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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45 호 [책으로 세상 보기]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작성일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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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2852
신범상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사진: https://images.app.goo.gl/oDmkR4Exy7k4RZ156)

  오늘날 혐오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이러한 혐오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는지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이 책의 저자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영국 문학과 철학에서 중요한 인물인 윌리엄  헤즐릿(William Hazlitt)이다. 그는 인간 본성과 감정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적·정치적 문제와 연결하는  에세이로 명성을 얻었다. 헤즐릿은 감성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시각에서 심리를 탐구하며, 이 책에서도 혐오라는 복잡한 감정이 개인과 사회에서 어떻게  즐거움과 결합하여 확산되는지를 분석한다.


  책은 혐오가 단순한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때때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는 타인을 비난하고 배제할 때 일종의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발견한다”고 말하며,  혐오가 공동체적 결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혐오의 감정이 정당화될 때, 사람들은 특정한 대상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당연시하게 되며, 이는 더욱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이 책은 혐오가 사회적 갈등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정치적 이념, 인종, 젠더, 계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는 갈등을 부추기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집단을 적대시하는 경향을 강화한다.  저자는 “혐오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고 이용된다”고 말하며, 혐오가 권력 관계와 맞물릴 때 더욱 깊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혐오를 조장하거나 이용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혐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혐오를 단순히 억제하거나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혐오의 기저에 깔린 심리적·사회적 요인을 분석하고 해결해야 하며, 혐오의 즐거움을 넘어 더 나은 사회적  유대와 공존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혐오를 없애기 위해서는 혐오를 즐거움으로 여기는 심리 자체를 이해하고, 그보다  더 강한 결속과 연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혐오를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적·심리적·문화적  차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혐오의 작동 방식과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