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9 호 [기획]개교 60주년, ‘숨은 주인공들’을 만난다
대학은 단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고, 강의를 하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누리는 일상, 그 모든 배경에는 말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새벽 어둠을 뚫고 캠퍼스를 정리하며, 하루 종일 학생들의 안전을 살피고, 보이지 않는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다.
2025년, 상명대학교는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긴 역사를 돌아보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깨끗한 환경이 당연한 게 아니에요?”
환경미화원 최OO 씨는 이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8년째다.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인다. 오전 일과 후에는 잠깐의 점심시간이 주어지고, 이후엔 오후 청소 작업에 들어간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상명대’라는 공간이 존재한다.
“출근은 7시 반이에요. 학생들보다 더 일찍 나오죠. 강의실부터 복도, 화장실, 계단까지 맡은 구역이 꽤 넓어요.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쓸고 닦아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이니까, 청결을 유지해야죠. 화단도 잘 꾸며져야 보기 좋고요. 어떤 날은 꽃을 심고, 어떤 날은 낙엽을 줍고. 계절마다 일은 달라지지만, 마음은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강사님들이 학교 깨끗하다고 하실 때요. 특히 다른 학교보다 훨씬 낫다고요. 그 얘기 들으면, ‘아, 괜찮게 하고 있구나’ 싶어요.”
그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인사도 잘하고 밝아요. 우리한테 친절하고 고마워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 일 하면서 마음이 편해요”라고 웃었다.
꼭 전하고 싶은 말도 있었다. “분실물이 생각보다 많아요. 에어팟 같은 건 특히요. 학생들이 자리에 두고 안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청소하다가 버리게 되거든요. 도난 걱정도 있고. 대기실에 와서 꼭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학생들, 이젠 내 자식 같아요”
2021년 1월부터 상명대학교 기숙사에서 근무해 온 경비원 김OO씨는 3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주요 업무는 외부인 출입 통제, 시설 점검, 응급상황 대응 등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일을 설명할 수는 없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8시에 퇴근해요. 24시간 교대 근무죠. 익숙해지긴 했는데,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해요.”
“밤에 갑자기 아프다고 내려오는 학생들 있잖아요. 병원은 문 닫고, 약도 없고, 곤란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엄마처럼 챙기게 되더라고요.” 그는 자신의 역할이 단순한 ‘경비’가 아니라, ‘보호자’ 같은 감정까지 수반된다고 말했다. “벌레 나왔다고 놀라서 우는 학생도 있어요. 뭐라 해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니까. 부모님이 맡긴 자식들인데, 안전하게 있어야죠.”
김 씨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작은 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발 놓는 자리, 콘센트 사용하는 방법, 방문 닫는 습관까지. 내가 편하자고 한 행동이 누군가에겐 위험이 될 수 있어요. 사소한 배려가 큰 사고를 막아요.”
그는 또, 기숙사 생활에서의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소회처럼 꺼내 놓았다. “빈 둥지라는 말이 있어요. 기숙사가 딱 그래요. 아이들이 없을 땐 허전하고, 함께 있으면 떠들썩하지만 또 정겨워요. 친절한 친구들이 많아서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어요.”
우리가 잊고 있던 ‘학교의 또 다른 주인공들’
우리는 흔히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전당의 문을 열기 위해 먼저 도착해 전등을 켜고, 먼지를 닦아내며, 불편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뒤에서 애써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강의계획서에 이름이 적히지도, 졸업앨범에 사진이 실리지도 않지만, 분명히 학교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들이다.
사서, 미화원, 조리사, 경비원, 전산 담당자, 행정직… 개교 60주년을 맞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상명대학교의 모습은 또 다른 구성원들도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학교는 단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그 둘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는 이들—그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얼굴도 기억할 때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