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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2020호외-4 호 코로나를 계기로 돌아본 종교

  • 작성일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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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832
윤소영


  지난 2월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심각해졌던 상황이 겨우 호전되는 듯 했으나 8·15 집회의 여파로 다시금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집회의 주축이 되었던 ‘사랑 제일 교회’를 시작으로 종교 시설 관련 감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종교계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기사 댓글 등에 특정 종교를 비난하는 내용이 게재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은 종교 시설에 대한 비판을 넘어 특정 종교 자체에 대한 도 넘은 비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이 특정 종교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자세한 내막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함께 휩쓸려 특정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내용 중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것이 왜곡된 정보일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기독교 신자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 NO!

  기독교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기독교 신자는 모두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어째서 이런 오해가 굳혀졌을까? 그 내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는 크리스트교를 뜻한다. 크리스트교 신자를 뜻하는 크리스천은 ‘예수를 믿는 자’를 의미한다. 기독교의 시작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예수를 기리고자 모였던 사람들에게 성령이 내리면서부터이다. 처음에는 작은 방에서 시작했던 교회는 점차 규모가 커졌고, 이들을 박해하던 사도 바울이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신자가 되며 기독교를 유럽까지 전파시켰다. 당시 로마 제국은 황제의 절대 권력을 위해 신을 섬기는 것을 박해했으나, 313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 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사람들은 기독교를 자유롭게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시기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 정통과 이단이 나뉘었는데, 삼위일체를 긍정하는 아타나시우스파는 정통으로 인정받았으나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아리우스파는 이단이 되었다. 이후 테오도시우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가 되었고, 유럽의 공식적인 종교로 인정받으며 크게 성장했다. 


  726년에 아타나시우스파 기독교 또한 성상숭배를 두고 다시 두 갈래로 분화된다. 비잔티움 제국의 레오 3세 황제는 성상 파괴령을 내렸으나 로마 제국 각지의 교회가 결속하여 이를 거부하면서 대립하게 되었고, 동·서 교회의 분열이 일어났다. 이후 문화적·언어적 차이가 계속해서 심화되던 양측은 결국 교황권의 세력 범위를 두고 분쟁하며 1054년에 이르러 비잔티움의 동방 정교회와 서유럽의 로마 가톨릭으로 완전히 분화되었다. 


최후의 만찬 (출처: 네이버 블로그 '하늘을 나는 꿈')



기독교와 개신교는 무엇이 다른가요?

  1517년, 마틴 루터가 면죄부에 반박하는 95개조 반박문을 써 붙이면서 또 한 번 로마 가톨릭이 분화된다. 로마 가톨릭은 서유럽 사회에서 많은 왕과 귀족들에게 땅과 재물을 기증받으며 부유해졌고, 점차 세속화되었다. 그동안 교회 개혁에 대한 시도가 많았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16세기의 종교 개혁으로 이어졌다. 당시 교회에서는 죄를 사하여 천국에 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명분으로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판매했는데, 루터는 이를 반대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내며 종교 개혁 운동을 전개했다. 루터의 종교 개혁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파가 형성되었는데, 이 교파가 바로 개신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개신교와 같은 의미로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도 많은데, 이는 서양 종교의 이름을 한자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흔히 기독교 신자는 교회를, 천주교 신자는 성당을 다닌다고 오해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독교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모두 포함하는 상위 범주이다. 


  비슷한 시기 로마 가톨릭은 영국에서도 또 다른 교파가 형성되는데, 이는 바로 영국 국교회이다. 성공회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교파는 영국의 헨리 8세와 캐서린 왕비와의 결혼 무효 소송을 교황이 거절하면서 시작되었다. 클레멘트 7세 교황의 소송 거절 이후 헨리 8세는 수장법을 발표하고 로마의 감독권을 폐지하며 개혁을 진행했다. 이 헨리 8세가 캐서린과의 이혼 이후 결혼한 앤 볼린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바로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다. 엘리자베스 1세는 즉위 이후 영국 내 모든 교회의 의식 절차를 통일하는 통일법을 공표하며 영국 국교회를 확립한다. 



이단과 사이비?

  이단의 사전적 정의는 ‘전통이나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 혹은 ‘전통이나 권위, 세속적인 상식에 반항하여 자기 개성을 강하게 주장하여 고립되어 있는 사람’이다. 오늘 날 기독교에서 이단이란 교리를 독단적, 혹은 왜곡하여 해석하거나 교회 내에서 당파심을 분러 일으켜 교회의 분란을 조성하는 경우에 국한해서 사용된다. 8·15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와 그의 사랑제일교회 또한 오래 전부터 이단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최근 이단대책위원회는 지난 1년간의 조사를 통해 전광훈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다. 이단대책위원회는 “전광훈 목사 개인의 신학적 견해와 사상은 분명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다. 그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으로서 결정한 것과 이단성 있는 발언 및 행동은 분명 지탄받아야 마땅한 부분이며 전 목사는 이단성 있는 이단 옹호자로 규정함이 가한 줄 안다”고 의견을 표했다. 전광훈 목사가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영상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출처: SBS 뉴스)


  사람들이 이 이단과 많이 혼동하는 것이 바로 사이비이다. 그렇다면 이단과 사이비는 무엇이 다를까? 사이비는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라는 뜻의 한자어이다. 즉 사이비는 기독교가 아님에도 기독교를 빙자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들은 기독교와 관련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겉으로 보면 멀쩡한 종교 집단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마저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종교 집단임을 빙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예로 신천지를 들 수 있다. 신천지는 지난 2월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며 논란이 되었고, 신천지나 사이비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도 사이비 단체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특히 신천지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의 증언이 화제가 되었다. 신천지가 신도를 유치하는 주요 수법은 친밀감을 형성하고 의심의 벽을 허문 뒤, 도움을 주는 척하며 신천지로 이끄는 것이다. 특히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도의 우선순위라는 것이 알려져 큰 비난을 받았다. 사이비는 이처럼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종교 시설과 감염

  앞서 살펴본 기독교의 교파 이외에도 더 많은 세부 분파들이 존재한다. 특히나 개신교는 다양한 교파가 존재한다. 한국 개신교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침례회 등의 교파가 있다. 근처 교회를 지날 때 자세히 보면, 그 교회가 어떤 교파를 따르는지 함께 명시되어 있는 것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간혹 왜 교회마다 따르는 교파가 다른지, 어떤 것이 정통이고 이단인지 헷갈려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개신교의 정통 교파이다. 


  성당이나 절에 비해 교회에서 잇달아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이 수많은 교파와 관련이 있다. 중앙집권식 조직인 성당이나 절과 달리 교회는 목사 개인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전광훈 목사처럼 신도들에게 자신을 신격화하는 등 권위를 과시하는 목사가 적지 않다. 이렇듯 목사의 신앙적 입지를 높여 목사의 말이라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인식이 일부 교회에 자리 잡았고, 곧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교계의 지적이 이어졌다. 더구나 전광훈 목사가 이단으로 규정되더라도 자신의 신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만 받으면 그의 활동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이 독립성이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목사의 역량이 곧 교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헌금을 받지 않으면 교회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일부 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에도 불구하고 예배를 고집하는 것이다.



비판과 비난은 달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우려와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은 종교 시설에 대한 분노는 이해되지만, 잘못된 정보와 오해로 비롯된 무차별적인 비난은 옳지 않다.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시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가짜뉴스들이 기승을 부리며 사람들이 사실을 바탕으로 주관을 갖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정 종교를 향한 여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중에는 분명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정보도 존재하지만, 불순한 의도를 바탕으로 혹은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거짓 정보를 섞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일이든 제대로 알아야 비판 또한 정당할 수 있다.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를 배척하기보다는 예방 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은 일부 시설들에 대해 비판을 가해야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개선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종교 시설 또한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고, 당분간 대면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모임을 갖는 행위를 삼가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국, 지금은 서로 등을 돌리고 대립할 때가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윤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