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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1 호 “예쁘게 운동하고, 일상은 여유롭게”…Z세대가 즐기는 PPP 라이프

  • 작성일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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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5578
이윤진

  최근 SNS에서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PPP’라는 피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PPP 라이프는 ‘Pink Pilates Princess’의 약어로, 예쁘고 감각적인 운동 일상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영미권 사전 사이트 ‘어반 딕셔너리’는 PPP를 ‘예쁜 핑크색 옷을 입고 운동하며, 매일 밤 말차를 마시고, 10단계 피부관리를 실천하는 소녀’로 정의했다. PPP라는 신조어에는 핑크톤의 필라테스복, 깔끔한 메이크업, 그리고 운동 후 카페에서의 브런치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운동을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닌 하나의 패션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즐기려는 Z세대들의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PPP라이프’ 피드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슬로우 라이프에서 시작

  PPP 라이프는 2023년 말 틱톡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국내에서는 연예인이나 인기 인플루언서들이 ‘필라테스 브이로그’나 ‘필라테스 인증샷’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Z세대가 지향하는 슬로우 라이프가 있다. 슬로우 라이프는 현대 사회의 빠른 속도와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삶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웰빙과 셀프 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PPP 라이프도 하나의 ‘요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헬스장에서 무겁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땀을 쏟아내는 러닝을 운동으로 생각했다면, 요즘은 비교적 느리고 정적인 운동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을 선호한다. Z세대는 요가나 필라테스로 체형 교정·자세 개선 등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근육의 세밀한 움직임을 느끼며 내면의 안정을 찾는 것도 추구하는 것이다.

  건강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은 오전에 기상해 레몬수로 하루를 시작하고 예쁜 운동복 세트를 입고 하는 필라테스를 즐긴다. 운동은 땀을 흘리는 노동이 아니라,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루틴’이 된 셈이다.

보여주는 소비 트렌드의 영향

  PPP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운동은 단순한 체력 관리 수단만이 아니라, SNS에서 공유할 수 있는 ‘하루의 하이라이트’다.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전신 거울 앞에서 셀카를 찍고, 세련된 운동 소품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것은 필수다.

  이는 Z세대의 소비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보여주는 소비’를 한다. SNS에는 ‘오늘의 운동복(OOTD)’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심지어는 요가 매트, 텀블러, 가방까지 색상을 맞추고 더 예쁜 소품을 선택해 SNS에 공유한다. 코넬대 건강 전문 저널 헬스케어리뷰는 PPP를 “건강한 이미지로 정제된 소비자 정체성”으로 해석했다.

건강 + 아름다움 + 셀프 브랜딩 = PPP 라이프

  PPP 라이프의 핵심은 ‘운동을 예쁘게 즐기는 것’이다. 과거 운동복은 땀 흡수와 통기성이 강조된 기능성 위주의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제 운동복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자 셀프 브랜딩 도구가 됐다. 핑크, 라일락, 민트 등 파스텔 컬러의 필라테스 웨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Z세대는 운동을 단순한 체력 관리가 아니라 자기 이미지를 구성하는 퍼포먼스로 인식한다. ‘힘들게 땀 흘리는 모습’보다 ‘우아하게 자세를 잡는 순간’에서 오는 만족이 더 큰 것이다.

  PPP 라이프에 대해 우리 학교 재학생 이○진씨(공간환경학부 3학년)는 “번지피지오라는 플라잉요가에서 변형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예쁜 운동복을 입고 자세를 잡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꾸미고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애슬레저 브랜드와 PPP의 맞물림

  해외에서는 ‘룰루레몬’, ‘알로요가’, ‘나일로라’ 등의 글로벌 애슬레저 브랜드가 요가 웨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젝시믹스, 안다르, 뮬라웨어 등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가 ‘운동복=패션’이라는 인식을 대중 속에 안착시켰다.

  2019년 이후 젝시믹스 레깅스는 ‘국민 레깅스’로 불릴 정도로 대중화됐고, 안다르는 체형 보정 기능을 강조하며 시장을 확대했다. 뮬라웨어는 고급 소재와 절제된 색감을 앞세워 프리미엄 라인을 구축했다. 이러한 브랜드들의 색감·핏·스타일링은 PPP 감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SNS를 통해 재확산되고 있다. 소비 침체로 인한 업황 부진에도 애슬레저 브랜드 매출은 견고하다. 안다르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1358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패션 불황에도 레깅스는 입는다”는 젊은 세대들의 소비 패턴이 숫자로 입증된 셈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할 때나 입던 옷으로 여겨졌던 애슬레저가 이제는 일상복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SNS에는 ‘#OOTD’라는 태그를 붙여 레깅스에 오버핏 자켓이나 티셔츠를 입는 등 다양한 애슬레저 룩을 선보이는 피드가 많이 올라온다. ‘예쁜 운동복’, ‘프리미엄 애슬레저 라인’ 등을 추구하는 소비 흐름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 셀린느는 지난 3월, 운동과 럭셔리를 합친 필라테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레깅스, 스포츠 브라는 물론, 요가 매트나 케틀벨 등 운동 도구에도 셀린느 로고를 새기며 ‘럭셔리 스포츠웨어’에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 셀린느에서 출시한 필라테스 컬렉션(사진: 조선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96763?sid=004)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PPP 라이프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Z세대가 추구하는 새로운 웰빙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운동을 ‘하는 행위’에서 ‘즐기는 경험’으로 확장시키고, 건강과 아름다움, 나아가 자기 브랜딩까지 결합시킨 것이 특징이다.  PPP 라이프의 확산은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운동과 패션, SNS, 오프라인 공간이 결합한 이 문화는 ‘운동도 예쁘게, 일상도 감각적으로’라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