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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3 호 관객은 늘었지만… 영화 할인권, 단기 효과에 그칠까

  • 작성일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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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한국 극장가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플랫폼 확산의 여파로 관객 수 급감과 흥행 부진을 겪으며 장기적인 침체기에 빠져 있다이를 타개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 사업을 추진하며영화 관람료 6천 원 할인권을 배포해 관객 유입을 늘리고 극장가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지난 7월 25일 시작된 1차 배포에서는 총 450만 장이 제공됐고불과 3일 만에 전량 소진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실제 사용률도 50%를 넘기며 관객 회복에 일정한 효과가 확인됐다.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용되지 않은 잔여분 약 188만 장을 9월 8일부터 2차로 배포하기 시작했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할인권 정책이 단기간의 소비 촉진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장기적으로 관객 확보와 영화산업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객 수 증가단기적 성과 뚜렷


  1차 할인권 배포는 단기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과를 거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7월 25일부터 9월 2일까지 극장을 찾은 일 평균 관객 수는 약 43만 5천 명으로, 할인권 배포 이전(1월 1일~7월 24일) 보다 약 1.8배 증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13.9% 늘어난 수치다. 이는 상반기 내내 줄어들던 관객 흐름을 반전시키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배포된 할인권의 사용률은 50%를 웃돌았다. 이는 정책이 단순한 이벤트성 지원을 넘어 관객들의 실질적 소비로 연결됐음을 보여준다. 문체부 관계자는 “할인권 배포 이후 관객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그동안 극장 방문을 미뤄왔던 국민들이 다시 영화를 찾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라며 “극장가 회복의 불씨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영화 ‘좀비딸’ 포스터 (사진: 이윤진 기자)


  할인권 정책이 흥행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독립 상업영화 ‘좀비딸’은 할인권 배포 효과를 톡톡히 누린 작품 중 하나다. ‘좀비딸’은 할인권이 배포된 5일 뒤 개봉해 개봉 첫날 43만 명을 동원해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대작 중심의 시장 구조 속에서도 입소문과 가격 부담 완화가 맞물리며 개봉 2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해, 할인권 수혜작 중 대표 영화로 꼽히고 있다.


영화 할인권의 한계


  이러한 단기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영화 할인권은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할인권 배포 기간 동안 극장 관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사업 종료 후에도 관객들이 꾸준히 극장을 찾을지는 불확실하다. 단순히 관람료를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극장가의 침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영화진흥위원회 2023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 (사진: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olicyDetail.do?policyNo=7026#none)


  영화진흥위원회의 '2023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관람 빈도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항목은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24.8%)였고, '영화나 극장 품질에 비해 티켓 가격이 비싸서'(24.2%)가 뒤를 이었다. 이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데 있어 가격 인하보다 콘텐츠의 질과 상영작의 다양성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객 감소의 원인은 가격보다는 콘텐츠와 연결되어 있다. 할인권 배포 기간 동안 대중성이 높은 영화에 흥행이 집중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콘텐츠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관객 유입은 일시적 증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OTT의 확산과 다양한 관람 환경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영화계가 여전히 전통적인 티켓 판매 구조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 한계로 지적된다.


  극장 운영의 구조적 문제 역시 여전하다. 국내 상영 시스템은 대형 멀티플렉스에 집중되어 있어 흥행 가능성이 높은 대작 영화가 상영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독립·예술영화와 저예산 상업영화는 상영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워져 관객에게 노출될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배급 단계부터 상영관 선정에 밀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 편중은 다양한 영화가 고르게 상영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적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영화 할인권 사업은 영화 발전 기금으로 집행되었는데, 이 기금은 금액이 한정되어 있어 큰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할인권 사업처럼 단기적인 소비를 촉진하는 데만 자금이 집중된다면, 독립영화 제작 지원이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 확대 같은 근본적인 지원에 사용할 여력이 줄어든다. 결국 이번 사업은 극장가에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영화 산업 전반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지속 가능한 영화 산업어떻게?


  영화 할인권은 단기간 관객 증가와 일부 흥행 성과를 이끌어 내며 침체된 극장가에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장기적인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안정적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질 높은 콘텐츠 제작과 다양한 상영작 확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관객층의 관심과 트렌드를 반영하여 여러 장르와 주제로 영화를 기획하는 것과 새로운 제작자와 감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창작을 지원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산업 구조 개선과 재정적인 기반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멀티플렉스 중심의 상영 구조를 개선해 독립·예술영화가 충분히 설 자리를 확보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장기적 지원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화 할인권이 일시적인 불씨를 지폈던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윤진 기자조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