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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46 호 [책으로 세상보기] 우울하고 불안해서 어쩌라고-<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작성일 202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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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1944
신범상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허지원 | 김영사 | 2020 | 264면


  스스로가 낯설 때가 있다.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그렇다. 원인 모를 감정은 생각의 늪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박식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란 제목은 묘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책의 저자는 뇌과학자이자 임상심리학자다. 근거 없는 ‘가짜 심리학’과 뻔한 자기계발서가 판치는 현실에서 저자는 임상심리학과 뇌과학에 관한 검증된 지식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말뿐인 위로는 일시적이다. 과부하 걸린 마음을 치유할 순 없다. 보다 직설적이고 과학적인 해답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래저래 범상치 않은 책이다. 듣기 좋은 말을 포장해 놓은 여타 에세이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뇌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소개하며,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위로를 건넨다.


  낮은 자존감, 애정 결핍, 완벽주의, 불안과 우울 등 우리를 시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수도 없이 많다. 이 책의 차이점은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오늘의 숙제’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당신의 자존감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당신과 똑같은 사람과 평생 함께 지낼 수 있습니까?”과 같은 질문으로 내면을 검토한다.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늘어난 자기 이해는 ‘자아’를 형성하고 자신의 감정에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를 준다.


  저자는 높은 자존감이란 ‘착한 지도교수’나 ‘부모의 손이 필요 없는 아이’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 같은 허상이라 말한다. 굳이 허상을 좇으며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 어쩌면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 ‘나는 왜 살지?’란 물음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왜’보다 ‘어떻게’다. 삶의 흔적을 의식하면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자. 행동이나 일, 또는 어떤 대상이 삶의 의미여선 안 된다. ‘어떻게’에만 집중하자. 어떻게 일할지, 어떻게 놀지, 어떻게 사랑할지. 우리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도 괜찮다. 저자는 ‘어쩌라고’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우울하고 불안해서 어쩌라고. 삶이 무의미한 것 같아서 어쩌라고. 뭐 어떤가? 하루가 즐거우면 좋고, 아니면 또 마는 것이다. 우리는 불완전해도 충분하니까. 자신을 좀 더 편하게 두자.



신범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