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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03 호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 문학관

  • 작성일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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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윤동주 문학관 (사진 촬영: 윤정원 기자)


  서울캠퍼스는 종로구에 위치한 만큼 주변에 많은 문화재와 박물관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세상을 떠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 위로와 울림을 전해주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윤동주 문학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우들이 자주 드나드는 부암동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은 원래 1970년대 지대가 높은 청운아파트를 위해 수돗물을 끌어 올려 물탱크에 가둔 다음 압력을 가해 위로 솟구쳐 올라가도록 돕는 시설인 수도가압장이었다. 아파트가 낡아 철거되자 용도를 잃은 채 방치되었던 수도가압장을 당시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 ‘윤동주 시 선양회’가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고 시인의 연희전문학교 시절 하숙집과 현재의 문학관이 같은 지역인 점에 착안하여 종로구가 수도가압장을 개조해 윤동주 문학관으로 만들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조국을 염려했던 시인 윤동주

  윤동주 시인은 1917년 12월 30일 중국 길림성 출생으로 1936년에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대한 항의 표시로 숭실중학을 자퇴해 용정 광명학교 중학부로 편입해 거기서 졸업하였다. 1942년에는 서울의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여,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 있는 릿쿄대학에 진학하였다. 1943년 학업 도중 귀향하려던 시점에 항일 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1945년 2월 복역 중 건강 악화로 생을 마치고 말았다. 이후 1948년 유고 31편을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란 제목으로 정음사에서 시집이 출간되었다. 

<겨울>, <조개껍질>, <햇빛 바람> 등 청소년기에 쓴 시는 암울한 분위기를 담고 있으면서 대체로 유년기적 평화를 지향하는 현실 분위기의 시가 많으며 성인인 연희전문학교 시설에 쓴 시에는 <서시>,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 <별 헤는 밤> 등 자아 성찰의 면모와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역사성을 담은 깊이 있는 시가 대비를 이룬다. 무장으로 일제에 맞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조국의 앞날을 염려하고 자신을 성찰한 윤동주 시인의 마음은 윤동주 문학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윤동주의 생애를 시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제1전시실, 시인채

  제1전시실은 시인의 순결한 시심을 상징하는 순백의 공간을 의미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우물은 시인의 생가에 있던 우물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목재 널 유구로, 유리벽에는 ‘자화상’이 적혀있어 늘 자신을 성찰하고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려했던 윤동주 시인을 떠오르게 한다. 우물의 우측에는 시인의 일생을 시간순으로 배열한 사진 자료와 친필원고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처음 전시된 시인 <오줌싸개 지도>는 1936년 초에 쓰여진 동시로, 시에 나오는 ‘오줌싸 그린 지도’는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소재로 사용되어 가족이 해체될 수 밖에 없었던 냉혹한 현실을 아이의 시선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윤동주 시인이 어린시절부터 나라를 잃은 식민지 백성의 슬픔을 시에 나타낸 것을 알 수 있다. 그 옆에 광명중학교의 성적표에 함께 전시되어 있는 시 <이런날> 또한 시 속의 ‘두 돌기둥’을 통해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픈 면모를 나타내고 있다. 시인이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 개명을 해야 했던 시기에 쓴 <참회록>과 대학생들에게 단발령이 내려진 시기에 쓴 <쉽게 씌워진 시>는 그 당시 시인이 느낀 감정을 유리벽 오른쪽에 써져있는 역사적 사건과 대입해 더욱 감상에 몰입할 수 있다. 전시의 막바지에는 독립운동 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판결문에 관한 전시로, 윤동주 시인은 독립이 6개월이 채 안남은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본 대도시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다. 전시 마지막에는 윤동주 시인이 절명한 후 유족들이 낭독한 ‘새로운 길’이 전시되어 있으며 유고 31편을 모아 발간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본, 중보판, 문고판이 차례로 전시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퇴적을 느낄 수 있는 제2전시실, 열린 우물

  '열린 우물'이라고 칭하는 제2전시실은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에서 자아성찰의 매개체로 나오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물탱크의 상단을 개방하고 하늘과 바람과 별이 함께하는 넓은 뜰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물탱크에 담겨 있던 물의 흔적이 벽에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퇴적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열린 우물의 높고 두꺼운 벽면 위로 푸른 하늘이 보이는데, 마치 우물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 속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다’는 시구처럼 파란 하늘과 구름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아 성찰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 우물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시인의 일생과 문학 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제3전시실, 닫힌 우물

  열린 공간인 제2전시실과는 달리 두꺼운 철문으로 닫혀 있는 제3전시실은 '닫힌 우물'이라고 표현된다. 닫힌 우물, 제3전시실은 반 층 지하의 두꺼운 시멘트벽들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전시실보다 비교적 기온이 낮다. 서늘한 느낌과 물때가 남은 거친 벽면이 윤동주 시인이 눈감았던 후쿠오카 형무소를 연상시킨다. 제3전시실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일생과 그의 시 세계를 담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는데, 닫힌 우물의 분위기로 인해 공간의 정서와 함께 영상에 몰입할 수 있다. <별의 시인 윤동주> 영상은 오전 10시부터 17시 30분까지 매 15분 간격으로 상영하며 마지막 영상 상영 시작은 17시 30분이다. 영상에는 윤동주 시인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의 문학 세계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벽면의 울퉁불퉁 거친 표면과 물때 자국 위로 영상을 비추기 때문에 그때 그 분위기가 잘 전달된다. 



영혼의 물길을 정비하는 우리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 문학관에 가서 윤동주 시인의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저항시와 삶의 고뇌에 대한 시를 감상할 수 있고 특히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시를 윤동주 시인의 친필원고 영인본을 볼 수 있어서 당시의 고뇌, 자신의 행적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하는 태도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시를 쓰던 노트에 시뿐만 아니라 시인이 했던 생각들을 끄적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고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끊임없이 반성하는 자아 성찰의 태도를 본받는다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가압장은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학업과 취업 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명대학교 학우들, 그리고 세상사에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영혼을 맑고 강하게 깨워 주며, 영혼의 물길을 정비해 새롭게 흐르도록 한다. 우리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 문학관에 삶이 지치고 피곤할 때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정원, 이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