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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680 호 상명의 학생자치, 어디로 가고 있나

  • 작성일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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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970
이해람

정치운동에서 복지 및 환경 개선으로


1980년대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990년대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시대였다. 그러나 IMF와 신자유주의는 운동권 총학생회의 시련과 같은 시기에 찾아와 대학의 탈정치화를 이끌었고 ‘학생운동’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다.


2000년대 초반까지 총학생회를 필두로 한 학생자치기구가 투쟁과 운동의 상징이었다면, 그 이후의 학생자치를 혹자는 “빵과 서커스”라고 표현한다. ‘복지’라는 명목으로 진행하는 간식사업과 각종 연예인 초청 이벤트는 학생들이 학내 정치에 대해 잊게 만드는 ‘빵과 서커스’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이러한 복지제공에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시험공부와 취업준비에 골병든, 가난한 학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저녁 한 끼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물함 운영, 강의실 환경개선 등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편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 시점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빵과 서커스’속에서도 정치참여는 여전


대학과 학생자치가 탈정치화된 것이 현실이라고 하지만 학생들의 정치적 운동은 2010년 이후에도 꾸준히 있어왔다. 전국민적 이슈로 성장한 반값등록금 운동부터,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운동이 대학의 정치참여를 견인했다. 반값등록금 운동은 대학의 문제가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장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싼 등록금으로 고소득층 자녀만 대학에 진학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 계급고착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운동은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운동은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철도 민영화, 쌍용자동차 노조, 밀양 송전탑 문제 등 2013년 당시 정치사회적 이슈 전반을 비판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학생의 한 마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드러냈고 학생들은 물론 수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근래에는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투쟁, 성폭행 교수 파면 운동 등이 학내에서 진행되고 있고 조국 전 장관 사퇴 집회도 이러한 정치참여의 일환이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 대학생 연대체의 존재는 ‘빵과 서커스’만이 대학생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20 대학 학생자치 생태계는?
학생자치기구 활동 중인 학생들은 학생들의 무관심과 참여부족을 학생자치기구가 살아남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는다.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학생자치기구가 구성될 기회 자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투표, 회비 미납부, 행사 미참여 등으로 학생자치기구 구성 및 운영에 어려움을 주며, 학생회장 후보에 아무도 출마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하지만 자신이 지기는 부담스럽고 관심을 가지기도 벅차다”는 생각이 학생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새로운 후보들의 공약이 매해 비슷하고, 당선되더라도 학생자치에 큰 의미가 없는 활동을 지속한다고 비판하는 입장도 있다. 대학 사회의 발전을 위한 공약과 활동은 보이지 않고 무의미한 활동만 지속한다는 지적이다.

 “간식행사를 넘어서” 


11월 6일(수)부터 17일(일)까지 불광 혁신파크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에서 ‘간식행사를 넘어서-2010년대 대학 총학생회 아카이브’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는 학생자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열하며 “너에게 학생회는 무엇이었니”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총학생회는 ‘정치기구’에서 ‘순수한 복지기구’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대학에서는 여전히 ‘순수’한 간식행사를 넘어선 대학담론을 제시하고 있고, 이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태원 프리덤’을 패러디해 총장실을 점거한 후 ‘총장실 프리덤’이라는 재치있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고, ‘인터내셔널가’를 21세기식으로 재해석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한다.


2019학년도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바로’는 “뽑히기 위한 1년짜리 공약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학생인권과 정치참여 등 새롭고 유의미한 대학담론을 제시하며 당선되었다. 간식행사를 넘어선, 새로운 학생자치를 만드는 것은 학생과 학생대표 모두가 고민하는 것이다.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