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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2020호외-4 호 코로나 속 의료진 파업, 여파는 국민에게…

  • 작성일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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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687
윤소영


무책임한 밥그릇 싸움일까 의료의 질 보존일까



정부와 의료계의 깊어진 갈등파업 장기화로 이어져

  코로나로 인해 생활 곳곳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현재, 의료진들의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의료계는 지난 8월 14일 1차 집단휴진을 시작으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2차 집단휴진을 진행하였으며 9월 7일부터는 무기한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하여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를 유발했다. 


정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의료계 파업 (출처: 연합뉴스)


  의료계가 파업이라는 선택까지 하게 된 이유는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육성,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 네 가지 정책 때문이다. 의료계는 정부에게 네 가지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1, 2차 파업을 진행했으나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파악해 경찰에 고발하였다. 이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 깊어졌으며 결국 3차 파업 선언이라는 결론까지 이르게 되었다. 



의료계, “파업단순 밥그릇 싸움은 아냐.” 주장

  의료진들은 이 갈등이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며 무분별한 의대 허가로 인한 피해 및 향후 의료 질 저하, 불균형 해소 원천 해결 불가 등을 이유로 정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의료진들의 주장에 의하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은 의료 인력의 지방 분산이나 비인기과 인력 증진 등의 정책 의도를 이루어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하대학교 병원 영상의학과 이로운 교수는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진료 부문으로는 비 보험과에 선호가 높은 배경상황에서 이 두 가지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잉여 의료 인력이 국가의 의도처럼 적절하게 분산되는 것이 실질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또한 비대면 진료 육성 정책 역시 원격의료의 문제에 대해 해결이나 사전검토 및 관련 학회와 긴밀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강행하려 하는 것은 기존 1차 의료 공급체계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료진들의 의견이 있다. 의료진들은 첩약 급여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의대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사업은 시행할 시 본인부담금까지 합쳐서 1000억에 달하는 큰 규모의 사업인데 첩약은 현대의약품의 기본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업에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들, “의료계 파업무책임해.”

  그러나 의료계 파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의료계 파업이 곧 환자들의 생사와도 직결된다는 이유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어 의료계의 파업은 많은 국민들에게 불안과 불신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의료 공백으로 인해 응급 처치가 늦어져 다수의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 26일과 28일에는 환자가 위급 상황에서 구급차로 이송됐으나, 의료 공백으로 인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구급대원들이 여러 차례 지역 내외의 병원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결국 환자가 사망하며 의료 공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병원 측에서는 구급대원들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변명했으나 병원 측과 구급대원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고, 의료계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졌다. 


의료계 파업에 반대하는 시위 (출처: 연합뉴스)


  이렇듯 전임의와 전공의가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현재 교수 등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고 응급실과 입원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의료 공백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대학 병원 수술 일정은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학 병원들은 순차적으로 외래 진료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국민들은 “의료계 파업의 목적과 목표가 정당하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방법이라면 의료계의 목소리가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 갈등과 분열더 이상 안 돼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 휴진 장기화에 업무 개시를 명령하며 엄정 대응하던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31일에는 의료계와의 협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엄중한 국면에 의료계가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중단하지 않아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히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와 국회가 제안한 국회 내 협의기구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지역불균형해소와 필수 의료인력 강화, 공공의료 확충 뿐 아니라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의료계와 함께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집단 휴진을 멈추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권유했다. 이어 “의사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 그 이상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가 있어야할 곳은 환자 곁”이라고 지적하며, 만약 파업을 이어갈 경우 행정명령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여파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에게도 손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의료계의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피해를 받는 것 또한 국민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같이 의료진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에 의료진과 정부의 갈등의 여파가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더 커지고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갈등의 해결이 조속히 이루어져 의료가 시급한 환자들의 생명과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가 한 발짝 물러나 코로나가 종식된 후 의료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의료진들과 타협점을 잡을 것을 제안한 만큼 의료계 역시 정부와 후에 논의할 것을 기약하며 지금은 파업을 멈추고 의료가 필요한 현장으로 복귀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운 시국, 하루 빨리 의료계와 정부 간의 의견을 좁히고 갈등을 해결하여 의료 현장이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윤소영 기자·이은영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