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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3 호 취업 대신 쉬는 청년들…사각지대에 놓인 ‘쉬었음 청년’

  • 작성일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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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7934
김지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일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라고 답한 20대 청년은 42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했다. 대학 이상의 고학력 ‘쉬었음 청년’은 2019년 13만 3000명에서 2023년 15만 300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쉬는 인구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쉬었음 청년’이란 


  쉬었음 청년은 이미 취업을 했거나, 취업 준비 없이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 청년 인구를 일컫는다. 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있는 상태이기에, 취업 준비를 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실업자와는 구분된다. 


▲쉬었음 청년 분류 (사진: https://www.oneul.or.kr/News/Detail?listID=329&pageidx=1)


  통계청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은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03년 조사에서 쉬었음 청년은 24만 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는 15~29세 인구의 5%가 쉬었음 인구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감소하는 듯했으나, 2023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기헌 선임연구위원(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 기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달 라이더, 보건·의료 직종 등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퇴직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며, “이후 이들이 재취직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라고 분석했다.


▲쉬었음 청년 인구 비중 및 연령대 (사진: https://www.oneul.or.kr/News/Detail?listID=329&pageidx=1)


쉬었음 청년의 증가 이유


  올해 쉬었음 청년이 늘어난 주된 원인은 자발적·비자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증가한 쉬었음 청년 중 자발적 사유는 28%, 비자발적 사유는 72%를 차지한다. 먼저, 자발적인 선택으로 쉬고 있는 청년층은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용의 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핵심 연령층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선택의 기준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 청년층 이직 사유별 쉬었음 인구 (사진: https://www.oneul.or.kr/News/Detail?listID=329&pageidx=1)


  이와 달리 비자발적인 요인 중 첫 번째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가 여전히 심각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건국대 윤동열 교수는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에 청년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는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년 채용은 15개월 연속 감소하며 역대급으로 얼어붙은 상태다. 숙박·음식점업과 같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코로나19 시기 수준으로 줄었고, 다른 연령대와 달리 청년층의 고용의 질은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해 회복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기업들의 경력 선호와 신입 채용 축소이다. 최근 기업들은 신입보다는 경력 직원을 선호한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경력 직원만 채용한다고 공고를 올렸다. AI 기술 보편화 등으로 앞으로 신입 채용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세 번째는 경제 불황과 내수 부진이다. 내수 경기가 부진해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청년들의 고용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은 퇴직하면 안 된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실제 고용노동부 자료에서도 올해 1분기 채용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지방에서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 부족, 경력 중심 채용, 경제 불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청년들이 ‘쉬었음’을 선택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쉬었음 청년문제 해결 시급


  쉬었음 청년은 여러 방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개인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구직 활동 없이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시장 진입이 어려워진다. 기업은 취업 공백이 긴 지원자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쉬었음 청년들은 경력 단절과 취업 불리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또한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고립과 은둔 청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상철 지역고용네트워크 대표는 “직장에서의 부적응이나 세대 갈등 등 부정적 경험이 누적되면서 재취업 의지가 꺾이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일상 유지가 어려운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 실업 문제가 아닌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수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사회적·가족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청년층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 평균적인 인생 주기도 늦어지고, 결국은 출생률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쉬었음 청년들이 필요한 생활비를 부모나 형제 등 가족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가계 전체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이는 새롭게 형성될 가족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가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셋째, 경제적 손실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킨다. 저출생과 맞물려 청년 노동인구가 감소하면, 이미 심각한 한국 사회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날 경우 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실제로 최근 5년(2019~2023년) 간 쉬는 청년의 증가로 인한 경제적 비용 손실은 44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쉬었음 청년제도의 사각지대


  대표적인 청년 구직지원 정책으로는 ‘구직활동지원금’과 ‘청년수당’이 있다. ‘구직활동지원금’은 고용노동부가 청년을 포함한 미취업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구직 의사가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15~64세 구직자가 소득, 재산 요건을 충족하면 취업활동계획 수립과 이행을 조건으로 매월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취업지원서비스에 참여하면 일부 취업활동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졸업 직후 경력이 부족해 일반 수급 요건 중 ‘100일 또는 800시간 이상 취업 경험’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120% 이하이고 나이가 15세 이상 34세 이하(병역의무를 이행하면 그 기간 가산), 재산이 5억 원 이하라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시 청년수당 모집 포스터 (사진: https://www.smyc.kr/program/?bmode=view&idx=156055686)


  ‘청년수당 사업’은 서울특별시에서 시작한 「서울특별시 청년 기본 조례」에 근거한 정책으로, 주민등록상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의 미취업 청년에게 매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제도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어,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 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부산, 대전, 광주 등도 각각 ‘청년디딤돌카드’, ‘청년내일희망카드’, ‘청년드림수당’ 같은 이름으로 구직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즉, 지역별로 명칭과 세부 요건은 다르지만, 청년층의 생활안정과 사회참여를 촉진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두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청년이 스스로 노동시장 진입 의지를 보여야 지원하는 소극적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청년 쉬었음과 실업의 중요한 차이는 쉬었음 상태가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구직에 대한 적극성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특히 청년 1인 가구는 쉬었음에서 고립·은둔 상태로 이행할 위험이 크다. 쉬었음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쉬었음 청년을 발굴해 정책 사각지대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 정책 개선과 해외 사례


  현행 정책들은 생활비 성격의 지원에 치우쳐 있고, 일자리 관련 정보 수집, 교육훈련 등은 개인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고령자와 달리 청년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구직을 연장할 유인이 크다는 점에서 맞춤형 정보와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최근 정부가 졸업 후 4개월 내 조기 개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청년보장제’를 발표했는데, 이는 올해 대학 졸업예정자, 쉬었음 청년, 직업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1대1 상담, 일 경험, 훈련 제공을 묶어 초기 이탈(‘쉬었음’)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 제도의 모델은 유럽연합의 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다. 이는 청년 니트족 방지를 위해 모든 회원국이 “실업 또는 졸업 후 4개월 이내에 고용, 교육, 견습, 훈련 가운데 ‘양질의 제안’을 제공”하도록 진학과 취업을 보장하는 제도다. 영국은 여기에 더해 국가, 지역별 기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스킬 잉글랜드(Skills England)’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고, 훈련, 견습, 취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니트족을 상황에 따라 세분화하여, 가사 및 돌봄이나 질병 및 장애로 인해 니트가 된 집단, 능력 부족이나 사회부적응 등 구조적 이유로 니트가 된 집단, 자기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니트가 된 집단 등으로 나누고, 집단별로 대응 방식을 달리한다.


  일본의 경우 청년 응원 인정제도를 창설하여 청소년의 채용 및 육성에 고용관리 상황 등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청년 응원 인정 기업으로 적극적으로 인증하고 있다.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고용센터의 채용 지원, 일본정책금융금고의 저리 융자, 공공조달의 가점 평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 전반에 걸친 청년 친화적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다.


쉬었음 청년, 다시 돌아봐야 할 때


  희망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길어지는 구직기간이 청년들을 실업에서 쉬었음으로 밀어내며, 이는 다시 장기적 고립과 사회적 은둔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혹자는 청년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 미취업 청년들의 희망 세전 연봉은 평균 3,468만 원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월급으로 따지면 300만 원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는 최소한의 안정적 생활을 바라는 현실적인 기준이다. 즉 이제는 쉬었음 청년을 사회 밖에 머물게 하지 않을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



김지연 기자, 변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