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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49 호 [영화로 세상읽기]성장의 끝에서 마주한 ‘해피엔드’

  • 작성일 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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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5125
신범상


▲ <해피엔드>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해피엔드는 어떤 영화인가


   성장 영화라 하면, 대개 눈에 띄는 변화를 떠올린다. 그러나 영화 <해피엔드>는 조금 다르다. 이 작품은 뚜렷한 변화 대신 조용히 스며드는 성장의 결을 따라간다. ‘정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향해 서서히 기울어지는 가치관의 변화’를 다룬 이 영화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선택들이 결국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를 묻는다. 기자는 이 영화 속 ‘갈림길’, ‘디제잉’, 그리고 ‘김밥’의 장면들을 통해 그 성장을 따라가 보았다.


갈림길, 그리고 우정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두 친구가 다시 만나는 ‘갈림길’이다. 과거를 지나쳐 강당으로 향한 발걸음은 뒤풀이 뒷담화를 통해 서로의 선택을 직면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의 갈등은 정답 없는 선택의 연속 속에서 서로의 ‘해피엔드’를 만들어가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성숙해지는 과정. 이는 신체나 환경이 아닌 ‘가치관의 성장’이다.


초밥이 아닌 김밥: 상징의 전환


  
영화 초반, 인물들이 고급 초밥을 먹고 싶어 하지만, 결국은 김밥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단지 식사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타인과의 합의 사이에서 타협하며, 현실을 선택하는 청춘들의 모습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김밥 같은 삶이어도 충분하다는, 작고 묵묵한 수용이 오히려 현실 정치에 더 가까운 자세일지도 모른다.


“난 슬플 때 디제잉을 해”: 감정의 탈출구


   주인공은 슬플 때 디제잉을 한다. 이는 회피이자 대처다.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음악으로 표출하며 정리하는 태도는 지금 세대의 감정 소통 방식과 닮아 있다. 영화는 이런 모습을 통해 ‘정치를 한다’는 것이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다만, <콘클라베>처럼 명확한 사회적 메시지나 해결책을 담진 않는다. 대신, 누군가가 정치에 눈뜨는 그 ‘과정’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에 더 집중한다.


해피엔드란 무엇인가


  
<해피엔드>는 정치적 발언을 던지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이 영화는 “성장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가”에 천착한다. 그 변화는 미묘하지만 결코 작지 않다.해피엔드는 ‘정치적 해답’이 아니라 ‘관점의 이동’ 속에 있다. 삶과 우정, 일상에서 스며든 변화들로부터 비롯된 해피엔드.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갈림길 어디쯤에 서 있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