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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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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전 세계가 열광하는 K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미술감독

  • 작성일 2021-10-13
  • 조회수 37296
커뮤니케이션팀


2011년 제48회 대종상영화제, 2015년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미술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과 함께 연일 K드라마 흥행에 기록을 세우는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무대감독으로 활약하는 예술대학 무대미술전공 99학번 채경선 동문의 근황을 알아보았다.


무대미술전공은 1996년 4년제 종합대학교 중 최초로 설치된 이후 공연·영상 예술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으며, 

무대디자인, 프러덕션디자인, 무대의상디자인, 무대조명디자인, 무대제작과기술 등 공연·영상예술을 위한 미술과 기술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예술성과 기술 역량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채경선 동문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관련 콘텐츠는 상명대학교 공식 유튜브(https://youtu.be/j8GGL9e7nc0)와

공식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p/CVZ4p50lVeF/?utm_medium=copy_link) 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1.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감독님으로 성장하시게 되셨는지 등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채경선 미술감독입니다. 

저는 연극을 무척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였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명대학교 무대미술학과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대학 3년까지는 선배님들이나 교수님들과 함께 연극 무대디자인 협업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우연치 않게 영화학과 친구들의 영상 작업에 참여하여 세트를 디자인 하면서 영상 세트작업에 흥미를 많이 느끼게 됐습니다. 

졸업할 시기에 프로덕션디자인에 관해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영화학과 수업을 병행해서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졸업을 하고 상업영화 미술팀 막내부터 시작해서 7.8년 작업을 하고, 

독립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라는 작품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감독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16개의 영화작업을 미술감독(프로덕션디자이너)로 참여를 했고 최근에 오징어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 2. 미술감독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미술감독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화, 드라마의 미술감독(프러덕션디자이너)은 시각적 환경에 대한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트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분장디자이너, 소품디자이너 등 영화 전체적인 컬러와 조명 등을 계획하고 만들어내는 개념입니다. 

영화는 시간 및 공간의 예술입니다. 

영화의 공간적 속성들은 무엇보다도 프레임 내에 사물들을 어떻게 배열한 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프레임의 취사선택과, 프레임의 강조, 일종의 창문 역할이 영화 미술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에 따른 단순한 재현보다는 그것을 넘어서는, 그래서 창조적으로 의미와 정서를 확장시키는 미장센(무대 위에서의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 장치, 조명 따위에 관한 총체적인 계획)을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또한 시각적인 의미에 대한 의사소통을 돕고 스토리를 향상시키는 세팅을 만들며 극적인 분위기를 향상 시키기 위해서 색채를 사용하고 움직이지 않는 스크린 위의 모든 것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1. 3. 대학 생활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  

대학에 다닐 때에 제일 많이 영화를 봤고 많은 예술 서적들을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그 4년 동안의 내공으로 지금까지 많은 아이디어와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대학 생활로 돌아가서 도서관에 있는 책들과 영상물들을 다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서 내공이 바닥나는 기분입니다. 

연극학과, 영화학과 친구들과 함께 밤을 세워가며 작품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 시간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일 순수하게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각자의 의견을 나누면서 협업 작업의 중요성과 소통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텍스트를 시각화 하는 작업은 함께하는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 작업이 제일 중요합니다. 



  1. 4. <오징어게임>은 데스게임 드라마에 CG를 최소화한 화려한 세트가 더해져 드라마에 대한 고급스러운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2.    특히 돈다발이 든 돼지저금통, 참가자들이 등장하는 컬러풀한 공간 등 <오징어 게임>의 세트와 소품 등은 깊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3.    작품을 처음 접하셨을 때 느낌과 지금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킬 거라고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흥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시나리오가 너무 흥미로웠고 재미있게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현상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첫 느낌은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잔혹 동화를 읽은 느낌 이였습니다. 

70.80년대 아이들이 했을 법한 게임을 통해서 인간의 잔혹성과 이기심을 엿보고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 매력이었습니다. 

6개의 게임 속 공간에 캐릭터를 부여하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부터 동화속의 컬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컬러에서 오는 상투적인 틀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오징어게임> 속 참가자들에게 새롭고 탄식을 낼 만한 게임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그 부분이 아마 오징어 게임의 제일 중요한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 이였습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1. 5. <오징어게임> 주요 세트와 기억에 남는 소품에 대해 설명을 부탁합니다.


주요 세트와 소품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조금 길 것 같습니다.

가짜와 진짜, 진짜와 가짜 그리고 혼돈. 게임 별로 공간에 캐릭터를 부여하고자 했던 미술 컨셉을 지키는 게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게임의 방식, 룰, 잔인함 등을 고민해서 세트장을 만들었습니다. 


게임장에 들어오게 된 후부터는 모든 공간은 다 세트로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미술팀들은 이 게임을 설계한 설계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초기 디자인할 때 이 바닷가 섬 안에 <오징어게임> 세상이 펼쳐지는 구성도를 계획하여 공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게임의 참가자들은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대형 숙소에 누워 있게 됩니다.

현실이 무엇인지 헷갈리면서 자신들이 살아왔던 세상과는 조금은 닮아 있지만, 기이하고 친숙하지만 차가운 공간 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대형 숙소의 주가 된 키워드는 도로 위에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숙소 가운데 단상의 공간은 터널 입구 형태를 이용했고, 숙소를 감싸고 있는 벽은 터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타일을 이용했습니다.

적재 창고처럼 층층이 쌓여있는 침대들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탈락자들의 침대가 빠지고, 폭동으로 침대가 쓰러지고 부서지게 됩니다.

 이 형상은 마치 부러진 사다리 혹은 계단처럼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절망적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실제 줄다리기 세트는 10미터가 훌쩍 넘는 높이에 제작을 해서 스탭들이 꽤나 고소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징검다리 세트는 실제 연출부와 감독님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의 사이즈를 정했는데, 현장에서 배우들의 안전 문제로 폭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배우들이 정말 무서워하면서 게임을 했습니다. 

실제 공포감으로 게임을 한 것 같습니다.


VIP 룸은 끝까지 고민한 공간이고, 제일 늦게 디자인 작업이 끝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공간 이미지를 찾아봤습니다. 세계에는 정말 멋진 공간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좋은 자료들을 서적과 인터넷에서 꼼꼼히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다 멋진 공간에 대한 자료 여서 VIP 공간은 어떤 측면으로 풀어볼 지를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동물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목숨을 자신들의 유흥 거리로 즐기며 체스판의 말처럼 사용하는 인간들의 세계를 임펙트 있게 

본능적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동물들의 가면과 각자만의 구역이 있는 소품들의 컨셉에도 다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초원처럼 꾸며져 있는 공간은 최고의 작화 작가님을 섭외해서 작업했고, 대형 초원도 많은 시안과 테스트를 거쳐 조경팀과 함께 만들어 나갔습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간 공간 중에 하나 입니다. 

바디페인팅 작가님과도 여러 차례 만나서 미술팀의 디자인 작업을 실제로 구현될  있도록 많은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신경 쓴 소품들 중에서 대형 로봇 디자인과 가면 디자인을 제일 먼저 진행했고 특수 소품팀에서 여러 시안과 방식을 제안하면서 지금의 소품들이 

완성되었습니다. 로봇의 의상컬러와 머리 핀에도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재미 있는 소품 중에서 설탕뽑기가 제일 만들기 힘들었습니다. 

빛에도 비쳐져야 하고 바늘로 긁었을 때 바로 잘라지지 않아야 했고, 더운 여름에 촬영해서 녹지 않아야 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소품 중에는 징검다리 미니어쳐 말 이였습니다. 투명한 말 안에 숫자를 넣어서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말과 숫자, 그 안의 컬러에도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어 특수 소품팀을 많이 괴롭힌 기억이 납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1. 6. 앞으로 감독님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저는 늘 해왔던 작업들을 오랫동안 즐겁게 할 생각입니다. 

지금 드라마와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 중에 있고, 늘 새로운 장르와 시각적인 도전을 할 계획입니다. 


7. 상명대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교정을 지키며 꿈을 향한 열정으로 실습과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상명대학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마디로 어떤 것이 있으실 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촬영 준비에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협업작업이 중요한 부분인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점점 스탭들과 친숙함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빨리 예전의 일상과 촬영장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상명대학교에 이런 기회로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대학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상명대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습니다. ^^ 


미래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스스로의 마음에 귀를 기우려서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부분 실패도 하고, 앞이 막막하기도 할 것입니다. 또 무언가를 해내기에 시간이 걸리기도 할 것입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꼭 스스로의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시길 당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