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0 호 영화전공 97학번, 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을 만나다
우리 대학교 영화전공 97학번인 남동협 감독은 지난해 영화 <핸섬가이즈>로 데뷔하였다. 해당 작품은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리메이크한 호러 코미디로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과 ‘상구’가 귀신 들린 집으로 이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봉 후 17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하여 주목받았고, 시체스영화제 파노라마 판타스틱 관객상 수상부터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올해의 신인감독상까지 수상하며 영화 작품으로써 극찬을 받았다. 영화 <핸섬가이즈>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자 남동협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남동협 감독(사진:https://www.nocutnews.co.kr/news/6171919)
Q. 감독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이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감독을 꿈꾸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진로를 영화과로 정하고, 1997년에 상명대 영화과에 진학하게 되었죠. 학교에선 이론 공부도 하고 단편영화도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졸업 후에는 연기부 생활을 시작으로 조감독까지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습니다.
저희 시절 영화과는 학술부, 기술부, 편집부, 음향부, 미술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학년 땐 선배 말에 따라 학술부에 들어갔고, 군 복학 후에는 인기가 없던 미술부에 인원이 부족하다는 후배 부탁으로 들어가게 됐죠. 미술부에서는 주로 스튜디오 관리나 세트 제작용 자재 준비 등, 말 그대로 목수 같은 일을 했습니다.
연출 전공을 선택한 건 처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상명대 영화과에 진학한 목적 자체가 연출이었고,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Q. 처음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그 시절 본 영화 중 지금도 영향을 주는 작품이 있다면?
A. 정확히 몇 살부터 영화를 좋아했는지 단정하긴 어렵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화와 가까이 지내며 자랐습니다. 유치원 이전 시절부터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고, 80~90년대 당시에는 요즘처럼 콘텐츠가 많지 않아 TV나 극장, 비디오가 거의 유일한 영상 매체였습니다.
‘주말의 영화’나 ‘토요영화’ 같은 방송 시간에 맞춰 보고 싶은 영화를 기다려보기도 했고, 부모님이 맞벌이로 약국을 운영하셨기에 저와 동생이 시간을 스스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약국 주변에 극장이 여러 곳 있어서 자주 극장을 드나들었습니다.
영화 취향과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을 하나 꼽자면,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입니다. 어릴 적 처음엔 비디오로 접했지만, 명절 연휴 동안 TV에서 1, 2, 3편을 연속 방영할 때마다 녹화해 두고 반복해서 볼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세 편을 한 테이프에 녹화해 심심할 때마다 틀어보곤 했죠. 지금도 그 시리즈는 제게 가장 큰 영화적 영감을 준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금 더 자라는 팀 버튼의 <가위손>, <비틀쥬스> 같은 영화들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Q. 감독님께서 데뷔 전 준비해 왔던 시나리오들이 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라고 하셨는데, 코미디를 좋아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평소 성격 자체가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지금처럼 격식을 차린 자리에서는 조심스럽지만, 평소에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만들고 싶은 영화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 외에도 어릴 때부터 코미디 영화를 정말 많이 좋아했습니다.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 <못 말리는 람보>,< 못 말리는 비행사>처럼 병맛 코드가 강한 슬랩스틱 코미디들이 특히 기억에 남고, 90년대에는 주성치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데뷔를 한다면, 사람들을 마음껏 웃길 수 있는 본격 코미디 영화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Q. 사람마다 웃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남을 웃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핸섬 가이즈는 모든 장면이 재밌더라고요. 감독님만의 코미디 장르를 만드는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코미디 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고, ‘내 영화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만들어보니, 남을 웃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마다 웃음의 포인트와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관객에게는 유머 코드가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부터 웃긴가’를 점검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웃기지 않은데 관객을 웃기기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제가가 이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이기 때문에 저 자신부터 웃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다음에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검증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10명 중 5~6명이 웃는 장면이라면 살릴 가치가 있고, 대부분이 재미없다고 하면 과감히 걷어내거나 수정하였습니다.
코미디는 웃기기 위해 만든 장르이기 때문에, 실제로 웃기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하고 민망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반응을 확인하며, 공감대를 얻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촬영할 때는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보면 과장된 연기도 정말 웃깁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웃긴 장면이 편집 후에도 웃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순간적인 착각일 수 있기 때문에, 촬영 내내 이 장면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진짜로 웃긴 장면인지 계속해서 의심하며 작업하였습니다. 편집 후 전체 영화가 지나치게 오버스럽고 과한 느낌이 나지 않도록, 영화가 과도하게 과장되거나 어색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Q.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수상하시고 많은 영화제에서 심사 위원상과 관람객상, 노미네이트까지 되셨는데요. 첫 작품으로 이렇게 많은 쾌거를 이뤄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A. 너무 감사한 상황이죠. 영화로 흥행만으로 감사한데,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것은 영화에 대한 평가까지 좋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 12월에 촬영을 마친 <핸섬가이즈>는 코로나 시기로 인하여 3년 반 만에 세상에 나온 영화입니다. 그래서 팬데믹 상황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걱정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힘들게 완성한 첫 데뷔작이다 보니, 흥행, 영화제 수상을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 개봉만이라도 원했었습니다. 1, 2년이 지나도 개봉 날이 잡히지 않다 보니 그 시간을 버티는 것이 힘들었고, 그다음에 개봉 날이 잡히고는 영화가 망하지만 않길, 한국 영화에 폐를 끼치지 않길 바랐습니다.
<핸섬가이즈>는 기존 상업영화와는 다르기에 관객의 반응을 예측하기 힘들어, 불안하고 초조했었습니다. 영화 개봉 후 큰 흥행은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며 사랑을 받아, 170만 이란 많은 관객 수를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감독이라는 직업이 걱정을 많이 하는 위치이기에 계속되는 걱정과 안도의 연속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영화제 수상은 보너스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상영을 마무리하고 10월에 첫 시체스영화제 초대를 받아 갔을 때 제일 기뻤습니다. 영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다 사라진 상태에서 초청을 받아 영화제를 즐기며 관객상까지 수상하여 마음도 편하고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긴 시간을 기다린 만큼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상도 상이지만 감독들의 감독인 봉준호 감독이 JTBC 뉴스에 출연하여 <핸섬가이즈>에 대한 칭찬을 말했을 때 너무 놀랐고, 그때가 상을 받았을 때보다 주변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Q. 오픈 세트로 촬영하셔서, 특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현장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A. 부산에서 약 3달간 촬영에 임하며 큰 날씨 문제는 없었습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촬영했는데 조감독은 점점 추워지니 아예 처음부터 호수에 입수하는 촬영을 먼저 하는 걸로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입장에선 저는 신인 감독이고, 밤에 입수 촬영이 단순한 촬영이 아니다 보니 조금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조감독이 나를 싫어하나’라고 생각을 잠깐 했지만 감독이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촬영에 임했습니다.
영화상 설정은 늦여름, 초가을 설정이지만 촬영은 긴 시간에 거쳐서 하다 보니 단풍이 물들고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배경 연결이 곤란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악의 기운 때문에 주변 배경이 시든다는 설정을 추가하여 해당 장면에 CG를 입혀서 배경 연결을 맞췄습니다.
Q. 영화에서 가장 고민 끝에 완성한 메타포 장면은?
A. 찍을 때 제일 걱정하고 제일 신경을 많이 썼던 장면은 뒷부분 오컬트 부분이었습니다. 한국 영화에는 잘 없는 장면이다 보니, 영화에 어울려 보이기 위해 분장, 분위기를 맞추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당에서 시체가 되살아나는 장면에서도 여러 버전이 있었습니다. 이때도 너무 과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웃겨 보이려는 영화지 유치하고 우스워 보이려는 영화는 아니기에 그 한 끗 차이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걸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신경을 제일 썼던 오컬트 장면을 관객분들이 가장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Q. 여성인 미나가 영웅이 되면서 영화가 끝이 나는데, 이를 통해 편견이 있는 인물이 한 방 먹이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A. 사실 거대한 메시지를 의식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나 <핸섬가이즈>는 기본적으로 편견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신분으로 인한 편견을 받는 미나부터 외모로 인한 편입견을 받는 재필, 상구까지. 그러한 편견을 갖고 사는 우리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내세우려고 한 건 아니지만 이 영화가 그 메시지를 관통하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건 공포영화의 공식 같은 설정이기에 이를 반영했습니다.
Q. 차기작을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준비하고 있다면 어떤 작품일지, 차기작도 핸섬가이즈와 같이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일까요?
A. 핸섬가이즈 제작한 회사에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도 코미디 기반이지만 <핸삼가이즈>처럼 B급, 병맛이 강한 장르가 아닌 현실적 블랙코미디의 영화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이후 <핸섬가이즈 2>도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저희 또래는 졸업, 취업, 꿈 사이에서 많이 흔들립니다. 감독님도 그런 고민을 하신 적 있나요?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 쪽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독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진심인지, 그 마음이 단지 ‘해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절실한 것인지 먼저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0억 미만의 독립영화를 만들든, 50억에서 100억 이상의 상업 영화를 만들든, 모두 누군가의 돈을 투자받아 창작하는 일이기 때문에 막대한 책임이 따릅니다. 이는 노력뿐 아니라 운도 많이 따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감독을 꿈꾸는 누구도 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이 길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기회는 분명히 찾아옵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제대로 붙잡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본인의 준비와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주어진 현재 상황에 충실하며 꾸준히 버티고 나아간다면, 분명 한두 번은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핸섬가이즈>로 데뷔할 수 있었던 배경을 돌아보면, 15년 이상 업계에서 연출부로 일하며 쌓아온 경력과 태도가 결국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연출부 시절에 보여준 태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등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돌고 돌아 제게 돌아왔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더라도, 10년 후, 15년 후에는 그것이 결국 본인의 데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상업영화는 특히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동의와 신뢰가 필요합니다. 투자사, 제작사, 배우, 제작진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사람이라면 감독을 맡겨도 괜찮겠다’는 신뢰를 가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감독은 해봐야 아는 자리지만, 그 전까지의 평판과 신뢰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적당히가 아닌 ‘상상 이상의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본인의 열정과 의지를 담아,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영화 관련 일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오고, 그 기회를 제대로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동협 감독,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남동협 감독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단단한 의지로 <핸섬가이즈>라는 독특한 코미디 호러 장르의 데뷔작을 성공시켰다. 또한 앞으로 현실적인 블랙코미디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계획임을 밝혔다. 남동협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인터뷰 기사를 마친다.
김지연,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