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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34 호 “무상(無常)과 초심(初心)” ​

  • 작성일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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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36
정소영

무상(無常)과 초심(初心)”


초심(初心)은 처음으로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말한다학교는 3월에 개강하여 중간고사를 치르고다시 기말을 향하여 가는 중이다상명대학교 구성원들은 올해 혹은 한 학기를 시작하면서 품었던 생각을 얼마나 잘 지켜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계획과 성취는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사람의 인생살이는 무상(無常)하다고 하지 않던가.

고려시대 둔촌(遁村이집(李集, 1327-1387)은 공민왕(恭愍王재위 : 1351-1374) 시절 조정에 잠시 머물렀다가 은둔으로 삶을 마무리한 사람이다지금 서울특별시 강동구 둔촌동의 둔촌은 이집의 호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 사람의 삶은 굴곡의 연속이었다이집은 신돈(辛旽, ?-1371)의 위세가 왕을 위협할 정도가 되자 대중들 앞에서 신돈의 잘못한 점을 말한 적이 있었다이 일로 그는 신돈의 박해를 피해 경상북도 영천에서 4년간 숨어 지내기도 하였다이 사건은 그의 삶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그의 본래 이름은 원령(元齡)이었는데영천에서의 힘겨운 생활을 마친 뒤이름을 집()으로 자()는 호연(浩然)으로 바꾸고 호()를 둔촌(遁村)으로 정한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잘 다스리고 백성들을 구제한다)’이라는 사대부의 포부를 실행하면서 품었던 ()로움과 도리(道理)’를 지켜나가기 위해서였다그의 자()는 호연(浩然)’인데, ‘호연지기(浩然之氣)’의 호연(浩然)’이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로움과 도리(道理)’에 맞는 행동이 꾸준히 쌓여서 생겨난다그의 이름인 (集 모으다)’은 의로움을 모으다[집의(集義)]’에서 취한 것이다즉 이집은 앞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향도 일관성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에서 이름과 자()를 바꾼 것이다이를 통해서 보면 처음 가졌던 생각을 온전히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한편으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는 각종 매체를 통해서 산 정상에 올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른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사방이 확 트인 산의 정상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공간이자앞으로의 삶을 조망하는 기회를 주는 곳이다여기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초심(初心)’에 대하여 한 번 정도 회상하며살아오는 과정에서 경험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모든 감정을 느낄 것이다

5월은 녹음(綠陰)이 짙어가고 자연은 강한 생명의 기운을 내뿜는 시절이다이러한 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취()해 보는 것도 하나의 낭만(浪漫)이라고 생각한다낭만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지만때로는 한 번의 각성(覺醒)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초심(初心), 즉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지키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