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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07 호 잇따르는 가요계 표절 논란

  • 작성일 202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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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잇따르는 가요계 표절 논란


유희열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유희열의 스케치북 중(출처: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최근표절 사태로 가요계가 시끄럽다. 시작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유희열이었다. 지난 6월, 유희열의 곡인 ‘아주 사적인 밤’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곡이 일본의 유명 작곡가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유희열과 소속사 안테나는 두 곡 메인 테마의 유사성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는 “사카모토 류이치는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후 사카모토 류이치가 두 곡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유희열에 대해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확대됐다. ‘아주 사적인 밤’과 함께 발표한 곡인 ‘내가 켜지는 시간’, 성시경이 부른 ‘Happy Birthday to You’, MBC ‘무한도전’ 출연 당시 공개한 ‘Please Don`t Go My Girl(Feat. 김조한)’ 등 유희열이 그동안 작곡한 곡들에 대한 표절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유희열은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표절 논란은 가수 이무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발표한 이무진의 자작곡 ‘신호등’이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Dragon Night’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해당 유튜브 쇼츠 영상이 450만 뷰를 넘으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을 본 상당수가 “후렴구가 비슷하다.”, “빼도 박도 못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표절의 기준은 무엇인가?

  음악에서 표절이 성립하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① 해당 음악에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창작적인 부분이 존재하고, ② 그 부분을 이용자가 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용했으며, ③ 이용한 부분이 실질적으로 유사해야 한다. 이를 풀이하면 실질적 유사성, 상업적 이용, 원곡의 창의성이다. 실질적 유사성은 곡의 가락을 중심으로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단, 유사성이 있다고 무조건 표절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주된 멜로디가 흔하거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관용적 멜로디는 표절로 보기 어렵다. 독창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부분이 있어야 표절 판단의 요소가 된다. 즉, 몇 마디가 똑같아도, 같은 화음이나 코드를 써도, 후렴구가 비슷해도 표절이 아닐 수 있다. 법원에서는 ‘곡이 얼마나 유사한가’와 ‘원곡에 창작성이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법원의 음악 저작권 침해 판례

  법원이 음악 저작권 침해로 판결한 사례 중 대표적인 예로는 드라마 ‘드림하이’의 OST였던 아이유의 ‘Someday’(박진영 작사•작곡 및 편곡)가 있다. 

▲ 드라마 드림하이의 OST ‘Someday’(출처: https://vibe.naver.com/album/186474)


  1심에서는 ‘Someday’에 대한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해 2차 저작물 작성권 침해, 성명표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 배상을 명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항소하였으나 2심 역시 항소를 기각하며 1심의 판결과 같이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상고심은 ‘Someday’의 표절을 주장한 원고의 곡 ‘내 남자에게’(김신일 작사•작곡 및 편곡) 역시 그 후렴구가 미국에서 2002년 공표됐던 ‘Hosanna’와 유사하여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로 인해 ‘Someday’ 역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어 저작권 침해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 내렸다.


▲너에게 쓰는 편지 (출처: https://www.melon.com/song/detail.htm?songId=522852)


  또 다른 법원의 음악 저작권 침해 판례로는 MC몽(feat. 린)의 ‘너에게 쓰는 편지’(김건우•강현민 작곡)가 있다.

‘너에게 쓰는 편지’는 창작성이 인정되는 원고의 저작물 ‘It’s you’(강현민 작곡)의 후렴구를 임의로 사용하였으며, 두 곡의 실질적 유사성 역시 인정되기 때문에 원고 저작물 ‘It’s you’의 성명표시권과 동일성 유지권 등을 침해했다고 인정되었다. 이로 인해 ‘너에게 쓰는 편지’의 작곡가는 위자료 지급 의무를 갖게 되었다.



저작권에 대한 제고 필요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논란으로 인해 가요계 표절 논란들이 최근 다시 조명받게 되었지만, 가요계의 표절은 이미 오랜 시간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었다. 표절은 다른 이의 창작을 위한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도덕적•윤리적 비난에서 그치지 않고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저작권 침해와 같은 법적 문제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아직은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 수준이 성장 중인 만큼 표절 논란이 대중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 역시 명백하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에 대한 권리이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조금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명확한 판결과 처벌이 뒤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 



이규원, 신범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