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2020호외-2 호 [책으로 세상 보기] 수고했어, 오늘도

  • 작성일 2020-05-19
  • 좋아요 Like 1
  • 조회수 7928
엄유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 김유은 지음, 좋은북스 출판


 나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착한 아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에게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내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되어 있었다. 착하다는 말은 나쁜 뜻이 아닌데, 언제부턴가 ‘쟤는 착하니까 부탁해도 괜찮아’와 같이 나는 만만한 사람으로 변질되어있었다. 나는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아니라고, 그만하라고 할 수 없었다. 저런 질타를 받아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사회가 정한. 혹은 내 주위 사람들이 정한 ‘착한 아이’라는 틀에 잘 맞을 수 있도록 나를 틀에 끼워 넣은 채로 생활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일은 나에게만 있던 경험이 아니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학교에서 ‘바른 생활’.‘슬기로운 생활’과 같은 ‘도덕’을 통해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배웠지만 나 스스로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한 번도 배운 것이 없는 것처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은 배웠지만, 진짜 친구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처럼. 예의 바른 사람이 되는 방법만 알려주었지 무례하고, 못된 사람과 지내는 방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처럼.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스스로 약자가 될 수밖에 없고, 현재에도 그러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남이 만들어낸 기준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마땅하게 내가 미워해도 괜찮은 사람에게 나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괜찮지 않은 순간이오면 괜찮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울고 싶다면 울어도 괜찮다. 우리가 우리의 감정에 솔직한 것에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무례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우리의 감정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나를 위해 좋은 사람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상한 음식을 계속 먹는다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우리가 듣는 말과 행동들도 우리에게 맞지 않다면 상한 음식과 비슷하다. 상한 음식은 버리는 것처럼 나에게 맞지 않는 말과 행동들은 털어버리자. 내가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지적 할 수 없을 것 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 스스로를 잃을 필요는 없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면, 혹은 스스로에게 너무 너그럽지 못하다면 작은 변화라도 좋으니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가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처럼, 우리도 하루를 끝낸 후 스스로에게 한 마디 건내 주자. ‘수고했어, 오늘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