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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08 호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공유 한다 ‘밈’

  • 작성일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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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공유 한다 ‘밈’

  21세기는 밈의 전성기다. 인터넷 용어였던 방가방가, 초딩 등 수많은 밈이 나왔던 2000년대를 시작으로 무야호, 1일 1깡 등 수많은 밈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목 활동을 즐기는 소수의 네티즌이 향유하는 비주류 문화에 속했던 밈은 이제 “SNS” 라는 대중적 매개체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즐기고 따라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특히 재미와 공감을 추구하는 21세기 현대인을 이해하기 위해 밈은 하나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밈의 개념과 시작

  밈은 1976년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제시한 학술 용어인 '밈(meme)'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마치 인간의 '유전자(진, gene)'와 같이 “자기 복제적” 특징을 갖고, 번식해 대를 이어 전해져 오는 종교나 사상, 이념 같은 정신적 사유'를 의미했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넘어온 밈은 온라인상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설명하는 용어로 부활했다. 요즘 사용되는 밈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자면 ‘재미와 보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느슨한 연대를 즐기는 세대와 기술의 발달이 만나 형성된 일종의 놀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책 이기적 유전자



언어에 국한되지 않은 밈

  대체로 특정 요인에 따른 유행 전반을 통칭하는 개념으로서 유행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밈은 유행어와는 다르게 언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는 가나의 장례식 문화인 ‘coffin dance’의 예시가 있다. ‘coffin dance’란 호상으로 죽은 사람들 대상으로 하여 다수의 장례사가 춤추는 음악과 함께 장례식 관을 들고 춤추는 하나의 문화이다. 이 문화가 한국으로 전파되어 큰 인기를 끌었었다. 단순히 신나는 춤과 음악이 곁들어진 이 밈은 전국을 통틀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공기관 유튜브에서도 패러디를 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언어를 통한 전파가 아니라 사진, 영상 등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매체를 통해 퍼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트렌드가 되곤 한다. 



방송과 마케팅에 새로운 전략이 되어주는 밈

  밈의 유행은 단순히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젊은이를 공략하는 기업들의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전략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인 버거킹은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장면을 TV CF의 콘셉트로 차용해 주 고객층인 20대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한 SNS를 중심으로 드라마 <야인시대>(2000)의 한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극 중 김두한 역할을 맡은 김영철 배우가 미군과의 협상 장면에서 막무가내로 “사딸라!(4 dollars)”를 외치는 장면이 네티즌 사이에 하나의 유머 코드처럼 쓰이면서 밈으로 자리 잡은 것. 당시 온종일 4,900원에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햄버거 제품 ‘올데이킹(All DAY KING)’을 출시 예정이었던 버거킹은 이러한 ‘사딸라’ 밈 열풍에 주목, 김두한 역을 연기한 배우 김영철을 CF에 섭외함으로써 큰 인기를 끌었다. ‘사딸라(4,900원) 세트’로 마케팅을 펼친 올데이킹은 TV 광고의 인기에 힘입어 광구 이후 누적 판매량 1,500만 개의 기록을 세웠다.


▲ 김영철 출연 버거킹 광고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밈이 새로운 방송 콘텐츠의 탄생으로 이어진 예도 있다. ‘1일 1깡’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2017년에 발표된 곡 ‘깡’은 가수 비에게 있어 일종의 흑역사였다. 한껏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한 안무와 이상한 가사는 대중의 눈에는 오글거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흑역사였던 비의 깡은 수년 후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비의 깡 뮤직비디오는 짓궂은 네티즌들에 의해 각종 패러디 영상이 쏟아지며 온라인의 뜨거운 놀림거리가 됐다.

하지만 비가 MBC의 TV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자신을 걱정하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이에 대해 유쾌하게 피드백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웃음거리가 될 수 있었던 논란을 돌파해 안티 팬마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허세 가득한 스타였던 비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대인배의 마인드를 가진 호감 연예인으로 바뀌었고, 음악 활동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깡을 따라 하는 것이 이제 조롱이 아니라 비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하나의 유행(밈)으로 자리 잡았다.


▲깡 밈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 장면 (출처: MBC 놀면 뭐하니)



이제는 소수의 문화라고 말할 수 없어

  이처럼 인터넷 유행 코드 밈은 더 이상 소수의 커뮤니티 유저들만이 즐기는 비주류 문화로 치부할 수 없다. 마케팅 트렌드를 이끄는 새로운 물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밈을 통해 최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조건 추종하기보다 특색 있는 콘텐츠나 다시 보고 싶은 과거의 연예인을 소환하고 재조명한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잠재 고객인 소비자는 이제 만들어진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즐기고 싶은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드는 트렌드 세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들이 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