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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보도

제 676 호 학생 사랑 듬뿍 받는 ‘상냥이’와 ‘온순이’, 학내구성원은 ‘집사’

  • 작성일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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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람


▲햇빛아래 누워 낮잠자는 ‘온순이’ (사진 제공 : 품에안고)


골목골목 어디서든 길고양이, 이른바 ‘길냥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부지가 넓고 녹지 공간이 풍부한 대학교 캠퍼스는 많은 길고양이들의 서식지가 되었고,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아 학교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기도 한다.


우리 대학 서울캠퍼스와 제2캠퍼스에도 많은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서울캠퍼스의 길고양이는 ‘상냥이’, 제2캠퍼스의 길고양이는 ‘온순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학생 커뮤니티에서도 목격담이 자주 올라오며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반려묘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 역시 증가한 것이다.


‘칡냥이’, ‘고등어’, ‘치즈’… “상명대는 우리 집”


서울캠퍼스에는 칡냥이, 고등어, 치즈와 이들의 자식까지 5마리 이상의 길냥이를 찾아볼 수 있다. 칡냥이의 이름은 털 무늬가 옅은 검은색과 갈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무늬가 칡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등어는 옅은 갈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어 고등어의 등무늬와 닮았다. 치즈는 밝은 갈색, 주황색 털 무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캠퍼스 미래백년관과 사범관, 학술정보관으로 이어지는 녹지에서 주로 서식한다. 근처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발원지를 찾아보면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쳐다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경험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대학 상냥이들은 다른 대학의 마스코트 길냥이들과는 달리 사람과 친하지 않은 편이다. 이는 타 학교 캠퍼스에 비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공간이 많아 사람과 접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냥이들은 야생성이 강하고, 이들에게 “귀여워~”라고 말하며 손을 내뻗거나 사진을 찍으러 가는 학우들을 무시하기 일쑤이다.


상냥이의 하루를 뒤쫓는 취재 과정도 이들의 야생성 때문에 매우 어려웠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 2017년 입학 이후부터 상냥이들을 매일 마주쳤지만 취재를 시작한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한 번도 상냥이와 만날 수 없었다.


6월 6일 학교에 올라와 상냥이와 만나러 가던 찰나에 비가 쏟아졌다. “이번 기획은 틀렸구나…”라고 포기하며 미래백년관과 사범관 테라스 앞 큰 바위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상냥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와 밥그릇 사진만을 남기고 내려가려는데, 익숙한 ‘부스럭’소리가 났다. 칡냥이었다.


▲비 내리는 휴일, 누군가의 배식으로 저녁식사 중인 ‘칡냥이’

▲휴일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던 '치즈'의 새끼


그러나 야생성이 강하고 낯을 가리는 칡냥이에게 무작정 달려들어 사진을 찍을 순 없었다. 또 식물사이에 숨어있어 사진에 담기지도 않았다. 그렇게 또 허탕을 치고 계단을 내려왔을 때 한 사람이 계단을 올라와 칡냥이를 부르자, 칡냥이는 경계를 풀고 다가왔다. 그러자 그분은 먹이를 밥그릇에 담아주었고, 칡냥이의 ‘먹방’사진을 담아낼 수 있었다.


상냥이들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서 주로 서식하다 보니 이들의 하루를 온전히 담아내기는 매우 어려웠다. 이번 취재에서도 다룰 수 있었던 상냥이는 결국 칡냥이 뿐이었다.


상냥이들은 야생화 되어있고 낯을 가리지만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학내 구성원 모두의 반려묘이자 소중한 생명이다.

▲'온순이'와 턱시도 입은 '복순이'(사진 제공 : 품에안고)


“16학번 ‘온순이’ 선배님, 잘 지내시나요?”


제2캠 역시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다니다보면 많은 고양이들과 마주칠 수 있다. 정문 근처에 서식하다가 한 졸업생 덕분에 집냥이가 된 상냥이, 16학번으로 학교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온순이 등 교내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있다. 


상명대의 고양이이자 상냥하다는 의미의 상냥이는 옅은 갈색에 짙은 고동색의 무늬로 정문에서 항상 등하교 하는 학우들을 반겨주었다. 학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하여 카메라를 꺼내들면 행동을 멈추고 사진 포즈를 취해주고, 이후에 먼저 다가와 부비적거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상냥한 고양이였다. 점심시간에는 햇살 아래 누워 골골거리기가 특기인 고양이었다.


온순이는 상냥이 이후의 상명대 마스코트 고양이로 떠올랐다. 흰색에 검정 점박이 무늬로 온실에 살아서 온순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최근에는 학교 내부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기 때문에 온실의 온순이가 아닌 성격이 온순해서 온순이라고 알고 있는 학우들도 많다. 온순이는 성격이 온순하고 느긋하다. 더운 날에는 그늘진 곳, 또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길목 한가운데 누워서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인 고양이다. 학생식당 앞에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어 그 근처를 많이 돌아다니며 가끔가다 기숙사 가는 길과 기숙사 1층 라운지 앞에서 쉬고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적은 밤에는 도서관 1층까지 내려오며 학교 근처를 순찰하는 모습도 간혹 포착된다. 


온순이는 에브리타임에 온순이 전용 게시판이 생길 정도로 학우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다. 심지어 온순이는 학번까지 있는데 학생들은 16학번 온순 선배님으로 부른다. 장난스러운 새내기 꿀팁 게시글에는 온순이를 부를 때는 “꼭 선배님이라고 불러야한다.”, “온순이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한다. ” 등의 글이 있기도 하였다.


몇몇 온순이 사진을 올린 게시글에는 ‘온추온추’라는 댓글들을 볼 수 있다. ‘온순이 사진 추천 누릅니다,’의 줄임말로 현재 온순이 실시간 근황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추천을 눌러 핫게시판으로 올리는 행동을 말한다. 또한 온순이 이외에도 온순이의 영향으로 다른 고양이들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새하얀 털을 가진 '흰냥이'(사진 제공 : 품에안고)


B동 근처에서 생활하는 턱시도를 입은 듯한 무늬의 복순이, 정문에 위치한 희망의 집에서 출몰하는 새하얀 흰색 털에 파란 눈을 가진 흰냥이, 몸의 절반은 흰색, 절반은 진한 회색에 검정색 무늬인 부비 등 귀여운 고양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교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은 모두 길고양이들인만큼 고양이의 건강 문제에 대한 글와 그에 따른 모금활동도 많이 올라온다. 지난해 6월에 진행한 온순이 중성화 수술, 흰냥이 새끼, 부비강염에 걸린 부비 등 많은 고양이들이 학생들의 모금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


제2캠퍼스 고양이 인식 개선 동아리, ‘품에안고’는 지난 해 6월에 4일 동안 온순이 중성화 수술에 대한 모금활동을 진행하였고 65만 2,857원의 금액이 모였다. 모금 금액으로 중성화 수술을 잘 마쳤으며 이후 남은 금액으로 온순이 새끼들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품에안고는 길고양이들을 위하여 천안시청 축산과에서 진행하는 지자체 길고양이 TNR 사업을 신청, 선정되어 고양이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부비의 경우 한 학우의 발견으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지난 3일부터 지속적으로 모금을 받고 있는 중이다. 3일 동안 약 19만원 가량이 모였으며 현재 치료 중에 있다. 


상명의 마스코트 고양이는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많은 학우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하지만 길고양이인 만큼 몇몇 학우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학우들이 상명 마스코트인 온순이를 아껴주길 바란다. 


사랑과 애정으로 캠퍼스를 공유해야


반려묘는 사람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여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반려견을 비롯한 모든 반려동물은 사람의 정서함양에 큰 도움이 되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병원에서 심장병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 반려동물과 함께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불안감과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안정은 물론 혈압 등에서도 현저한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복지와 인간과 동물의 상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캠퍼스의 길고양이 역시 중요한 사회적 논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2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2019 전국 대학 고양이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대학 내 고양이 돌봄을 주제로 길고양이와 학생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카라는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동물 보호 활동을 전개하고 이를 지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드러난 바는 없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가 울음소리를 내거나 길거리를 더럽혀 불편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2015년에 발생한 이른바 ‘캣맘 사건’은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 지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국민대학교 길고양이 ‘유자’가 사람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캠퍼스 길냥이’의 사망 소식은 캠퍼스 내에서도 길고양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지역자치단체는 물론 학내 길고양이 보호 동아리 차원에서 길고양이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과 개체 수 조절을 위한 TNR(포획-중성화수술-방사)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학에서의 성숙한 동물 문화와 복지, 동물과의 상생을 위해 ‘상냥이’에 대한 인식의 진보가 필요하다. 단순한 ‘길고양이’ 표현을 넘어 학내구성원 모두와 캠퍼스를 공유하는 모두의 ‘반려동물’로 인식하는 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해람 기자

허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