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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2020호외-5 호 해시태그의 두 얼굴: 빗발치는 해시태그 속 갖춰야 할 윤리의식

  • 작성일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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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831
윤소영

해시태그란?

  누군가에게는 ‘우물 정’ 혹은 ‘샵’이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할 ‘해시태그’. 해시태그란 게시글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이다. 해시(hash) 기호를 써서 게시물을 묶는다(tag)고 해서 해시태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시태그의 역사는 SNS 트위터와 관련이 깊다. 처음으로 주제 별 정보를 묶는 데 해시 기호를 이용한 것은 인터넷 채팅 서비스 ‘IRC’였는데, 이는 트위터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오픈 소스 운동가 크리스 메시나는 트위터 측에 해시태그 사용을 제안했다. 단문의 글로 구성되는 트위터의 특성 상 정보가 모이지 않고 흩어질 수밖에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이를 수락하자 2007년 8월 23일, 크리스 메시나는 해시태그 사용을 제안하는 트윗을 올렸다. 처음에는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사람들은 낯선 해시태그를 어렵게 생각했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시태그가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09년, 이란 대선이 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이면서이다. 녹색혁명이라 불리는 이란의 대선 불복 시위는 8개월이나 이어졌고 다수의 사망자 또한 발생했다. 이에 시위대는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집회 날짜를 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시태그가 큰 역할을 했다. ‘#IranElection’과 같은 해시태그는 이뿐만 아니라 이란의 상황을 전 세계로 알리기도 했다. 이란에서 시작된 시위는 왕정 또는 전제주의 정부가 지배하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의 반정부 시위는 결국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하며 이른바 ‘아랍의 봄’을 불러오게 되었다. 이어 2010년 미국에서 일어난 정치 운동에서도 ‘#OccupyWallStreet’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하며 사람들에게 해시태그의 존재와 그 영향력이 각인되었다.


  트위터는 2009년 7월, 모든 해시태그에 링크를 달아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는 글을 모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10년에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트위터 내 전 세계 실시간 트렌드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해시태그는 트위터 내 중요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질세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유명 SNS에서 해시태그 기능을 도입하여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였고, 2020년에 이르러서는 해시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플랫폼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해시태그 (출처: 블로그 '끌어당김')



해시태그의 순기능

  ‘#IranElection’이나 ‘#OccupyWallStreet’가 보여준 것처럼 해시태그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주제를 알리고 사람들의 결속을 이끌어내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해시태그 순기능 사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해 알리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된 챌린지로, 국내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목된 사람은 마찬가지로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루게릭병협회에 100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이유는 찬 얼음물이 닿았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느껴보다는 취지이다.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루게릭병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었고, 기부금 또한 루게릭병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었다. 


  헤어 태그 캠페인 또한 해시태그를 활용한 기부 캠페인이다. 헤어 태그 캠페인은 항암 치료로 탈모를 겪는 여성 암 환자에게 가발을 지원해주기 위해 태국의 한 헤어살롱에서 시작되었다. 헤어 태그 캠페인을 통해 600kg의 머리카락이 기부되어 3000여 개의 가발을 제작할 수 있었으며, 2백만 바트의 기부금이 모여 340만 명에게 가발을 전달할 수 있었다. 어렵지 않게 동참할 수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해시태그 순기능의 대표적의 사례이다. 



해시태그의 역기능

  그러나 해시태그가 반드시 올바르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스타그램 측은 ‘#EDM’을 차단했다. 해당 해시태그와 함께 음란성 이미지나 상업적인 이미지를 게시하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해시태그의 본 목적은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관련이 있는 정보끼리 묶어 검색과 분류가 용이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인기 키워드의 경우 이를 악용하여 상업적인 용도나 성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사용자의 접근성이 높을수록 광고가 노출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업 광고 노출의 빈도가 늘어났다면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해시태그가 범죄의 수단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정 단어를 이용하여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성매매를 알선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열람제한이 없기 때문에 SNS 이용 비중이 높은 청소년들이 쉽게 표적이 되고 있다. 정록석 대구 서부서 생활안전과장은 “스마트폰 앱을 통한 성매매는 은어를 쓰는 등 교묘하고 비밀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해시태그가 사람들로 하여금 챌린지의 본 목적을 잃게 만든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덕분에 챌린지는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하면서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덕분에챌린지, #덕분에캠페인, #의료진덕분에 등의 해시태그가 활용되었다. 그러나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한 다수의 사람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고 술집에 방문하거나 불필요한 소모임에 참여하면서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시태그를 사용하여 SNS에 챌린지 참여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하나의 유행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인데, 결국 덕분에 챌린지가 본래의 의미와 목적에서 벗어나 보여주기 식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문제이다. 



해시태그목적을 잃지 말자

  해시태그는 정보 접근의 용이성을 위해 탄생했다. 본래의 목적대로 활용한다면, 정보가 넘쳐나는 21세기에서 원하는 정보만을 수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시태그를 처음 만든 크리스 메시나 또한 해시태그의 본래 역할을 강조하며 “해시태그는 애매모호하거나 너무 길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사용자들 또한 해시태그를 사용함에 있어 인터넷 윤리를 지키고 본래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지만, 플랫폼 또한 해시태그 사용에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스타그램이 #EDM을 삭제해버린 것을 두고 “해시태그 자체를 삭제해버리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시태그 자체를 삭제해 버릴 것이 아니라 건전한 해시태그 문화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제재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느 기술 발전이 그러하듯 해시태그 또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순수한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사용자들의 인터넷 사용에 득이 될 것이지만, 그 목적을 잃는다면 범죄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우리는 해시태그 사용에 있어 본래의 목적과 인터넷 윤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윤소영 기자