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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75 호 국민참여재판,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가는 길

  • 작성일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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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929
이송미

국민참여재판,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가는 길


  최근 5월 15일, ‘대한민국에서 열린 최초의 국민 참여 재판’의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인‘배심원들’이 개봉하여 화제이다.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 참여 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내용으로 첫 국민 참여 재판에 배심원이 된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특히 기존의 재판 영화와는 다르게 ’배심원‘의 입장에서 영화가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깊이 몰입할 수 있어 인상깊다는 평이 자자하다.


국민참여재판이란?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이란 ‘배심원제도’라고 하며 국민이 배심원으로서 재판에 참여하는 형사재판을 의미한다. 대한민국법원 전자민원센터는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거나 유죄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형벌을 토의하는 등 재판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이 판사와 함께 양형에 대한 토의를 하지만, 양형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양형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을 이루는 국민들이 법정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하여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즉, 배심원의 평결은단지권고적효력만을갖는다는의미이다.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될 수 있고, 특별한 자격은 필요하지 않다. 배심원 선정절차는 각급 법원별로 작성된 배심원 후보예정자명부로부터 일정 수의 배심원후보자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선정기일을 통지한다. 그후 법원에 출석한 배심원후보자에게 질문하여 그 자격을 확인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을 선정하는 절차로 이루어진다. 다만, 배심원은 공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범죄 전력이 있으면 배심원이 될 수 없다. 물론 배심원으로서 선정된 사람들에게는 직무를 수행하며 알게된 사실에 대한‘비밀유지’의 의무와‘청렴’의 의무가 부여된다.
  법원은 전담관리자를 지정하여 배심원 신변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배심원의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법정에서는 배심원 성명 대신 법원이 부여한 번호로만 부르는 등 본인의 동의 없이는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국민참여재판은 왜 도입되었나?
  우리나라는 1895년 근대적 사법제도가 도입된 이래 원칙적으로는 일반 국민들의 재판 참여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적 성장에 따라 자연스레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되며 사법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전 법조비리, 전관예우로 인해 법원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져 있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민참여 재판이 등장하였다. 

  이렇게 주권자인 국민들의 사법참여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여「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2007년 제정되었다. 2008년부터 이 법률에서 규정하는 국민참여재판에 국민들이 배심원으로서 심리절차와 피고인의 유무죄 등 판단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자료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이 재판부의 판결과 일치하는 비율이 약 93%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1556건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 간 일치율은 92.8%(1446건)였다. 이 같은 결과는 배심원 평결이 재판부에 권고적 효력만 있음에도 배심원 평결에 대한 신뢰가 높았음을 보여준다.
  2015년 4월 서울 강남의 한 도로를 달리던 택시기사 권모(75)씨는 무단 횡단하던 보행자 A씨 (61·여)를 들이받았다. A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고, 검찰은 수사 끝에 권씨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권씨는“당시 날이 흐리고 이슬비까지 내렸다. 갑자기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가 나타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일반 국민들의 판단을 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권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무죄’평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상식적 법감정에 의하여 결론이 도출된다고 볼 수 있다. 성범죄와 형사사건같은 경우에는 국민참여재판 신청 비율이 높은데, 가해자의 감정에 호소하여 무죄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일반 재판(4.2%)보다 두 배 이상(10.1%) 높고, ‘감정 재판’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시행된 이후 1.5%의 비율을 유지하는 등
줄곧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고, 심지어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 목소리를대변하는 국민참여재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엄격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개개인의 목소리로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은 후보자비방죄로 차단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은 이를 방지할 수 있고, 이러한 판결들을 통해서 국민의 진의를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국민참여재판은 과거 낮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극복하고 법원과 국민이 가
까워지는데 큰 역할을 한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의 박명선 실무관이 지난 2017년‘법원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실제 국민참여재판을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해 직접 배심원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처음 오시면, 법원이라는 장소에 대해 중압감을 많이 느끼십니다. 하지만 막상 배심원 재판 과정을 지켜보시고 나면 법원에 대해 친근하게 느끼시고 편하게 생각해주시더라고요. 국민참여재판으로 국민이 법원에 대해 느끼던 거리감이 줄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참여재
판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법원에 대하여 느끼는심적인 거리감을 좁혀주는 역할 또한 한다.
  이렇게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국민과 법원이 점차 가까워지는것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믿을만한 사회를 만드는데에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송미 기자

김경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