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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75 호 5월은 가정의 달, 누구에게나 따뜻한 달일까

  • 작성일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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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071
이희수

(출처:불교방송)

우리는 5월을 흔히들 가정의 달이라고 칭한다. 5월에는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과 같이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가정의 달을 따뜻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에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정폭력아동학대 등과 같이 가족 구성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많은 충격을 주고 있다지난 14생후 75일 된 아들을 게임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학대하여 숨지게 한 남자가 울산지방경찰청에 기소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서적 피해도 가정폭력이다

가정폭력그중에서도 부모가 자녀에게 행하는 아동학대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신체적인 폭력이다신체적인 폭력은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 신체를 직접 가격하여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교육을 핑계로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신체적인 폭력에 속한다.

아동학대의 종류에는 이러한 신체적인 폭력 이외에도 정서적인 학대경제적인 위협성적인 폭력방임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정서적인 학대는 폭언무시모욕과 같은 언어폭력으로 자녀의 자존감을 낮추고정신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자녀를 고립시키고 말과 행동을 통해 자녀를 억압하는 행위 역시 정서적인 학대에 해당한다.

또한 대부분 학대라고 인지하지 못하지만부모의 싸움도 학대의 요소가 될 수 있다부모의 싸움으로 인해 아이에게 스트레스 환경이 조성되고그것이 자녀에게 일시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정서적인 학대가 될 수 있다생활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생계유지를 어렵게 하여 경제적인 위협을 하는 것도 아동학대의 한 종류이다아직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자녀를 방치하여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하도록 하는 것을 폭력의 한 종류로 보는 것이다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성적인 폭력은 부모가 자녀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거나 원치 않는 성관계 혹은 그 밖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이는 물리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신적인 고통도 초래할 수 있다무관심과 냉대로 인해 자녀를 위험 상황에 방치하는 행위도 아동학대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


사랑의 매’, 아이들의 감정은 달랐다

가정폭력이 발생의 많은 이유는아동학대를 한 가정의 개인적인 일로만 여기며 가족 구성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정부의 태도와 훈육폭력을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우리 사회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자녀를 때리는 행위를 사랑의 매라고 표현하며 마땅히 해야 할 훈육으로 여긴다정말 사랑의 매라고 표현되는 이 폭력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일까영국 세이브더칠드런에서 2001년 아이들에게 맞았던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쓰게 했다그때 아이들은 상처받음무서움속상함겁이 남외로움슬픔성남버려진 것 같음…” 등의 감정을 서술했다체벌에 대한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했지만 그중에 미안하다거나 반성한다는 느낌을 말한 아이는 없었다고 한다체벌이 교육적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게 심리적·정서적으로 피해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사람들이 흔히 자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유로 내가 맞고 자란 덕분에 이렇게 잘 자랐다라고 주장한다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이어져 아직까지도 부모의 폭력이 사랑의 매로 잘 포장되어있는 것이다그러나 폭력이 올바른 성장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자신이 부모로부터 사랑의 매라고 포장된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자랐을지 알 수 없다또한 맞고 자라지 않았다면 오히려 폭력에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됐을 수도 있다어릴 적 폭력은 그 사람에게서 미화되어 폭력을 대물림하게 되는 주장을 하게 되고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사람을 만든다

가해자는 체벌이 사랑이라고 가르치며 맞을 짓 했다라는 논리로 내면화한다피해자는 스스로를 탓하며 가해자는 나를 사랑하고 아껴서 때리는 건데 내가 왜 이리 잘못했을까라는 논리를 순응하게 한다자신을 탓하며폭력의 굴레 속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을 때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안다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자녀를 때리는 것은 허용하는 모습을 보인다실제로 2016년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경기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폭력허용태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성인의 98%상대방을 때리려고 위협하는 행동은 폭력이라고 응답했다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는 자녀의 습관 교정을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를 때리고 위협해도 된다.’고 답한 비율이 48.7%, ‘예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35.3%,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는 응답이 23.3%로 나타났다

우리는 똑같은 인격체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우리의 그 위험한 잣대가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아이들이 폭력을 내면화하고 대물림하지 않게 우리는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그리고 그것이 국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가정폭력 근절은 생각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과거 아동 학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 그저 교육을 강화하거나 추상적인 대책을 내세우고 흐지부지하게 끝났다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사랑의 매라고 불리며 가정 내에서 허용되는 체벌이 근본적으로 문제다생각이 바뀌지 않으니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도 미미하고제도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우리의 생각이 먼저 변해야 한다. “사랑의 매라는 건 없다는 것을 맞을 만한 짓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희수 기자

방효주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