사용 방식이라는 것이다. 프롬프트에 질문이나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게 다인 것이다. AI의 실질적 성능 향상, ‘환각(hallucination)’ 현상 같은 문제들의 개선 정도에 따라, AI가 일상적인 활용 도구로 쉽게 자리 잡으리라는 예상은, 일단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AI의 성능 개선 및 고도화 못지않게 AI의 대중화를 위한 결정적인 요소가 AI의 활용 방식이라면,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프롬프트에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조차 귀찮다면, 그냥 말로 하면 된다. AI의 음성 인식 기능 또한 엄청난 속도로 향상되어 상용화되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쉬운 AI의 활용에 있어서, 학생들의 활용 비율이 의외로 낮은 수준에 한동안 머물러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AI가 단순히 기존의 인터넷 검색 엔진 활용을 대체하는 용도였다면, AI 초기 버전은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딥 러닝 과정을 거친 데이터가 최신 데이터가 아니라면, 또한 활용된 데이터가 다양한 영역을 세세하게 포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면, AI가 내놓는 대답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AI 초기 버전의 환각 문제, 즉 진위나 정확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대답을 제출하는 문제는, AI의 대답 자체를 다시 한번 검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 문제는 현시점에서도 충분히 극복되었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그런데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AI를 정말로 제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프롬프트에 질문이나 명령어를 일회적으로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복합적이고, 다양한 영역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라면, 두 어 번의 질문 정도로 만족할 대답을 얻어낼 수 없다. 프롬프트에 입력하는 질문이나 명령이, 얻고자 하는 대답에 맞추어 얼마나 정확하고 명료하며 논리적인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복합적인 문제들에 대한 만족할만한 대답을 도출하기 위하여, 필요에 따라서는 수십 개, 수백 개의 질문을 이어나가면서 AI와 대화하는 능력이다. AI는 인간의 지능에 호응하면서 작동하는 기계이지, 그 자체로 자율적인 기계가 아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곧 대체하리라는 소문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거의 헛소리에 가깝다고 단언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학습, 즉 인문학적인 비판적 사고 능력과 문제의 정식화 능력을 기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인공지능의 활용 능력 또한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